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영웅 클래스 2 넷플릭스

웨이브 오리지널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약한 영웅>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다른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인기와 화제성을 자랑했었죠. 기존 학원물과는 결이 다른, 현실적이면서도 처절한 학교 폭력 묘사와 주인공의 독특한 대처 방식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열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시즌 2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라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아무래도 제작비 부담이 큰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대한 웨이브의 기조 변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있었죠. 그러던 중, 정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약한 영웅>이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팬들에게 공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 2, 바로 <약한 영웅 클래스 2> 제작까지 확정되어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실 시즌 1 때부터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면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졌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화제작이 될 잠재력이 충분했으니까요. 그리고 예상대로, 넷플릭스 공개 이후 <약한 영웅>은 다시 한번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그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약한 영웅 클래스 2>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즌 2는 시즌 1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거 퇴장하고, 오롯이 주인공 박지훈 배우가 연기한 연시은만이 남아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은장고를 떠나 새로운 학교로 전학 온 연시은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번에야말로 정말 조용히,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오직 공부에만 집중하려 마음먹습니다. 시즌 1에서 보여줬듯, 뛰어난 두뇌를 단지 공부뿐 아니라 싸움에도 접목시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그 능력마저 숨기고 싶어 하죠. 그야말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미 알게 모르게 그의 과거에 대한 소문이 퍼진 상태라, 조용한 학교생활은 시작부터 삐걱거립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학교의 일진, 유수빈 배우가 연기하는 최효만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합니다. 여느 학폭 드라마의 빌런들처럼, 최효만은 반 아이들을 괴롭히고 금품을 갈취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합니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깍듯이 굴지만, 약하다고 판단되는 대상에게는 가차 없죠. 그 대표적인 표적이 바로 최민영 배우가 연기하는 서준태입니다. 서준태는 겉보기엔 평범하고 바른 학생 같지만, 힘이 없다는 이유로 최효만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괴롭힘을 당합니다.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복종하는 안타까운 처지죠.

연시은은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어떻게든 관여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더 이상의 폭력과 엮이고 싶지 않은 그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겠죠. 하지만 결국,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집요한 폭력을 더는 외면하지 못하고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며 사건에 끼어들게 됩니다. 이 개입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단순히 반 내의 문제를 넘어 학교 전체의 복잡한 권력 구도와 심지어 학교 밖 지역의 소위 '일짱'들과의 관계로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입니다. 이번에도 연시은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 거대하고 위험한 폭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될 운명인 듯합니다.

드라마의 중심축은 단연 박지훈 배우입니다. 시즌 1에 이어 더욱 깊어진 눈빛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연시은의 고독과 내적 갈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카리스마 역시 여전하고요. 그 외에 이번 <약한 영웅 클래스 2>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 역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일부 배우들이 고등학생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금성재 역의 이준영 배우 같은 경우, <폭싹 속았수다> 등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생각하면 고등학생 역할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금 더 실제 고등학생 나이대에 가까운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면, 극의 현실감이 더욱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연기력 자체는 훌륭합니다.

2회까지 아직 본격적인 갈등이 폭발하기 전, 주요 인물과 배경을 소개하는 도입부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렇다 할 시원한 액션 장면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즌 1보다 더욱 강력하고 위협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앞으로 연시은이 훨씬 더 처절하게 고뇌하고, 고생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난관들을 극복해나가는 더욱 밀도 높은 전개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싸움은 주먹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방식이 이번에는 또 어떻게 빛을 발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