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벌새효과


꽃가루 존재를 알리기 위해 꽃들은 색화 향을 진화시켰다. 곤충들은 꽃가루를 얻기 위한 기관을 진화시켰다. 꽃가루는 다른 꽃들에게 전파되며 수정되었다. 이에 꽃들은 꿀까지 동원하며 곤충을 유혹했고, 곤충들은 꽃에 접근하기 위해 감각기관을 더욱 발전시켰다. 특이하게 곤충이 아닌 벌새마저도 꽃에게서 꿀을 얻기위해 공중에서 날개를 회전시켜 위아래로 움직이며 떠 있는 방법으로 진화했다. 이를 '벌새효과'라고 한다.

이산화규소는 물이 섭씨 0도에서 융해되는 것과 달리 섭씨 260도 이상에서 융해된다. 온도가 0도 밑으로 내려가면 얼음이 되는 물과 달리 리비아사막의 이산화규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뜨거운 열이 발생한 이후 내려간 후 고체도 액체도 아닌 이상한 물질로 - 지금은 유리라고 부른다 - 뒤덮이게 되었다. 어떤 경로를 통해 그 물질은 투탕카멘의 브로치를 장식하게 되었고 로마시대에 인공적으로 유리를 만들어 유리 그릇 등을 만들었다.

콘스탄티노플 몰락과 함께 터키에서 유리 제조인들이 베네치아로 넘어갔다. 유리 제조업은 돈벌이가 되었지만 이산화규소를 녹이기 위해 섭씨 500도까지 열을 발산하는 용광로가 필요했고 대부분 목조건물이었던 베네치아는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베네치아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무라노 섬으로 유리제조인들을 집결시켰다. 이들은 경쟁은 물론이고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다수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크리스탈'을 만들어 현대유리를 탄생시켰다.

1440년대에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발명되며 다수의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전까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시력 결합을 깨닫게 되었다. 안경을 만들어 판매하는 안경 제조인이 생겼고 렌즈를 다양하게 실험한 사람 중에 얀선 부자는 현미경을 발명했다. 이를 통해 과학과 의학을 혁명으로 이끈 세포를 알게되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를 밝혀 백신과 항생물질을 발명시켰다.

현미경은 세 새대가 지난 뒤 변화를 일으켰지만 현미경 발명 20년 뒤 망원경을 안경 제조인들이 발명했다. 리페르셰이가 망원경 특허를 신청한지 1년 후 소문을 듣고 갈릴레오가 설계를 수정해 10배 확대해서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었다. 특허 신청 2년 후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통해 목성 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위성을 발견하며 태양 주위를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인문이 발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던 유리가 필요성에 따른 판매로 안경을 탄생시켰다. 많은 유리 제조인들이 나오며 렌즈와 망원경을 만들게 되었다. 19세기와 20세기가 되어 렌즈는 사진을 찍고 영상을 녹화하는데 쓰였고 1940년대부터 TV가 본격적으로 나오며 영상시대를 열었다. 유리는 이와 다른 또 다른 물리적 속성으로 인류를 변화시켰다.

1887년 물리학자 찰스 버넌 보이스는 아주 작은 물리력이 물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게 정교한 유리 조각을 만들려고 했다. 유리에서 가늘게 뽑아낸 섬유를 저울대의 재료로 사용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유리막대에 열을 가한 후 끝에 화살을 매달아 발사하자 녹은 유리로부터 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유리섬유는 유리의 치명적인 약점인 깨지는 속성을 뛰어넘어 강철만큼이나 강했다. 단열재, 옷, 요트, 헬멧, 컴퓨터칩을 연결하는 회로판뿐만 아니라 항공기 A380 동체도 유리섬유가 주 성분이다.

두껍게 만들더라도 투명도가 동일한 유리섬유에 레이저광선을 쏘며 광섬유가 만들어져 구리선보다 전기신호를 더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는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인터넷망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에 올리는 온갖 것들이 유리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누구나 다 셀카를 찍지만 과거에는 흔한 행동이 아니었다. 무라노 섬에서 만든 거울로부터 출발했다. 거울로 자신을 볼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그전까지 인식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게 되었다. 르네상스는 단 한가지 요소만으로 촉발되지 않았지만 유리가 인류에게 이처럼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망원경으로 우리가 본 별은 현재가 아닌 과거라는 깨달음으로 인식을 변화시켜줬다. 별 생각없이 접하는 유리로 인류는 스테인글라스로 건축된 대성당뿐만 아니라 온갖 장식물을 만들 수 있었고 세포와 바이러스, 박테리아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인간은 탄소와 수소와 산소를 많이 사용하지만 지각의 90퍼센트 이상 차지하는 규소는 근대에 와서 인류를 폭발적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규소를 뒤늦게 사용하게 된 것은 '벌새효과'이다.

이산화규소는 섭씨 500도가 넘는 온도를 얻을 수 있는 용광로를 만든 후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산화규소를 인간이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 순간부터 현재의 인류에게 미친 영향력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이산화규소로 만들어진 유리만이 인간을 변모시킨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것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함께 연관되어 발전했다. 꽃이 꽃가루를 전파하기 위해 벌새까지 변화시킨 것처럼.

1부 끝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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