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처럼 생각하라 - 모르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처음 <괴짜 경제학>을 읽었을 때 상당히 신선했다. 경제가 전문가들이나 학자들만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그들끼리 떠들어 대는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이 전부 경제적으로 풀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경제라 하면 무엇인가 돈 이야기를 하고 거창한 걸 언급해야 하는지 알았던 나에게 내가 하고 있고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전부 경제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이 벌이는 모든 것이 인센티브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 또한 너무 당연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인센티브라는 것이 무조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금전이 아니라 도덕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읽게된 <괴짜처럼 생각하라>는 꼭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 책보다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인간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인간은 여러 측면으로 볼 수 있는 신기한 존재다. 경제도 그 한 부분인데 의외로 이 부분으로 풀어내면 신기하고 재미있다.

책 초반에 조지 버나드 쇼의 이야기가 나온다. "1년에 두세 차례 이상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생각하는 것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이니 넘사벽인데 내가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서도 아직 유명하지 않으니 아직 생각을 하는 단계는 아닌가보다. 리뷰를 쓰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내 경우에는 귀결은 글쓰기 실력을 높히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하려는 여정인데 어쩌면 최근에는 같은 생각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

초반에 '모른다'를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모'른다를 솔직히 말한다. 대부분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특히나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가끔 그런 걸 느낀다. 저 인간이 대답은 하는데 자신이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을 '모른다'고 고백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농친다는 것을. 책에는 차라리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 나중에 거짓말을 해도 통한다고 한다. 나름 커다란 깨달음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걸 알고 있으니 중요한 순간에 써 먹으면 된다는.


그러니까 당신만큼의 상상력과 추진력, 창의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부과한 인위적인 장벽에 부딪히게 되면, 그것을 무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기 바란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로 충분히 힘든데, 미리부터 풀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해 버리면 과연 어떤 과정이 전개되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85페이지

인간은 신기하게도 스스로 한계를 규정한다. 스스로 한계를 모르면 쉽게 뛰어넘는다. 기록 경기에서 누군가 일정 기록을 앞당기면 그 다음부터 선수들은 쉽게 그 기록을 작성한다. 팔굽혀펴기를 할 때 10회를 하려면 7~8회부터 힘들다. 20회를 하려면 10회까지는 힘들지 않다. 실제로 사이클 선수들에게 실험을 할 때 전속력으로 달리는 거리를 속였더니 다들 쉽게 이전 기록을 갱신했다. 결국 우리의 인체기관은 심장도, 폐도 아니라 두뇌에서 결정한다. 가끔 초인적인 능력을 보이는 모성본능도 그런 작용이다. 나 자신이 못할 것이다라고 믿지 말고 너무 쉽게 한다고 두뇌를 속이면 두뇌는 이를 믿고 천연덕스럽게 한다. 의외로 두뇌는 가상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리뷰가 아니라 책을 읽습니다. 비평가들의 평 따위에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아이들은 책이 지루하면 그냥 대놓고 하품을 합니다. 체면이나 권위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말입니다." -134페이지

리뷰를 1년에 200권이 쓰고 있지만 타인의 리뷰를 읽지 않는다. 내가 이미 읽은 책에 대한 리뷰는 읽지만 타인의 리뷰를 읽고 책을 선택하지 않는다. 몇몇 믿을만한 사람 - 오래도록 올린 글을 보며 믿을만하다고 판단된 - 이 추천한 책은 읽고 반드시 읽도록 노력한다. 그 이외에는 오로지 내 판단으로 - 이 마저도 순수한 내 판단이 아닌 출판사에서 나를 현혹시킨 문구나 표지 등 - 결정해서 읽는다.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오로지 지금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끔 울거나 걱정어린 이야기를 할 때 어른들이 들으면 살며시 미소 짓는다. 

아이가 한 이야기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른의 이야기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깔깔 거리며 웃는다. 어른이 배워야 할 점이다. 책에서 말한 괴짜란 이런 사람들 아닐까. 괴짜는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원래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남 눈치나 보는 것이 아니라. 너무 솔직한 사람은 배척받을 수 있어 적당한 가식을 갖게 되지만 가식을 버릴수록 사람은 순수해지며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을 갖는 것인지 모른다.


최소한 세 가지 이유로 우리는 그만두지 못한다. 첫째, 포기는 실패의 징후라고 하는 열렬한 처칠 팬들의 말을 항상 듣고 있어서다. 둘째 '매물비용'때문이다. (중략) 사람들이 포기를 못 하는 셋 번째 이유는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에만 주목하고 '기회비용'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 때문이다. -237페이지

포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포기하면 실패한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믿는다. 실패의 문제는 큰 실패일 경우다. 가벼운 실패는 오히려 성공을 가져다 준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위대하게 여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주에 참여한 사람만이 최종 도착점에 테이프를 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러 실험 결과 포기를 해야 한다.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빠른 판단이 중요한다. '포기를 모르는 인간' 같은 명칭은 영예롭고 성공한 자만 누리는 특권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아니라고 판단되면 포기할 줄 아는 인간이 오히려 성공한다.

이미 자신이 지금까지 투입한 시간과 자본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미 수 많은 사례에서 나온다. 포기하는 것이 적은 손해를 보는데도 이미 투입된 시간과 자본등의 노력때문에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포기했을 때 가질 수 있는 기회비용을 전혀 감안하지도 않는다. 투자를 했을 때 포기는 예술의 영역이다. 포기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결단과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된다. 포기를 쉽게 하는 인간이 무서울 수 있다. 시도도 하지 않고 도전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하자마자 힘들어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포기는 다시 말하자면 용기이고 결단이고 뼈를 깎는 고통이다. 자신이 잘 못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아까 언급한 '모른다'를 실천하는 것이다. 

<괴짜처럼 생각하라>는 경제학 책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어색하다. 그렇다고 동기부여나 성공학 책도 아니다. 남들처럼 살아가지 말라는 책이라고 하면 차라리 맞다. 제목에 나온 괴짜는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괴짜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생각만 하고 살아도 괴짜처럼 보인다. 남들과 무엇인가 다른 행동과 실천과 언어를 쓰게 된다. 나는 괴짜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지만 괴짜가 되고 싶다. 그게 이 세상을 살아갈 원동력이자 힘이 되지 않을까. 이미 난 괴짜일까. 그렇다면 더 괴짜가 되어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획일화를 강요하는 나라에서 과연 ㅠ.ㅠ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괴짜가 되지 못하면 낙오될지도.


함께 읽을 책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 받아들이기

배당주로 월 500만 원 따박따박 받는 법

20년 차 신 부장의 경제지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