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속에서 진화하는 영웅,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던지는 정체성의 질문
마블 유니버스를 비롯해 전체 코믹스 역사를 통틀어 보아도, 스파이더맨처럼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대중 매체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마블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DC 코믹스의 상징과도 같은 슈퍼맨과 비교해 보더라도, 스파이더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영상 작품의 수는 아마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극장용 상업 영화로 범위를 한정 지어 보아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이 가진 브랜드 파워는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전 세계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깊은 사랑을 변함없이 받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영화가 거듭 리부트되고 수차례 주인공 역을 맡는 배우가 변경되는 굴곡 속에서도,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뼈대와 매력은 늘 똑같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과거 시리즈에서는 비극적인 운명에 짓눌려 지나치게 심각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특유의 통통 튀고 발랄한 매력을 극대화한 지금의 스파이더맨이 현대의 관객들에게는 가장 친숙하게 다가가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비록 마블에서 독립하여 소니에 판권을 팔았던 뼈아픈 과거가 있지만, 두 스튜디오 간의 극적인 협업이 성사되면서 스파이더맨의 서사는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역대 스파이더맨을 거쳐간 여러 명배우들이 있지만, 원작의 생동감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톰 홀랜드만큼 이 붉은 슈트가 맞춤옷처럼 찰떡으로 잘 맞는 배우도 없을 것입니다. 이전 세대의 스파이더맨 영화들이 대체로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주인공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무거운 캐릭터로 묘사되었다면, 톰 홀랜드가 연기한 피터 파커는 그 나이대 고등학생답게 무척이나 밝고 발랄한 긍정적인 캐릭터로 스크린을 누볐습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이 다른 화려한 마블의 히어로들과 명확하게 궤를 달리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그 경쾌한 거미줄 액션 이면에 늘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는 것입니다. 뉴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