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연애혁명 웹드라마

제목부터 달달한 사춘기의 풋풋한 로맨스를 예고하는 듯한 <연애혁명>은 최근 티빙 스트리밍 목록에서 유독 눈에 띄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인 작품이라 더욱 노출된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메인 타이틀에 떡하니 뜨기도 했고, 회차당 러닝타임이 30분이 채 되지 않아 부담 없이 정주행하기 좋겠다는 판단에 보기로 결정했죠. 이 드라마의 원작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232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입니다.
원작 웹툰은 무려 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연재되며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진정한 장수 웹툰이었는데요. 그 인기를 증명하듯 단행본으로도 38권까지 출간되었을 정도로 방대한 스토리를 자랑합니다. 오랜 여정 끝에 2024년에 드디어 네이버 웹툰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완결되었습니다. 한편, 드라마는 이보다 앞선 2020년에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로 처음 시청자들에게 선보였고요.
돌이켜보면, 한때 카카오TV 등을 중심으로 '웹드라마'라는 형식이 꽤 유행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30분 내외의 짧은 호흡으로 주로 1020 세대를 겨냥한 청춘 로맨스물 위주로 제작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연애혁명> 역시 방영 당시에는 주요 배역 대부분이 대중에게 아직 낯선, 완전히 신인 배우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웹드라마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스타덤에 오르며 인기를 얻게 된 배우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 출신이자 이제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지훈이 연기한 주인공 공주영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살게 되었죠.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공주영이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던 바로 그 운명적인 날, 복도에서 우연히 이루비가 연기한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소녀, 왕자림을 마주치게 됩니다. 공주영은 그 순간 왕자림을 보자마자 강렬하게 첫눈에 반하죠.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만남에 당황한 나머지 미처 용기를 내어 연락처도 묻지 못하고 헤어져 두고두고 안타까워하는데요.
그렇게 애태우던 것도 잠시,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꿈에 그리던 왕자림이 놀랍게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주영의 절친한 친구인 이경우(김영훈 분)와 같은 반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됩니다. 게다가 공주영이 힘겹게 구한 원룸 바로 근처 아파트 단지에 왕자림이 살고 있다는 정보까지 입수하게 되죠. 이쯤 되니 이름도 공주영(公主英, 공주)과 왕자림(王子琳, 왕자)으로, 마치 하늘이 맺어준 것처럼 완전히 천생연분이라고 혼자 확신하며 생각합니다.
운명이라고 굳게 믿게 된 이때부터 공주영은 어떻게든 왕자림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붓기 시작하죠. 매일 아침 일부러 왕자림이 등교할 때까지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춰 함께 버스를 타고요, 학교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주변을 얼쩡거리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려 노력하지만, 차가운 왕자림은 털끝만큼도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계속되는 냉담함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처럼, 그나마 친구인 이경우의 도움으로 간신히 통성명을 하고 어색하게나마 친구라는 관계를 맺게 되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벽은 높아서, 연락처조차 직접 알려주지 않고 이경우를 통해 마지못해 건네받게 됩니다. 왕자림은 아무리 공주영이 지극정성으로 노력해도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죠.
이처럼 계속되는 무시와 냉대에도 우리의 공주영은 불굴의 의지로 꿋꿋하게 왕자림에게 오직 직진합니다. 급기야 학교 축제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직 왕자림 한 사람만을 위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노래를 부르고 어설픈 춤까지 추면서 진심을 담아 고백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오히려 이게 더 화근이 되어 관계가 더욱 멀어지게 되는 등 상황은 더 안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런 시련 속에서도 아주 지고지순하게 왕자림만을 향한 순애보적인 모습을 꾸준히 보이자, 마침내 왕자림도 마음을 열고 그의 진심을 받아들여 사귀자는 고백에 대한 승낙을 받게 되죠.
드라마는 사춘기 학생들이 겪는 좌충우돌 학창 시절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설렘 가득한 연애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고 있어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만큼 풋풋합니다. 마냥 순하기만 할 것 같던 공주영도 중간에는 답답함에 성질도 내고 삐지기도 하면서 입체적인 감정 표현을 보여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물론, 때로는 살짝 유치하게 느껴지는 장면이나 오글거리는 표현도 적지 않게 등장하긴 하는데요. 하지만 그 정도는 10대들의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적 특성상 자연스럽고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애 혁명> 출연 이후 주인공 박지훈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이제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주목받는 차세대 연기자로 확실히 발돋움했고요. 반면, 왕자림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이루비는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는 후속 작품 활동이 다소 적은 편이라 아쉬움이 남네요. 드라마는 무려 30부작이라는 다소 길어 보이는 구성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회차당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길이이니 마음만 먹으면 주말 동안 충분히 가볍게 정주행하며 볼 수 있습니다. 막상 보기 시작하면 풋풋한 설렘과 공감 가는 에피소드에 빠져들어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갈 정도로 즐겁게 볼 수 있을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 받아들이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삶.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다. 부자를 꿈꾸는 이유 중 하나도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착각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다. 하는 일을 좋아했다. 어느 누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느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지 못한다.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다. 숙명이다. 그게 인생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부지런하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떠올리는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이다. 어떻게 보면 그와 나는 딱 하나의 차이가 있다. 그는 하기 싫어도 끝까지 해 냈고 난 그렇지 못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삶은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오히려 관건이다. 하기 싫다고 안 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나에게 더 큰 하기 싫은 일로 돌아온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같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다.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기 싫다. 상사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 억지로 어색한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늘어지게 집에서 멍하니 시간이나 때우고 TV나 보며 보내고 싶다. 이런 것들은 전부 바램이다. 현실에서 그다지 실행 가능성이 적다. 어쩌다 잠깐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직접 체험해 보니 더욱 그런 삶을 꿈꾼다. 막상 매일 같이 그런 삶을 살게되면 그마저도 새로운 하기 싫은 일이 된다. 매일같이 집에서 TV나 보며 빈둥거리면 행복할까. 어쩌다 하는 행동이 재미있고 좋은 것이지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놀랍게도 하기 싫은 일을 해 낼 때 대부분 성장한다. 습관적으로, 태생적으로 편한 걸 찾게 되고 회귀본능처럼 하게 된다. 정작 그걸 선호하더라도 불행히도 현대인에게 그럴 자유가 부족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도태된다. 꼭 성공해야 할 이유는 없어도 현대인으로 살...

이혼 보험 로코드라마

이혼 보험이라는 독특한 보험 상품이 등장했다니 놀랍습니다. 보험은 본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미리 준비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개념이죠. 이혼 보험은 이러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참신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보험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혼 보험이라는 아이디어는 비록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정말 신박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혼이 한 해 동안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험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가집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보험사에게는 가장 유리하죠. 즉, 보험료를 받고도 지급할 일이 없으면 수익이 극대화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혼 보험 역시 팔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보험사에게 최선의 결과일 것입니다. 드라마 이혼보험에서 묘사된 내용은 현실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혼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데요.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실제로 이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런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드라마는 이혼보험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동욱이 연기하는 노기준은 두 번의 이혼 경험을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첫 번째 이혼은 상대방의 비구니가 되려는 꿈을 존중하며 이루어졌고, 두 번째는 외국에서 온 상사와의 결혼 생활 중 바쁜 일상 때문에 결혼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끝난 사례였습니다. 이다희가 연기한 전나래는 노기준의 두 번째 아내였지만, 현재는 그의 파트너가 아닌 강한들(이주빈)이 주요 여성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강한들은 계리 업무를 담당하며 감성적인 성격을 ...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워런 버핏이 추천한 책이다. 내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워런 버핏이 어떤 책을 추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엄청난 다독가면서도 추천한 책은 많지 않다. 다독가라고 하지만 살짝 개념은 다르다. 워런 버핏은 다독가라는 개념보다는 활자 중독자라는 표현이 좀 더 맞다. 기업과 관련된 온갖 정보를 다 읽는다. 잡지까지도 포함해서. 그러니 흔히 생각하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반인보다 많이 읽긴 하겠지만 책은 많이 읽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 워런 버핏이 추천한 가장 유명한 책은 현명한 투자자다. 가치 투자자에게는 성경이라고 하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이다. 이런 책말고 이 책을 추천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했는데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나중에 번역 된 걸 알긴 했으나 굳이 보려 하진 않았다. 그래도 좀 보는 게 어떨까하는 욕망(?)은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워런 버핏 추천아닌가. 결론부터 곧장 말하면 너무 늦게 내게 왔다. 책에 나온 내용은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은 맞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늦었다고 표현했다. 이미 이런 종류 책을 많이 읽었다. 여기에 책이 출판된 게 1940년이다. 그 이후 개정판으로 내용이 좀 보강되긴 했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그러니 올드하다. 올드할 뿐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전부 거짓이 없다. 제목이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여기서는 수수료를 말한다. 월스트리트는 수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곳이다. 자신이 직접 돈을 벌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만큼 많이 차지하는 게 돈을 맡기로 오는 사람이다. 돈이 어느 정도 있는데 이걸 불리고 싶다. 내가 직접 주식 투자를 할 능력은 안 된다. 또는 사업 등으로 바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