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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한 국가의 국력과 연결된다. 문화가 강성한 국가 중에 국력이 약한 걸 본 적이 없다. 국력과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고 인식하고 여전히 즐기는 문화를 보면 대부분 강대국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민족과 국가는 자신만의 문화를 갖고 있지만 세계화되는 건 아니다. 그건 해당 국가의 국력이 높아지며 전 세계에 문화가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것도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긴 효과다.
현재 누가 뭐래도 최고의 문화를 갖고 있는 건 미국이다. 미국은 소프트 파워라고 해서 어느 곳에서나 미국 문화를 즐긴다. 문화라는 표현을 할만큼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넓고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이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태도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용광로라는 표현처럼 어떤 문화도 미국에서 융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도 모른다.
미국도 처음부터 그런 건 당연히 아니다. <피카소의 전쟁: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다. 피카소는 누가뭐래도 인정받는 화가다. 그가 그린 그림을 한 점이라도 갖고 있다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 피카소가 미국에서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환영은커녕 오히려 천대시했다. 피카소의 그림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입체주의 등의 당시에 현대미술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터부시하고 여전히 르네상승나 고흐 정도를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현대미술을 알아본 사람들은 피카소나 앙리 루소 등의 작품을 소개하려 노력했다. 노력했지만 전시회에서 피카소 작품이 소개되었을 때 찬사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피카소는 그로 인해 실망했고 미국에서 한동안 전시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미국에 여행을 가면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MoMA다. 엄청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인데 탄생의 비밀과 노력에 대해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피카소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뭔가 미국 책답게 소설을 능가할 정도로 엄청난 서사를 보여준다. 다큐보다는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나게 관련된 정보와 사람을 소개한다. 정보만 알려줘도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책에는 퀸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누군가 등장하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길게 설명한다.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퀸은 미국에 현대미술을 처음으로 소개한 변호사다. 변호사인데도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미술에 탐미하고 작품을 모으고 미국에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남들이 피카소에 대해 아직 인정하지 않을 때 미국에서 진가를 알아 봤다. 미국에서 앙리 루소에 대해서도 무지할 때 작품을 손헤 넣으려고 노력한 인물이기도 했다. 전시회를 개최해서 미국에서 소개했지만 대실패를 하고 만다. 해당 전시회는 아모리 쇼다. 아모리 쇼는 퀸이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준비하고 개최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다. 미국에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는 현대미술을 소개했다. 당시 피카소 작품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반응은 비판 일색일 정도였다.
그랬던 아모리 쇼였지만 미국에서 현대미술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되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아모리 쇼가 개최되는 아트페어로 24년에 30주년이 되었을 정도였다. 바로 아모리 쇼를 개최하고 미국에 소개했떤 퀸은 그 후에 자신이 직접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하며 소개하려 노력했다. 불행히도 퀸은 자녀도 없는 상황에서 결혼도 안 하고 사망하며 그가 소장했던 모든 작품이 사라지고 만다. 아직까지 미국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었다.
퀸이 갖고 있던 현대미술 작품은 누군가 여러 사람에게 팔려 인도되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한다. 개인 소장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퀸은 그렇게 미국에서 현대미술 씨앗을 뿌렸다. 퀸의 노력과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이어졌다. 그게 바로 MoMA다. 확실히 한국과 다른 점은 이런 엄청난 미술관이 기부를 통해 건설되었다는 점이다. 그 이후로도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할 때도 역시나 동일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여기서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 바라는 존재다. MoMA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작품 등을 기획하는 등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를 바가 한 것이다. 이 점도 놀라운데 바는 이제 대학원 정도의 나이였다. 바가 갖고 있던 현대미술에 대한 열정이 그를 선택하게 만든다. 아직 어린 청년을 그렇게 중요 직책에 앉힌다니. 그게 바로 미국이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피카소의 매니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로젠베르그가 나온다. 피카소 작품을 대여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바가 등장하고나서도 여전히 미국에서 피카소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인정받는 상황인데도. 로젠베르그는 퀸과 함께 전시했을 때 실패한 걸 기억했기에 탐탐치 않았다. 바가 노력한 결과로 피카소 작품은 다시 미국에 소개된다. 무엇보다 바가 MoMA에 소장할 피카소 작품을 구입한다. 그게 바로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처음에는 논란도 되고 반대도 되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대표작이 되었다. 또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도 구입했다.
앙리 루소 작품은 진위 여부가 의심되었지만 과감히 결정한다. 가품으로 밝혀져도 된다는 판단을 했는데 그것도 놀라웠다. 작품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기에 결정했으리라 본다. 이 시점은 대략 2차 세계대전과 맞닿아있다. 결국에 이때부터 미국은 중심이 되고, 유럽은 서서히 저물게 된다. 어쩌면 시기 문제였을 뿐 미국이 현대미술을 받아들여 지금 위치가 되었으리라 본다. 책은 진짜 장엄한 대서사시를 보여준다. 더욱 미국에 여행 가면 꼭 MoMA를 가고 싶어졌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족이 너무 많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미국의 현대미술 역사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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