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문학 - 현실, 진실, 사실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철학적인 인물중 강신주와 진중권이 가장 유명하다. 재미있게도 진중권은 철학자가 아닌 미학을 전공한 후 언어 구조주의를 독일에서 공부했다. 유명인물은 많지만 한국에서 철학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두 인물이다. 진중권은 그중에서도 워낙 여러 사안에 대해 끼어들기를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한편으로는 그가 끼어들었다는 표현보다는 그저 일반 사람들처럼 자신의 생각을 SNS에 올렸는데 기사화 되었다.

솔직히 단 한 번도 진중권이 쓴 글을 직접 읽어 본 적이 없다. 대부분 그가 썼다고 하거나 말했다고 한 것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약간 똘아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 균형을 위한 발언으로 이해할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언론에 의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우연히 그가 출연한 예능프로를 시청하게 되었다. 예능만큼 이미지 세탁이 좋은 프로도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진중권에 대한 선입견은 사라졌다.

그도 그저 한 명의 사람일뿐이다. 다소 많은 논쟁에 대해 언급하며 스스로 거부하지 않는 자세때문에 더 소비된 측면이 있을 뿐이지 나랑 똑같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이라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똑똑하고 유식하다는 면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상당히 많은 글을 쓰고 각장 토론 자리에 참여하지만 정작 그가 쓴 글을 읽지 않아 한 번 정도는 읽고 싶었다. (아직까지 강신주의 책을 읽지 않아 똑같은 심정이다) 미학책은 다소 딱딱할 듯 하고 이 책은 괜찮을 듯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에 사진이 많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인문학에 대해 떠든다고 하는데 분명히 구조주의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용어가 마구 썪여 있을 것은 뻔하다. 책을 들쳐보니 사진이 꽤 많다. 이러면 도전할만하다. 몇 번 읽을까하다 말았는데 이번에 읽게 되었다. 역시나 이런 책을 읽을때면 늘 느끼는 감상문이 꼭 이렇게 어렵게 써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 몰라 그러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분명히 집고 넘어 갈 것은 책에 나오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고 낯설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 단어 자체가 외국말이라 한국어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서 오는 읽기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다. 다행히도 끝까지 다 읽었고 읽는데 어렵다며 책 읽기를 잠시 멈춘적은 없으니 책이 꼭 어렵다고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책 자체가 이미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 어렵지만 쉽다. 용어를 나열해가며 설명하는 부분은 읽어가며 넘어가면 된다. 전체 맥락을 잘 쫓아가면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이미지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 이미지는 진실인가 사실인가. 이미지는 진실일수도 있고 사실일수도 있다. 이미지는 진실이 아닐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 이미지 자체가 현실과는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가 연예인을 볼 때 한 개인 자체로 보지 않는다. 그가 대중에게 노출된 영역만큼 그를 알게된다. 그가 갖고 있는 여러 모습중에 일부인데도 일반 대중은 그 모습을 전체로 오해한다. 심지어 본인의 실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데도 그가 출연한 역할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림에서도 실제 모습과 다른 모습을 그린다. 중세 시대 초상화는 실제 모습과 다르게 그렸다. 왕의 모습을 더 위엄있게 그리거나 의도적인 확대, 축소로 왜곡된 모습을 노출시켰다. 사진이 출현하며 진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진실이라고 믿었다. 사진은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사진마저 조작이 된다. 아날로그 시대에 사진 자체를 편집할 수 없다. 찍힌 사진 자체는 거짓을 말하지 않겠지만 사진을 찍히기 전 단계에서 조작은 가능하다.

살인 사건을 찍었다. 엄청난 사진이다. 하지만 찍힌 사진과 달리 이 사진은 연출된 모습이다. 이것은 진실인가, 사실인가, 조작인가, 현실인가.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찍는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우리가 본 사진은 진실이 아닐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얼마든지 연출된 모습을 찍어 실제와는 다른 이미지로 조작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사진을 찍은 후에 그 중에 입맛에 맞는 사진만 노출시켜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연예인이 춤을 출 때 사진을 찍고 그 중에 배가 순간 나오거나 - 실제 나온 것이 아니라 동작때문에 나온다 - 이상한 모습만 노출시킨다면 사람들은 연예인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이제 사진은 디지털화되며 진실여부를 따질 수 없게 되었다. 단 한번도 외국에 가 본적도 없는 사람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실제 투병하신 (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자녀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아버지 실물사진과 함께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직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였다.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없이 각 나라의 사진을 구한 후에 합성하면 된다. 합성사진을 보고 어느 누구도 진실여부는 가리지 못한다. 굳이 합성여부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이제 사람들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보고 있는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실인지 사실인지 여부는 신경쓰지 않는다.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하냐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런 흐름은 방송에서도 가상 결혼이 점점 발전하며 실제 입맞춤까지 한다. 그들이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모호한 상황에 빠진다. 그들이 실제 사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만 프로그램에 하차하며 서로 만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토록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제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두 남녀가 말이다.

예전에 어른들이 무협영화를 보며 '저게 무엇이냐'고 했다. 말도 안되는 영화라고 했다. 이제 무협영화는 차라리 애교다. 처음부터 현실이 아닌 영화라고 대놓고 말했지만 이제 문학작품(드라마, 영화등등)은 그 자체로 이미지화 되었다. 드라마에서 현실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귀신을 보며 마법을 체험한다. 주변인들은 전혀 깨닫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며 주변인들도 깨닫는다. 현실에서는 있음직한 일도 아닌 상황이 벌어진다.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시공간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똑같은 시공간인데도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제는 외계인이 등장해도 환호한다. 어른들마저.

지금은 이미지의 시대다. 문자로 되어있는 글은 읽지 않아도 영상으로 되어있는 그림은 본다. 오죽하면 사진마저 GIF를 통해 연속보여주며 활동사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할까. 볼만한 영상도 많고 책으로 읽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저자들이 직접 책으로 펴낸 내용을 강의와 강연으로 설명하고 촬영해서 유투브 등에 올려 책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문자로 되어있는 책은 시대의 종말을 맞이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할 말과 생각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각종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어디가서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읽는 내 입장에서 할 말은 '책은 다르다'이다. 영상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시청하다 멈춤할 수 있지만 시청하다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할 때 이미 영상은 지속적으로 흘러간다. 반면에 책은 읽다 중단하고 내 생각을 이어간 후 다시 읽을 수 있다. 수동적으로 보이는 책읽기가 가장 능동적인 사고의 확장을 불러온다. 

<이미지 인문학>은 다소 용어가 낯설고 진중권이 썼다는 선입견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들지만 막상 읽을만 한다.(??) 읽는데 딱히 막히거나 이해가 안 되어 주저하는 면은 없었다. 책 내용을 자세하게 하자면 훨씬 길고 깊게 리뷰를 써야 하겠지만 그럴려면 용어까지 하나씩 다 불러내야 해 이정도로 끝낸다. 우리는 이미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미지에 속으면 안 되지만 이미지가 소비되며 현실과 가상의 차이가 무의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이 글을 쓴 내 이미지는 과연 맞는 것일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용어의 향연에 짜증날 수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진이 많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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