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 남자되기 어렵다



나란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물건을 바라보는 자세 등은 지극히 일반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저 몇몇 분야에서 남들보다 조금 더 지식이 쌓여 그걸 이야기하다보니 무엇인가 있어 보일 뿐 아주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이를테면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지식과 경험을 통해 이제 막 진입한 사람에 비해 아주 조금 더 알 뿐이다. 그 정도 수준에서 머물뿐 그 이상으로 무엇인가 남들과 다른 시야를 갖고 보지는 못한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갖게 된 지식이 있을 뿐이다. 내가 말하는 다르게 본다는 것은 일상에서 흔히 보는 현상을 자신만의 뷰로 말하는 사람이다. 전문가가 자신만의 전문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이 밥만 먹고 공부하고 연구한 분야니 우리가 볼 때는 특별한 뿐이지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대단할 것은 없다. 남들이 보는 것을 자신만으로 생각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완전히 젬병이다.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발견하거나 남들과 다른 관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시선을 갖고 지극히 평범하게 이야기한다. 남들과 아주 조금 다르다고 하면 남들은 그저 볼 뿐이고 나는 누구나 똑같이 본 것을 글로 적어 표현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수필을 읽을 때 그런 감정을 갖게 된다. 수필이란 지극히 평범한 주변 상황이나 자신의 삶등 신변잡기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담담하게 자신 주변 이야기를 전달하며 공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감탄사로 읽게 되는 것도 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대체로 좀 까탈스럽고 신경이 곤두서는 사람들이다. 그 이유가 바로 남들과 다르게 보는 장점인 듯 하다. 나처럼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사람은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나만의 확고한 뷰를 갖고 있지 않아 그들이 이야기한 뷰가 신기하다.

시오노 나나미는 딱 봐도 그런 사람이다. 유들유들하고 푸근한 할머니라기 보다는 무척 까칠하고 깐깐한 할머니로 보인다. 그와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고 <로만인 이야기>를 읽은 것이 전부다. 싫든 좋든 인간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든 것이 외부로 표출된다.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 젊을 때는 젊음이라는 최대의 무기로 모든 것을 다 감출 수 있어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이상 감출 수 있는 곳이 사라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렇게 보인다.

역시나 예상대로 <남자들에게>를 읽고 보니 틀리지 않았다. 정감어른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보다 가늘게 눈을 뜨고 투시하는 시선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입은 웃고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선글라스를 낀 눈 너머에 있는 진심은 읽기 힘들다고 할까. 이 책은 사실 블로그 이웃이 자주 언급해서 읽게 되었다.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남자에 대해 언급하는데 어떻게 이야기할지도 궁금했고.
까칠한 덕분인지 <남자들에게>를 읽으면 시오노 나나미만이 갖고 있는 시선을 볼 수 있다. 새롭기도 하고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관점의 전환도 느낀다. 게다가 참 별 것 아닌 사소한 부분인데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신기하기도 한다. 역시나 글을 잘 쓰는 작가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느낌도 드는데 번역가가 번역을 잘 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일본말과 한국말이 연관성이 많다고 해도 한국어로 읽는데 꽤 맛을 잘 살렸다.

아쉽게도 일본인이지만 책에서 언급하는 남자 중 일본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적다. 일본 남자를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동아시아 남자다. 책에서 언급되는 멋진 남자의 기준이나 멋진 남자들이란 대체적으로 서양인이다. 이탈리아에서 워낙 오래도록 거주한 사람답게 이탈리아 남자가 멋진 남자의 표본으로 느껴질 정도다. 양복을 입는 자태나 타고난 멋쟁이는 동양기준이 아닌 서양기준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양 남자는 많은 부분에서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다. 

인텔리한 남자라면 매력적인 남자 조건중 하나다. 여기서 인텔리가 문제다. 배우거나 만든 인텔리가 아닌 타고난 인텔리를 요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우리가 왕족을 볼 때 느껴지는 젠틀함마저 갖고 있는 인텔리를 요구한다. 나같은 찌질한 남자는 어쩌라고. 성적매력마저 가꾸고 다듬은 것이 아닌 타고난 매력이다. 꾸미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성적매력. 이런 남자가 있기는 하다만 이거 원.. 나..

심지어 목덜미를 이야기한다. 목덜미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타고난 거 아닌가. (내 착각인가) 물론 이런 점을 제외하면 책에서 언급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롭다. 쓸데없이 바쁘게 보이는 남자를 여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라고 한다. 두꺼운 만화책을 전철에서 읽는 남자나 불안을 모르는 남자 - 불안을 모르는 남자가 이상하다 - 구차한 남자는 아주 매력 없는 남자로 치부한다.

과묵하면서 할 말은 할 줄 알고 내 이야기는 잘 들어주는 서양 남자가 이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남자가 아닐까 하는데. 이것도 한 편으로는 판타지가 아닐까도 싶다. 맞다. 몸도 꽤 좋아야한다. 도대체 나란 남자는 어느 하나 부합되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거슬리거나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이 리뷰를 쓰면서 이런 방향으로 리뷰를 쓰고 있다. 읽을 때는 별 감정이나 감흥은 없었다. 그 보다는 독특한 시선에 작가는 이래서 다르구나라는 정도의 느낌이 더 강했다.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 로마도 그리고 르네상스 문명의 꽃 피렌체도 베네치아도 우선은 돈을 벌었단다. 문화, 문명을 창조한 것은 그 다음 얘기, 돈이 없이는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지. 에스파냐도, 빈을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 제국도, 프랑스도, 영국도, 그리고 최근의 미국도 우선 먼저 부자가 되었단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지금까지 부자가 된 민족이 모두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 정도로 문화, 문명을 창조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단다.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남자의 매력은 우선 추레해지지 말아야 할 듯 하다. 그 이후 자신만의 매력은 각자 하기 나름일 듯. 이이고 멋진 남자 되기 힘들어라..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자들에게 이런 남자 찾지 말아주세요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남자라면 매력있는거 맞겠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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