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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내 생각엔


며칠 전에 나의 사랑하는 후배가 문자 메시지를 한 줄 보냈다. 그 메시지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언니언니언니언니언니.' 시계를 보았다. 열 시 반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언니, 매일 새벽 세 시에 내가 우는 것 알고 있었어? 언니가 알아? 아느냐고? 그리고 나서 그녀는 우주 전체가 울릴 만큼 큰 소리로 엉엉엉 한없이 울었다.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실용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어 책에서 나온 문장같은 글을 못 쓴다. 소설 종류의 글이 세밀한 묘사와 관찰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한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는 소설이나 에세이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노력을 해 본 적이 없어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글을 써 보고 싶다. 저자인 '정혜윤'은 이 전 책인 <삶을 바꾸는 책 읽기>로 알게 되었는데 다른 책소개하는 책과는 달랐다.

라디오 PD라고 하는데 감수성 돋는 글이 많았다. 그 책에서 소개하는 책에 대한 설명은 내가 <책으로 변한 내 인생>을 쓸 때 목차를 주제로 참고를 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다른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 책 <침대와 나>는 에세이와 책 소개가 연결되었다. 자신의 상황이나 주변에 일어난 걸 자신이 읽은 책과 연결하고 책 내용이나 문장을 보여준다. 이런 형식의 글은 참 어렵다. 연결하는 것도 힘들고 소개하는 책을 꽤 잘 알고 많이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물론 살아오는 내내 내가 성실한 독자였단 뜻은 절대 아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영재여서 '너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니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란 말을 들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집엔 상대적으로 많은 책이 있기 했지만 그건 어린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책들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가 책을 좋아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순간 완전히 기분이 좋아졌던 적이 있고 그렇다보니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 말에는 항상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기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가 잘 모르는 책 이야기를 하면 무관심한 척 있다가 득달같이 서점에 달려가 일단 사놓고 보는 충동적인 쇼핑광이었고 그 결과 가방 속에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언제나 책이 한 권씩 들어 있게 되었다. 내 자동차 바닥엔 읽고 던져놓은 책이 하도 많아서 내 차를 타려는 사람은 모두 두 발을 들고 타야 하고, 결국은 사람들이 내 차에 동승하는 걸 거절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독서광인 적은 없다. 지금도 독서광은 아니다. 내 기준으로는 1년에 200권 정도를 거의 대부분 정독으로 읽고 있지만 독서관정도는 아니다. 이제부터 꼭 정독을 하지 않아도 그 책에서 얻을 것이 있으면 그 정도만 읽고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고 있다. 실천이 될지 습관적으로 그래도 끝까지 읽고 리뷰를 쓰게 될련지 정확하지 않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책에 관해 나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상대방은 나에게 읽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될 수 있는 한 읽지 않았으면 솔직히 이야기하고 서점 등에서 봤으면 가볍게 대화를 이끌어 가지만 가끔은 읽은 척 할 때도 있다. 읽지 않았지만 어떤 내용일지 알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알고 있는 내용이라 나도 모르게 나를 속이는지 상대방이 속는지 모를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남들이 책에 대해 알려주면 어떤 책인지 들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누군가 책읽는 모습을 보면 어떤 책인지 확인하고 싶다.

지금도 그렇다. 꼭 독서를 할 때 목표를 하지 않지만 지금은 열심히 이번 달 읽어야 할 책 20권을 위해 달리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내가 누군가에게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이번 달에는 20권을 읽자며 결심했고 노력중이다. 주말마다 밖에서 약속이 있고 강의가 잡혀 거의 읽지 못하지만 평일 기준으로 한 권씩 읽어야 하는 뭐 어렵지 않은 - 뻥 - 목표다. 이렇게 되면 좋은 점은 시간이 날때면 다른 짓(?)을 하지 않고 틈날때마다 무조건 책을 읽게 된다. 이런 점은 장점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이 순간 자네 뭐 하나?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이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시게.

조르바를 읽지 못했다. 세계문학전집을 1권부터 읽자는 별 쓸데없는 결심을 하다보니 미루게 되었다. 벌써 세계문학전집을 1년도 넘게 한 권도 읽지 못하고 있어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야겠다. <그리스인 조르바>도 읽어야겠다. 조르바를 읽지 않아도 워낙 여러 사람이 언급해서 아는 바는 이거다. 조르바는 현재를 사는 남자다. 미래가 아닌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상황에 충실하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면 행복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그 뿐이다.

자꾸 벌어지지 않은 일을 떠올리며 걱정한다. 현재가 지나야 미래가 된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니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 현재에 대비하면 된다.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카르페디엠. 쾌락, 만족, 행복은 모두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할 때 만끽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지. 현재만 집중하면 되는데.


오늘 내가 나에게 들려주기 위해 책장에서 뽑은 책은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그리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이런 책들은 반성을 권하지 않아서다. 이런 책들은 반성하라고 말하는 대신 성찰하라고 말한다. 쉽게 화해하라고 말하는 대신 오랫동안 싸우라고 말한다. 무조건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대신 극복한 연후에 사랑하라고 말한다. 내가 온몸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삶뿐이며 삶을 증오할 때가 삶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알려준다.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재미있고 시간을 때우려고 읽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인가 강박적으로 배우기 위한 방편으로 책을 택한다. 책에서 나에게 말한다. 반성하라고. 책을 읽고 난 반성한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내가 잘못 살았구나.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난 무엇을 했나. 이런 식으로 반성을 하게 된다. 그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성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진국이다. 자신도 하지 못한 일을 책에서 권유하고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라고 다를바 없다. 그도 나도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지가 뭔데 나보고 반성하라고 이야기하나. 

나도 열심히 살아왔다. 최소한 남부럽지 않고 성실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인간 삶이 있다. 꼭 정답은 없다. 왜 우리는 정답을 권하고 정답을 찾으려 하는가. 난 그것자체가 불행이라 본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반성보다는 성찰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내 삶을 성찰해야 한다. 이런 책은 대부분 좀 밋밋하다. 나를 자극해서 심장을 뜨겁게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만든다. 뜨거운 심장은 살아있는 한 계속 뛴다.

흥분하면 심장소리가 들린다. 심장 소리는 오래도록 들리지 않는다. 흥분은 사물을 오해하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때는 신나게 무엇인가 한다는 즐거움에 빠져도 어느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거나 이상하다는 판단이 든다. 나에게 반성을 권하지말고 차분하지만 성찰을 권했어야 하고 나도 그랬어야 한다. 오늘도 반성하라고 날 꾸짖는 책과 강의와 이야기를 쫓는다. 무엇인가 부채감에 젖어 오늘도 반성한다. 그런데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우리 반성하지말자. 내가 살아온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과 다를뿐. 좀 달랐다는 것이 반성해야 할 이유는 못 된다. 치열하게 모든 시간을 쏟아부은 삶만이 성공한 삶이고 그에 비해 나는 시간을 허송세월한 실패자가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동안 내가 무엇을 갖게 되었고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얻었는지 성찰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와는 다른 나만의 경험과 지식이 있지 않겠나. 부정하지 말자. '네 까짓것이 뭔데 나한테 그래!!!'라고 차라리 욕하자.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조금 지루하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좋은 문장이 나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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