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분열의 시대 내란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마치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영화는 허구의 창작물이지만, 그 내용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하다는 점에서 묘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특히, 그 배경이 미국이라는 점이 이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과거 남북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경험한 미국이기에, 이러한 설정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은 이미 한 차례 남북전쟁을 겪은 나라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분열을 보면 영화의 설정이 단순히 허구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혼란은 새로운 아젠다가 형성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과도기적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누군가에게 "어느 지역 출신이냐"고 묻고, 그 대답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같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출신을 따지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남부와 중부 출신으로 나뉘는 설정이 등장하며, 심지어 홍콩 출신이라고 답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혹은 농촌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죠. 영화에서는 중부와 남부 지역으로 나뉘는 설정을 보여주지만, 현실에서는 해안 지역과 내륙 지역 간의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더 두드러집니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교역과 물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미국에서도 고소득 지역은 주로 해안가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서부군으로 뭉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반면 19개 주는 플로리다 동맹으로 결집하고, 대통령도 이 동맹에 합류합니다. 흥미롭게도 현실에서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에서 이 두 주를 한 편으로 묶은 것은 의도적으로 논쟁을 줄이고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기자로 등장합니다. 그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특정 진영에 서기보다는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는 데 집중합니다. 기자로서 그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깁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돕거나 개입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누군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돕는 것이 인간적으로 옳아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순간을 기록하지 못하면 세상에 알릴 기회를 잃게 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가치 판단의 영역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여정을 떠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지며, 군복을 입은 사람이 누군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지만, 현재는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해 서로를 겨누게 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파시즘과 우월주의가 득세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듯 보입니다. 영화는 마치 미국다운 방식으로 자비 없는 전쟁을 묘사합니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생포하지 않고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질 정도로 극단적인 대립 상황이 연출됩니다.

또한 영화는 젊은 기자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새로운 세대에게 바통을 넘기는 설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백악관 앞에서 군인들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거의 없었던 장면이라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주연 배우 케일리 스페이니는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도 활약했으며, 와그너 모라는 넷플릭스 <나르코스>에서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연기했던 배우라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