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 언더독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최근작이다. 말콤의 모든 책을 읽었다. 국내에 번역된 책은 다 읽었는데 이번 책은 하다보니 두고 두고 읽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딱히 끌리지 않았다. 말콤이 쓴 책은 전부 읽을만하다. 최소한 고리타분하지 않으니 읽는 재미는 괜찮다. 그런데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땡기지 않아 지금까지 읽지 않다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읽고보니 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촉이 좀 좋아졌나보다. 그 촉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내 엄청난 편견이 들어간 선입견이지만. 말콤 책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스토리다. 지금까지 펴 낸 모든 책이 한결같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준다. 베스트셀러가 된 모든 책이 그렇다. 어느 누구나 전부 자신의 주장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을 쓴다. 'A는 B다.'라고 하면 맞는 주장이라고 해도 재미가 없고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A가 B가 되는 이유를 재미있게 알려주고 설득력있는 조사와 관련성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아마도 말콤은 세계 최고일지도 모른다. 그가 쓴 책은 한결같이 자신이 내세우고자 하는 주장보다는 스토리로 가득차있다. 그것도 아주 아주 디테일하게 세부적인 면을 묘사하다. 우리가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끌여들어 다소 진부하게 만들지 않고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나 사건을 발췌해서 취재하고 연결시킨다.

워낙 현실성있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소설책이라 해도 무방할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로 점철되었다. 이러다보니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헛갈릴때도 있다. 특히 이번 <다윗과 골리앗>은 그런 면이 너무 두드러진다. 실제로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마도 50페이지 정도면 다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걸 온갖 스토리를 연결시키고 너무 세부적인 이야기까지 알려주니 좀 늘어지고 지겹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이야기까지 계속 확장해서 썼다. 자신이 주장하는 점을 명확하고 설득력있게 사람들에게 호소하는데 스토리를 얹어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는 좋지만 과하게 장황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다. 핵심만 알려줘도 될텐데 뭐가 그리 디테일한지 저자가 명확하게 주장하는 것까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책 자체에서 알려주는 내용이 딱히 대단할 것이 없고 단순한데 그걸 억지로 글자를 채운 면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뭐 이런 내용이다. 누가 봐도 다윗처럼 몸도 왜소하고 키도 작은 사람이 골리앗처럼 키도 크고 몸도 강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다윗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필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골리앗 규칙에 맞게 다윗이 움직이면 무조건 진다. 다윗에게 맞는 방법으로 골리앗을 상대해야 한다. 이럴 때 다윗은 결코 골리앗이 예상하고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각 분야에 맞는 룰이 있다. 누구도 그 룰을 지키는 선에서 노력한다. 다윗은 그럴 수 없다. 룰을 적당히 어기는 절묘한 타이밍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싸워야 한다.

다윗이 하는 방법 자체는 이단아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에게 유리하고 적합한 방법을 써야 한다. 어쩌면 두번은 안 통할 수 있다. 처음에는 생소하다보니 당황해서 져도 두번째부터는 충분히 대처할테니 말이다. 어차피 맞대결을 정면승부로 해서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 내 약점이 노출되기전에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해야 한다. 다윗이 이긴 방법이다. 바로 언더독이라 불리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쓰는 방법이다. 자신이 할 수있는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전부 쏟아붓는 것.

우리는 용의 꼬리가 될 것이냐 뱀의 머리가 될 것이냐를 자주 이야기한다. 용의 꼬리가 되는 것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보다 높은 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잃는 것이 있다.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자학한다. 차라리 다소 실력은 떨어져도 그곳에서 잘 나가는 편이 훨씬 좋다. 자신이 잘한다는 성취감은 계속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내 경우에 일요일마다 축구를 하는데 늘 20대 친구들이랑 할때마다 무척 힘들다. 빠른 주력으로 빠져나가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갖고 있으니 함께 시합을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우연히 내 또래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나도 몰랐다. 내가 그곳에서 메시처럼 움직일 것이라고는. 상대편이 아예 나를 막으라고 외칠 정도로.

'큰 물고기 - 작은 연못'처럼 되어야 한다. '작은 물고기-큰 연못'보다는 훨씬 좋다. 우리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일정 이상 능력을 갖추고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자격이 되었을 때 가능한 방법이다. 그보다 먼저 작은 연못에서 큰 물고기 되어 보는 것이 좋다. 단계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그 싸움에서 이기며 성취감을 볼 때 보다 자신있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물론, 책처럼 된다면 도대체 작은 연못에서 나만 큰 물고가된다는 말도 안되는 면이 있지만.

하버드에서 하위권 성적을 받는 것보다 다른 대학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는 학생이 더 좋다고 한다. 실제로 책에서는 타 대학 상위권 학생을 입사시킨다고 말한다. 실제로 책에 소개된 친구는 물리학을 포기하고 변호사가 되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그 친구는 물리학을 포기했을 뿐 변호사가 되었으니 무엇을 했어도 결국에는 일정 이상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하는 위치에 올라갔다. 이런 면은 말하지 않는 다른 측면이지 않을까. 실제로는 자신의 적성같은 면에서 몰랐다고 할 수도.

중반부에는 각자 부족한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결국엔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지극히 성취일변도의 이야기를 해 준다. 이미 다른 책에서 많이 알려준 내용이라 어찌보면 말콤 글래드웨답지 않게 평범하다고 할 정도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좀 사족처럼 쓸데없이 너무 많은 스토리를 알려준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강조하거나 쉽게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페이지만 풍부하게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음 책은 아마도 안 읽거나 출판된 후 상당히 시간이 지나 읽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베스트셀러에 즉시 오르겠지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뭐 이리 말이 길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말콤의 독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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