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생각법 - 경제를 배우자


하노 벡은 전작인 <부자들의 생각법>으로 처음 접했다. 당시 그 책을 펼쳐보니 이미 익숙한 행동경제학 내용이었다. 제목과는 다소 동 떨어졌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미 행동경제학은 많이 읽었기에 살짝 고민하다 읽었는데 좋았다. 확실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전달하는 사람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알려주는냐가 핵심이었다. 이미 익숙한 스토리가 두고 두고 사람들에게 다양하지만 색다르고 신선하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인 것 마찬가지다.

핵심 뼈대는 이미 익숙해도 뼈대에 어떤 살을 붙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여주는것과 똑같았다. 이번 <경젝학자의 생각법>도 그렇다. 책에 나온 모든 내용은 아주 기본적이다. 어지간한 경제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깊숙히 경제문제를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내용을 근거로 쉽게 설명해준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이론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경제이론과 잘 결부시키느냐다.

확실히 은행에서 근무하고 신문지에서 8년동안 기사를 쓰고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이고 기업 컨설팅까지 해서 그런지 글을 풀어내는 능력이 좋다. 쉽게 설명하고 이론을 억지로 연결시키지 않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알려준다. 책에 나온 내용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는 아직까지 나는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과 이론을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어 읽을때마다 새롭다. 무엇보다 경제이론이 너무 많아 전부 기억하기 힘들다. 그 중 몇가지만 본다.

클럽에 음악이 나온다. 트렌디하고 셀럽되는 친구들은 음악이 별로고 물이 나쁘면 클럽을 떠난다. 상관없는 사람들은 어떤 음악이 나오든 계속 클럽에 머물며 흥겹게 논다. 클럼 DJ는 이제 어떤 음악을 틀어도 떠나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아무 음악이나 자신 마음대로 틀어버린다. 국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투표를 하거나 국가를 떠난다.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거나 적응하며 살아간다. 국가 지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해도 국민은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발로하는 투표'라 한다.

중국은 저렴한 물품으로 전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제품이 등장한다. 중국 기업은 많은 돈을 벌었다. 사람들은 한국이 망할것이라 여긴다. 돈이라 함은 화폐다. 화폐 자체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 중국에서 돈이 들어왔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돈을 갖고 결국에는 또 다시 무엇인가 구입을 해야 한다. 중국은 다시 한국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구입한다. 중국 기술로는 아직 힘든 제품일 수 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제품을 구입해서 화폐가 빠져 나갔지만 궁극적으로 서로 물물교환을 했다. 무역이란 이런 것이다. 복잡하게 보인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물물교환으로 서로 필요한 것을 구입했다면 지금은 그 시차와 방법이 복잡하고 가시적이지 않다. 결국 한국이 중국과 일본때문에 망하지 않는다. 서로 필요한 것을 계속해서 주고 받으며 상승작용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며 조금씩 성장한다. 빠른 성장과 늦은 성장이 생기는 국가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호등도 없는 고속도로에 차들이 막혀있다. 대부분 이럴 때 사람들은 사고가 터졌다고 본다. 이유는 알 수 없는 특정 구간을 지나면 그때부터 막힘없이 쌩쌩 달린다. 차가 막히고 뚫리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특정 차가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도 뒷차들은 그 차때문에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점점 차들이 막히기 시작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경제에도 동일하다. 경제 호황과 불황이 반복해서 교차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꽤 시간이 걸려야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동일하다.

탕비실에 커피를 마시고 한 명이 커피잔을 들고 윗층으로 가버렸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사람들이 일시에 몰리면 예전과 달리 잔이 부족했다. 과거에 비해 일시적으로 커피 마시는 사람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커피 잔 자체가 줄거나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윗 층에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커피잔을 들고 밑 층에 내려놓는다. 어느 순간부터 커피잔이 넘쳐났다. 사람들은 더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렇다고 보유 커피 잔이 더 많아진 것이 아니다. 이처럼 돈은 계속 돌고 돈다. 그렇다고 갑자기 안 마시던 사람이 마시거나 마시던 사람이 커피를 끊는 것은 아니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기다리기 힘들어 다른 일을 했다. 물 넘치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욕조는 물론이고 욕실 가득히 물이 넘친다. 이번에는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잊고 꽤 오래 있다 기억이 떠올라 가보니 물이 여전히 차 있지 않아 보니 구멍을 막지 않았다. 통화량은 이와 마찬가지다. 물이 넘치면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물은 계속 틀었는데도 넘치지 않으면 구멍이 생긴 것처럼 돈이 각종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 시간이 좀 더 걸릴뿐 물은 욕실에 흘러넘친다. 돈이 이런 식으로 세상에서 돌아다닌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렇게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많은 경제 현상을 실생활에서 벌어진 친숙한 상황으로 설명해준다. 하노 벡은 이미 2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 이후에 안 나오는 걸 보니 이 책은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한 듯 하다. 나도 고민하다 읽었는데 괜찮았다. 경제는 읽고 또 읽어도 사실 어렵다. 읽을 때는 아는 것 같은데 금붕어 두뇌처럼 금새 다 까먹는다. 그러니 이렇게 전공자도 아닌 나같은 사람은 읽고 또 읽으면서 되풀이하는 방법이외에는 없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쉽다 해도 어렵고 따분할 수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읽어야 지식이 쌓인다.

함께 읽을 책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 받아들이기

배당주로 월 500만 원 따박따박 받는 법

20년 차 신 부장의 경제지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