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생텍쥐페리


하다보니 올 해 정여울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직접 찾아 읽지는 않았다. 정여울 작가는 <내가 사랑한 유럽>시리즈가 유명해지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작가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새롭게 펴 내는 책마다 보다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올 해 펴 낸 책을 전부 출판사에서 보내 줘 읽게 되었다. 정여울 작가의 특징은 감수성에 있지 않을까 한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이 내가 읽은 수필에는 전부 나타난다. 가끔 내가 보지 못하고 읽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걸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려고 하지 않고 느끼려 하지 않고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 내 마음이 메마른 것일까. 그건 정확히 모르겠다. 꼭 나이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진 않겠다. 나이를 먹으면 좀 더 각박해지고 삶이 우선이 되며 감수성을 뒤로 밀어놓고 살아간다.

내 경우에는 특히나 읽는 책들이 거의 대부분 감수성과는 딱히 연관이 없다보니. 읽는 책의 거의 대다수가 이성적이다. 드라마와 영화는 성격 자체가 감수성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그나마 이렇게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이 이성보다 감성에 보다 집중하는 책을 읽을 때면 조금 어렵다. 책 내용이 어려워 읽기 힘든 책도 있지만 무감각해진 내 마음에 바늘로 꼭꼭 찔러도 별 반응이 없는 심장때문에 읽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번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단순한 수필은 아니다.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베리의 작품 중 일부를 발췌하고 정여울이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한 쪽은 <어린 왕자> <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책 내용이 있고 한 쪽은 작가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것으로 구성했다. <어린 왕자>만 10번도 넘게 읽었다고 하는 작가가 책 초반에 말한다. 
작품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었다고. 제일 좋은 방법이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처럼 하는거다.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자신의 생각을 적을 때 더 깊고 확장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만나게 된다. 꽤 고단한 작업이다. 생각을 확장하고 남과 다른 눈을 갖는 것이 그리 쉬울리 없다.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이렇게 작업하는 것도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읽으며 크게 다가오지않는 부분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테면 길들이다는 부분이다. 작가는 서로가 서로를 길들인다고 표현한다. 나는 길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가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체념한다. 나 자신도 내가 변화시키지 못하는데 누군가를 내가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까. 난 어렵다고 본다. 길들였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상대방은 변한 것이 별로 없는데 내가 어느덧 상대방에게 익숙해졌기에 편해진 거다. 상대방의 행동과 생각이 처음에는 서로 부대끼고 삐걱거리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대방을 변화시키거나 길들인 것이 아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받아들이며 적응되었다. 길들였다고 생각하면 내가 편하고 어딘지 뿌듯할지는 몰라도 본질이 변하지 않았는데 그럴 수 없다. 난 그저 상대방에게 익숙해졌다고 본다. 그보다는 인정했다고 본다. 그걸 스스로 길들였다고 최면을 걸어 놓은 것이 아닐까한다. 전적으로 내 편견이다. 사람마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보는 눈이 다르니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포리즘은 굳이 간결하게 말하면 명언이다. 워낙 유명하고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 유독 한국에서만 그런지 여부는 모르겠다 - 유명한 <어린 왕자>를 기본으로 그 중에서 발췌한 걸 이렇게 표현했다. 꽤 괜찮은 방법이다. 책에 발췌한 글을 근거로 나도 해 보는 것은 어떨까도 싶다. 그저 읽고 좋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유명한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난 감수성이 이제 사라졌나봐.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여울을 좋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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