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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 편집


김정운 저자와 강사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고 유쾌해서 좋다. 제일 싫은 게 무엇인가 있는 척하면서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이다. 특히 지식분야에서 이런 허세라고 해야할까, 아집이라고 해야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나마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러려니 하는데 쉬운 이야기마저도 어렵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는 좀 짜증이 난다. 어쩌면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할때도 있다. 다양한 표현을 쓰는 사람에게 무슨 망발인가싶지만 쉬운 단어로 얼마든지 대체가능할텐데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이런 지식인들은 자신의 헤게모니가 빼앗길까봐 그런 듯 하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다. 쉽게 이야기하면 식자들은 어딘지 깔본다. 이건 인문쪽의 지식인 뿐만 아니라 투자쪽도 그렇다. 어정쩡하게 배운 인간들이 꼭 쉽게 쓰면 깔 본다. 어려운 한자나 영어나 난무해야 책이 좋다고 한다. 자신의 실력은 알지도 못하면서. 워런버핏이 실제로 쓴 사업보고서를 해석한 글을 읽을 때 어려운 표현은 없다. 얼마나 잘 썼으면 사업보고서에 쓴 글이 좋은 글로 미국에서 상까지 받았겠는가.

그러면에서 김정운은 결코 쉬운 분야 이야기가 아닌데 그 분야의 문외한들도 어렵지 않게 웃으면서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가끔 갖고 있는 지식은 얕은데 그저 많이 웃기고 재미있어 환호받는 사람도 나오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곧 사라지는 걸 본다. 김정운 저자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던 것은 한참 방송에서 소비되고 인기가 정점(?)일 때 과감히 모든 것을 접고 일본으로 갔던 것이다. 그러기 정말 쉽지 않은데 그 선택으로 더욱 돋보였다.

그런 그가 들고 나온 개념이 <에디톨로지>다. 우리 말로 하면 '편집학'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단어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위해서. 안타깝게도 한국어로 쓰여 있어 세계적으로 통용될지는 의문스럽지만. 년초에 이 주제를 갖고 KBS에서 강연도 했는데 그때 보면서 내용이 좋다고 생각했다. 편집이란 창조다. 편집은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편집은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개념들이 등장하며 창조를 대신하는데 결국 이 모든 것은 편집이다. 제일 재미있게 읽는 책들 대부분이 편집 능력이 뛰어난 것들이다. 전혀 연관성도 없는 것들을 서로 연결시켜 저자 자신이 하려는 주장으로 끌어들일 때 너무 재미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행동이 파급되며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결과들이 여러 곳에서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동시대로 단일권이자 인접성이 늘어나 생기는 이런 흐름이 놀라울 정도다. 대부분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미리 캐치해서 이걸 하나로 묶어 세상에 내놓아 큰 환호를 받는다.

창조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에게 창조란 그런 것이다. 신이 아닌 인간은. 스티브 잡스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선 보인 모든 것은 처음 출시한 것도 아니다. 기존에 다른 업체에서 이미 선보였던 제품이었다. 오죽하면 스티브 잡스가 당당하게 너희도 우리처럼 해 보라고 했을까. 이게 편집능력이다. 갈수록 편집능력이 중요하다. 여기 저기서 짜 맞추는 것은 의미없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 

여전히 방송이나 윗 사람들은 대학에서 물먹은 지식인을 원한다. 그래야 어딘지 뽐나고 내세우기도 좋다. 지식 검색, 위키피디아 등을 볼 때 지식은 특정 계층의 독점물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에 갇혀 있는 사람보다 훨씬 지식으로 꽉 차 있을뿐만 아니라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학교수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을때도 있지만 조금은 부족해도 그보다 훨씬 더 폭넓은 지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알려준다. 그것도 쉽게 설명해 준다.

최근에 나오는 책을 봐도 그렇다. 대학교수가 펴낸 책은 잘 읽지 않게 된다. 고리타분하고 자신들의 용어로만 주구장창 설명한다. 도대체,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을 그렇게 쓴 이유를 알 수 없다. 차라리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독학으로 공부해서 일가를 이루고 쉽게 설명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블로그만 해도 그렇다. 몇 몇 블로그는 도대체 그들의 직업이 의심될 정도로 어지간한 전문가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데이터까지 보여주며 설명한다. 여전히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만의 비밀스러운 것들이 있지만 갖고 있는 것을 놓치기 싫은 발악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간차를 두고 알려진다. (대부분 정책 등과 관련된 민감한 부분이라서)

책에서 편집을 위해 노트가 아닌 카드를 알려준다. 노트는 열심히 필기할 뿐이지만 카드는 섹션별로 카드에 적은 후에 카드에 적은 개념을 섞으면 한 편의 새로운 글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편집이다. 독일 대학에서 무엇을 알려주려 하기보다는 네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교수는 그저 그가 하려는 것을 차라리 지켜본다고 할까. 개념 자체가 우리와는 다르다. 얼마나 기존 개념을 새롭게 내 식으로 편집하느냐가 핵심이다.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 있어 최근에 내가 벽에 막혀 있다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리뷰를 썼다. 상당히 다양한 분야 책을 읽고 썼다. 언젠가부터 무엇인가 책을 읽고 쓰는데 심심하고 계속 제 자리에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간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는 책들과 같은 편집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서 한가지 주제를 뽑아 연결시키고 싶다는 욕망. 책을 읽고 이걸 로직화하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개념이다. 이게 결코 쉽지 않고 책을 그저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계속 정리하고 내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고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 벽을 넘을까 말까하는 단계가 아닐까 한다.

편집을 하기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뭘 알아야 편집이 가능하다. 자신을 알아야하는 것도 포함된다. 나만의 관점과 시선이 있어야 편집이 가능하다.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것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나만의 필터링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묶어 편집한다고 작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죽도 밥도 아닌 실패가 나온다. 그 중심을 이루는 개념을 갖고 다양하게 산개해있는 것들을 모아 편집할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편집이 쉽지 않으니 짜집기를 해도 칭찬과 욕을 받는 사람이 구분된다.

말랑 말랑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책을 좋아한다. 내용이 결코 쉽지 않지만 이걸 재미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김정운의 최대 장점이라 본다. 그만큼 생각했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책에 나온 <에디톨로지> 개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이제부터 내가 하려고, 가려고 하는 지점이 그렇다. 특정 학문의 박사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지만 나만의 스펙트럼으로 여러가지를 묶어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 내 화두다. 머리속에 여러가지 펼쳐져 있지만 이걸 하나로 묶어 기획하고 이합집산을 통해 색다른 개념을 쓰는 걸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오는 현재의 커다란 벽을 넘어 다음 벽을 만나야 할텐데.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김정운이 싫다면 읽지 않을 수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양한 에디톨로지를 읽는 맛도 있다.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159405864  노는만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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