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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유니버스 페이즈5 마지막

어벤져스 사가 이후 마블은 긴 혼돈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같은 상징적인 히어로들이 외계인과 맞서 싸우고,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안겼죠. 한때는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이 꽉 차고, 이야기 하나하나에 힘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능력의 히어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능력이 강력할수록 기존 히어로들의 존재감은 옅어졌고, 캐릭터 간 서사보다는 스펙터클 위주의 연출이 강조되며 이야기의 깊이는 다소 약해졌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전만 못하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했고, 마블도 이러한 반응을 의식해 다시금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영화가 바로 썬더볼츠입니다. 이 작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존 어벤져스의 대체 팀이라기보다는 ‘비벤져스(B-Vengers)’로 불릴 만큼 결이 다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플로렌스 퓨가 연기하는 옐레나가 있습니다. 그녀는 블랙 위도우를 계승한 인물로, 특별한 초능력 없이도 첩보와 전투 능력으로 활약하는 마블 세계관의 강력한 인간 히어로 중 하나죠.
옐레나는 언니 나타샤의 죽음 이후 방황하다가 어느 날, 뜻밖의 인물들을 만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존 워커(전 캡틴 아메리카), 에이바 스타(고스트), 그리고 밥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까지. 이들은 모두 CIA 국장 발렌티나가 제거하려던 ‘문제적 존재’들입니다. 어벤져스가 사라진 이후, 발렌티나는 세상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히어로 팀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통제가 안 되는 이들을 제거하려는 이중적인 목적을 지닌 인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물들은 오히려 팀으로 엮이게 되고, 자신들도 모르게 하나의 유닛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결코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존 워커는 혈청의 힘을 지녔고, 고스트는 양자 상태로 이동하는 특수 능력을, 그리고 밥은 훗날 센트리로 각성하게 되는 강력한 존재입니다.
센트리는 코믹스 기준으로도 타노스에 필적할 만큼 강력한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그 힘은 막강하지만 내면은 아직 불안정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처럼 비주류이면서도 각기 사연 있는 인물들이 모여 하나의 팀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어벤져스와는 결이 전혀 다른 서사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이들을 ‘B급 히어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능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주류에서 밀려났거나 음지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옐레나도 한때는 암살자였고,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 자리를 두고 거짓과 실수로 추락한 인물입니다. 이런 점을 이해하고 본다면, 썬더볼츠는 단순한 팀업 영화가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 다시 일어서는 리더십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영화는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주목받고 있고, 원래 센트리 역에는 스티븐 연이 캐스팅될 예정이었지만, 작가 파업으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교체되었다고 합니다. 완성도 면에서는 아직 전성기의 마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성이나 캐릭터 구축에서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감을 모읍니다.
이제 관건은 이 비벤져스 팀이 살아남은 기존 어벤져스와 어떤 접점을 만들지, 또 이후 개봉 예정인 둠스데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본격적인 유니버스의 흐름을 이어갈지가 될 것입니다. 썬더볼츠는 단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프로젝트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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