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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연애 국내 레즈비언 연프

웨이브에서 국내 최초로 여성 동성 연애 프로그램인 '너의 연애'를 선보였다. 이전에 남성 동성 연애 프로그램인 '남의 연애'가 꽤 인기를 끌어 시즌 2까지 제작된 것을 보면, 웨이브가 꾸준히 LGBTQ+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번에는 여성들의 연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새로움이 느껴졌다.
사실 이전에도 넷플릭스에서 일본 동성 연애 프로그램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청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이 생각보다 조금 힘들게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이성애 연애 프로그램은 남녀 출연자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관계의 흐름이 비교적 쉽게 파악된다. 
하지만 '너의 연애'는 출연자 전원이 여성이니 상황이 달랐다. 모든 출연자가 서로에게 잠재적인 연애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계의 구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기존 연애 프로그램에서 동성 출연자들은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고민을 상담하는 등 주로 친구나 조력자의 역할에 머무른다. 하지만 여기서는 여성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서로를 탐색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분명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어떤 장면들은 그저 친한 친구들끼리 즐겁게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내가 동성 간의 로맨스가 발전하는 과정이나 감정선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램 초반, 출연자들이 처음 만나 어색해하며 서로를 탐색하는 모습은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비슷했다. 하지만 내가 여성이 아니라서 그런지, 혹은 동성 연애라는 설정 때문인지,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출연자들 사이에서 어떤 감정선이 형성되고 있는지, 그 미묘한 기류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많은 편견과 싸워야 하고, 특히 여성 성소수자는 더욱 보이지 않는 차별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얼굴과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커밍아웃한 상태라 해도,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알리는 것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쩌면 평범한 미혼 여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 그 용기만으로도 출연자들은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궁금해서 출연자들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니 이미 팔로워가 상당히 많은 분들이 있었다. 이는 그들이 이미 온라인상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만의 스타일과 매력이 뚜렷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자신감과 개성이 방송 출연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1, 2회까지 7명의 출연자가 등장한 것을 보면, 앞으로 새로운 인물이 투입되어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작년 11월에 지원자를 모집하고 올해 4월에 방송을 시작한 것을 보면, 제작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공개된 첫 데이트 장면들을 보면서도 아직은 연애의 설렘보다는 친한 친구들끼리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감상일 뿐,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감정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과는 별개로, 이 프로그램이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기여도 1위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좋다는 소식은 흥미롭다. 이는 그만큼 여성 동성 연애 서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일 것이다. 앞으로 '너의 연애'가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나가고, 출연자들이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갈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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