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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마약소재로 야망을보여주는

영화 ‘야당’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누구나 정치 영화라고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관객이 “지금 이 시점에 정치영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야당’은 여야를 가르는 정치 용어가 아니라, 마약 세계에서 경찰이나 검찰에 정보를 제공하는 ‘브로커’, 즉 내부자를 뜻하는 은어다. 
영어 제목 ‘YADANG: THE SNITCH’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수사기관에 마약 범죄 정보를 넘기고 처벌을 피하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흔히 ‘야당질’, ‘야당짓’ 같은 표현으로 쓰인다. 영화는 이 독특한 세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다양한 인간 군상과 권력의 욕망을 그려낸다.
이야기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가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 역할을 제안받으며 시작된다. 강수는 구관희의 야당이 되어 마약 수사에 협조하고, 구관희는 이를 발판 삼아 굵직한 실적을 올리며 승진가도를 달린다.
반면,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강수의 야당질 때문에 번번이 수사에 실패하고, 집념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파고든다. 이처럼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얽히며 이야기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단순히 마약 범죄의 추적이나 수사기관의 활약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엮인 거대한 마약 사건이 드러나면서, 검사와 경찰, 범죄자 사이의 권력 다툼과 욕망이 본격적으로 부각된다. 특히 구관희는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라는 대사를 통해 검찰 권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런 전개는 최근 현실에서 검찰의 막강한 영향력과 권력욕, 그리고 그 이면의 부패를 떠올리게 한다.
강하늘이 연기한 이강수는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로,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박쥐’ 같은 캐릭터다. 그는 경찰과 범죄자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강하늘은 실제 마약 중독자들의 다큐멘터리와 형사 자문을 참고해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이강수의 밑바닥 인생과 재활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구관희 역의 유해진은 평범한 검사에서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망가로 변모한다. 그는 이강수를 이용해 실적을 쌓고, 마침내 중앙지검까지 진출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또 다른 권력자와 거대한 마약 조직이 기다리고 있다. 박해준이 연기한 오상재 형사는 집념의 인물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수사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삼각 구도는 각자의 욕망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이 마약 현장에서 검거되며,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정치적 스릴러로 장르가 확장된다. 구관희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클리셰와 도구들이 등장하지만, 감독 황병국은 이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황 감독은 원래 연출과 연기를 병행했던 인물로, 이번 작품에서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얼마나 색다르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야당’은 검사, 경찰, 범죄자가 서로 속이고 이용하는 전형적인 한국 범죄 영화의 틀을 따르면서도, 실제 마약 브로커 ‘야당’이라는 소재를 통해 신선함을 더한다. 영화는 현실에서 검사가 응징받는 모습을 보기 힘든 만큼,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유해진의 악역 변신, 강하늘의 새로운 캐릭터, 최근 주목받는 채원빈과 박해준의 열연까지, 배우들의 앙상블도 인상적이다.
결국 ‘야당’은 가벼운 마음으로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에 충분한 오락 영화다. 후반부 전개가 다소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범죄와 권력,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방식에서 나름의 개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실제 마약 세계에 존재하는 ‘야당’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현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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