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투자자의 장난감이 아니다 - 기업은 금융이 아니다


책이 얇고 <돈은 어떻게 자라는가>를 읽었기에 어려운 책이지만 도전했다. 역시나 책이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 번스타인 등의 금융 재무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다행히도 아주 조금 용어정도는 익숙한 정도다. 전문용어등이 난무하니 문외한은 책 수준과 상관없이 이부분에 걸린다. 꾸준히 관련 글을 읽은 덕분에 겨우 겨우 읽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쓸데없이 글을 어렵게 썼다. 이해는 한다. 지금까지 그런 환경에서 배웠고 너무 당연한 용어와 개념을 갖고 설명하려니 굳이 더이상 쉽게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기업가들이 타켓층이다. 어차피 대기업이야 재무담당들이 있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정도의 사장들이 읽어야 할 책인데 - 그들이 읽지는 않을 것이라는 함정이 있지만 - 이렇게 어렵게 쓰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묻힐 수밖에 없다.
"정확도(accuracy)와 정밀도(Precision)를 구별하는 것이다. 정확도는 측정된 값들이 측정하고자 하는 실제 대상의 진정한 값에 얼마나 조정(Align)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고, 정밀도는 정확도와 무관하게 측정되는 값들이 얼마나 일관되게(Consistent) 측정되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중략) 더욱 큰 문제는 정밀하게만 측정될 뿐 그 진정한 값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굉장히 기술적으로 정밀하게 값을 계산하지만, 그 실제의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밀한 것이다. 문제는 정밀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럴 때 손해는 걷잡을 수 없다. 대부분 정확하게 찾아가면 다소 정밀하지 못해도 어렴풋이 맞을 수 있다. 반면 정밀하지만 정확하지 않으면 편향에 이미 완전히 빠져버려 스스로 실수를 깨닫지도 못하고 망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똑똑한 사람과 잘 나가는 투자자들이 바로 이 지점에 빠져 망한다. 정밀하다고 자신하지만 이미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의미하다. 

서로 자신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정밀하다고 이야기한다. 온갖 데이터를 근거로 다듬고 다듬어 만든 결론이라 알려준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이건 팩트다. 피할 수 없는 결과물에 전율하고 추종한다. "굉장히 기술적으로 정밀하게 값을 계산하지만, 그 실제의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을 명심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다. 차라리 정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미 워렌버핏도 비슷한 말을 했을 정도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회사가 있다. 하나는 실제로 수요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우리는 이를 기업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실제로 수요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고 단지 돈의 흐름에 끼어들어 수익을 거두는 회사다. 우리는 이를 금융회사라고 부른다. (중략) '금융회사가 없어도 기업은 존재할 수 있지만, 기업이 없으면 금융회사는 불필요하여 완전한 사회적 잉여에 불과하게 된다.'"

투자는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본업 - 회사를 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라 - 이 없으면 무가치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금융회사는 기업이 더 잘되도록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투자는 생활을 하는데 좀 더 윤택한 삶을 제공한다. 금융위기기 터진 후에 금융업보다 제조업이 강했던 국가들이 살아남았다. 자본주의는 돈의 힘으로 지탱하는 듯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간이 필수적으로 먹고 살아가는데 지장 없는 각종 편의, 편리, 필수 적인 사물이 있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인간이 지금처럼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은 금융이 아니다. 금융은 보완역할을 할 뿐이다. 어느 순간 금융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렸지만 여전히 금융은 보조재이다. 필수재는 따로 있다. 이 점을 유념하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변에 투자에 목숨거는 사람들은 운선순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인생에 있어 투자는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직업(본업, 업무 등등)이 진정으로 목숨걸어야 할 우선순위다.
지식은 크게 보면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규범적 지식, 서술적 지식, 처방적 지식이다. 

규범적(Normative)지식을 보자. Norm이라는 영어 단어는 표준 또는 일반적인 것을 의미하며 복수형은 우리말로 규범, 규준이다. 규범은 '옳다' '마땅하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 규범적 지식은 그 규범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절대적 진리이며, 대개의 경우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는 신조(Dogma)로 작용한다. 그 규범을 작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한 면도를 보인다.

그 다음은 서술적(Descriptive)지식이다. 묘사적 지식 혹은 기술적 지식이라 부를 수도 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보고하는, 상대적으로 규범적 지식보다 더 객관적인 지식이다. '봄에는 꽃이 핀다'처럼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굉장히 체계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고 산만하고 잡다한 사실들의 집합이 될 수도 있는데, 체계가 없다고 해서 관찰한 것 자체가 서술적 지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처방적(Prescriptive)지식이 있다. 이는 각 주체가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에서 어떠한 의사결정 및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리된 내용의 지식을 지칭한다. 처방적 지식은 가상적이 아닌 실제적 상황에서 '~해야 한다'는, 행동이 따라야 하는 의사결정을 내포하며,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서술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술적 지식이 쌓였다고 저절로 처방적 지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이론가들을 비롯한 자가당착적인 사람들이 규범적 지식으로 똘똘 뭉쳐있다. 우리가 옳고 너희는 틀리다는 적대감마저 갖고 있다. 규범적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권위마저 갖고 자신들의 파를 갖게 되었을 때 그 파급효과는 수없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을 흔든다. 함께 있으면 함이 되고 편안하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줘도 전혀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저 좋을 뿐이다.




실제로 이 내용은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념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개념이라 넣었다. <기업은 투자자의 장난감이 아니다>는 겨우 200페이지 밖에 안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아마도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듯 하다. 지금까지 나는 리스크는 불확실성으로 배웠다. 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손실이 날 수 있는 불확실성으로 이야기한다. 신기하게도 리스크를 금융 재무에서는 변동성을 이해한다고 하니 다소 의아했다. 내가 책에서 배운 개념인데 말이다.

책의 중간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선도와 옵션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업에서 환율에 따른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 대부분 기업들이 선도하지 말고 옵션으로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으로 난 받아들였다. 마지막에 '권의 법칙'으로 적절한 '평균효과'와 '변동효과'를 제안하지만. 이 책을 쓴 목적자체가 잘못되어있는 개념을 타파하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설명한다.

지금까지 발달한 재무론이 전부 금융업종에서 만들어진 측면이 많다보니 기업가들을 위한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제외되었다. 기업에게 중요한 개념이 아닌 금융업계에서 기업을 들여다보기 좋게 변경시켜 왜곡된 것도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정말 중요한 지점은 투자자들의 관점과는 다르다. 투자와 사업을 똑같은 개념이라고 하지만 투자자가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의 관점을 같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 개념이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기업인지 여부를 따져보고 대출하는 금융업계와 법인 자금을 끌여들이기 위한 금융업계 관점에서 설명되어 있고 의도적으로 전파되어 실제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본말이 전도되었다. 어차피 금융관련자들은 이 책을 읽어도 별 영향이 없을 듯 하고 기업가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금융 관계자들을 만나 움직여야 할 텐데. 아마도 내가 무식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똑똑한 기업가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잘 적용해서 보다 좋은 기업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쉽게 쓸 수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어려워도 읽으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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