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 이니시에이션


느림 미학의 대가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꼽는다. 그는 모든 문명을 거절하고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2년 넘게 살았다. 그 곳에서 스스로 경작하며 생활했다. 어떻게 보면 고작 2년 기간 동안이었다. 그가 그렇게 유명해진 것은 실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고 사람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책으로 나온 그의 삶과 철학은 그 후에 무위 대표로 떠올리게 되었다. 난 윌든을 읽었지만 사람들이 칭송할 정도로 대단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강상중 작가의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강상중 책을 읽을 때 마다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상을 느낀다.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자이니치 삶을 살다 한국에 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삶을 살아간다.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어느 곳에 끼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 모습 자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았던 소로와 닮았다.

강상중 책을 읽을 때 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만 알면 된다. 그가 쓴 거의 모든 책은 이 두 작가의 사상이나 글이나 책에서 출발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자신이 할 이야기를 두 사상가의 - 소세키는 소설가지만 - 목소리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생각을 곁들인다. 매 책마다 두 사상가를 끌어들이지만 매번 다른 책을 끌어들여 말한다. 단,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강상중이 하는 이야기는 내가 볼 때 두 가지 중요한 중요인자가 있다.

하나는 자이니치로 삶을 살아가며 경계인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또 하나는 사랑하는 아들의 자살이다. 이 두가지를 나쁘게 이야기하면 사골국 우려내듯이 주구장창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강상중이 하는 이야기가 좋다. 그렇기에 매번 이렇게 그가 발표한 책을 찾아 읽는다. 전작주의다. 어딘지 음울하고 읋조리듯이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귀기울여 듣는다. 한편으로는 나도 그렇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홀로.

현재 그 어느곳에서 속해있지 않다. 회사를 다니지도 않는다. 의외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끼리 자주 만난다. 내 경우는 그렇지도 않다. 굳이 만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은둔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일부러 내가 막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만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자주 경계인이 될 때가 많다. 좋게 표현할 때는 누구 편도 속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나를 만날때 경계하지 않는다. 반대로 누구 편도 아니라 중요한 결정(?)은 전혀 모른다. 나중에 알게 된다.
강상중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는 것처럼 나도 굳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지만 나 혼자 열심히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열심히 떠들고 있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리뷰를 통해, 책을 통해. 가끔은 강의를 통해. 쓰고보니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심각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이번 <마음의 힘>은 나쓰메 소세키는 - 책은 마음 -  변함없지만 막스 베버 대신에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 중요한 모티브다. <마음>책의 가와데 이쿠로와 <마의 산>책의 주인공인 한스 카스토르프가 등장한다. 두 명이 몇 십년이 지나 같은 공간에서 만나 서로 옛날 경험을 갖고 이야기한다. 그 후에 다시 강상중이 부연설명을 하는 스타일이다. 고백하자면 이전 책에 비해 이번 책은 다소 다가오는 울림은 적었다. 마음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한다. 현대인들은 마음 병이 크다고 한다. 과연 현대에 와서 마음이 더 아픈 것일까. 내가 볼 때 그것은 아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차이는 없다. 다만 예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알지 못했던 것을 인지하고 깨달으면서 마음이 아파다는 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아닐까. 자기 중심이 없는 현대인이 아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예전보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자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마음이 더 아프다.

이니시에이션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전수라는 표현이다. 마음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단어다. 마음은 전달하는 것이다. 마음은 알아주는 것보다는 - 그러면 참 좋겠지만 불가능하니 -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전달해야 상대방이 알아챈다. 전달할 생각을 하지 않고 알아주길 바라니 마음이 아프다.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알아주는 것도 참 힘들다. 내 맘같지 않으니 힘들다. 에고, 자꾸 글이 어긋난다. 마음이 무겁다.

매 책마다 200페이지 정도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부피는 되어야 된다는 강박이 있는데도 정확히 자신이 할 말만 한다. 굳이 필요없는 말을 더 늘려하지 않고 담백하고 꼭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런 문체때문에 강상중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내 문체가 담백하고 짧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서(라고 썼는데 맞나?). 특정 작가의 책을 연속적으로 읽다보면 어느 순간 하는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강상중의 <마음의 힘>은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다른 책이 비해 좀 덜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소 낯선 스타일이라서.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마음은 전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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