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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를 부탁해": 술 권하는 사회에 던지는 유쾌한 금주 선언

한국 사회는 유독 술에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술꾼의 나라'로 비춰질 만큼 음주 자체는 물론, 술자리에서의 행동에도 비교적 너그러운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드라마 콘텐츠에도 반영되어, 주인공들이 술을 통해 갈등을 겪거나 관계를 발전시키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곤 합니다. 때로는 음주 후의 실수가 귀엽게 포장되기도 하는 등, 술은 극적 장치로써 다채롭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가제)는 기존의 '음주 권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금주'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술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술에 강했던 한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금주 도전기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가족 전체가 알아주는 애주가 집안으로,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는 것이 일상이었던 이들의 모습은 극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최수영이 연기하는 주인공 한금주는 유능한 자동차 정비사로, 털털하고 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동네와 가족의 자랑거리였던 그녀는 돌연 예비 신랑에게 "나는 술이 더 좋다"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파혼을 선언합니다. 결혼식 날짜까지 모두 정해진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파혼 통보는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금주의 어머니이자 집안의 실세, 김광옥(김성령 분)은 불호령을 내립니다. 딸의 어처구니없는 파혼 선언의 원인이 '술'이라고 단정 지은 그녀는 가족 전체에게 강력한 금주령을 선포합니다. 
남편 한정수(김상호 분)와 첫째 딸 한현주(조윤희 분) 역시 어머니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졸지에 술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김광옥의 영향력은 집안을 넘어 동네 전체로 확장되어, 한금주를 비롯한 가족들은 어디에서도 술을 구경하기 힘든 처지에 놓입니다.
이러한 소동 속에, 과거 한금주와 각별한 사이였던 서의준(공명 분)이 동네에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죽이 잘 맞던 단짝이었던 두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어떤 계기로 인해 멀어졌던 상황. 놀랍게도 과거 한금주를 능가하는 말술이었던 서의준은 현재 의사로서 '금주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변신은 한금주에게 큰 충격과 함께 묘한 궁금증을 안깁니다.
사실 한금주가 파혼을 선언한 데에는 가슴 아픈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비 신랑이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가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차마 이를 직접적인 이유로 밝히지 못한 채 자신이 먼저 '술 때문에 헤어진다'고 선수 친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저 철없는 애주가로 낙인찍히고 맙니다.
드라마는 동네로 돌아온 한금주와 금주 전도사가 된 서의준 사이에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 그리고 서의준이 말술을 끊고 금주하게 된 사연 등을 하나씩 풀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두 사람의 감정선 또한 다시금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억지로 시작된 금주 생활이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특히 '혼술남녀'를 통해 현실 공감형 코미디를 선보였던 작가가 이번에는 정반대 소재인 '금주'를 선택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술을 통해 위로받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술을 끊으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전환된 것입니다. 첫 회 3.4%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1회(혹은 다음 회차)에서 3%로 소폭 하락했지만,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힐링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금주를 부탁해"는 술 없는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관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족들의 좌충우돌 금주 도전기와 그 속에 숨겨진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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