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자 - 요약판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지금까지 몇 번 읽었다. 예전 개정판 전에 한 번 읽었고, 새로 개정되면서 한 번 읽었고 그 이후로 또 한 번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 년 전에 해외 여행갈 때도 들고 갔다. 들고 가서 몇 페이지 읽지 못하긴 했지만 여행 갈 때 들고갈 한 권으로 선정했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 <현명한 투자자>는 꽤 의미있는 책이다. 굳이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아도 책에서 나온 개념은 두고 두고 써 먹고 기억해야한다.

읽었다고 투자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이해를 했다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현명한 투자자> 요약판을 읽으려고 하는데 초반에 기라성 같은 분들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 글을 읽으니 내가 더 잘났다는 우월감보다는 내가 도대체 무엇을 읽었을까에 대한 우려가 들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완벽히 읽지 못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것은 글자뿐이라는 사실로 다가왔다.

어렵든 쉽든 일단 손에 잡은 책은 끝까지 읽는 스타일이라 걍 읽었다고 고백한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조금 덜 하지만 예전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정독으로 읽었다. 어려우면 내 수준이 아직 못 미치는 것이라 탓하며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 그렇게 읽었던 <현명한 투자자>가 요약판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누구나 다 알기때문에 오히려 읽지 않은 책들이 고전이다. 고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달되며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어 아예 읽지 않는다.

<현명한 투자자>도 그렇다. 이 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투자를 하는 사람치고 - 주식투자자라면 더더욱 - 이 책을 모를리 없고 누구나 한 번 정도는 도전했을 것이다. 막상 도전하지만 쉽지는 않다. 책이 어려워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책을 펴 낼 당시의 기업들을 예로 들며 직접 주가나 내재가치를 계산해서 그렇다. 투자 마인드나 쉽게 가치 계산하는 책이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주식 투자를 했다는 사람을 전제하에 써진 책이다.

이러다보니 8장과 20장처럼 투자뼈대가 되는 원칙과 개념을 설명하는 내용을 제외하면 다들 길을 헤매게 된다. 그나마 이전 개정판에서 매 장마다 해설이 있어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요약판은 쉽고 분명하게 핵심만 있다. 이마저도 당시 기업을 설명하고 기업분석하고 가치 계산하고 적정주가를 알려주고 있어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입장에서는 건너 뛰어도 무방하다. 큰 지장은 없다. 이해하는데.
벤저민 그레이엄의 위대함은 숫자다. 주식은 온갖 숫자가 난무하는 투자다. 기본적인 분석에는 다양한 분석이 들어가지만 역시나 주가라는 숫자를 사람들은 기본으로 삼는다.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오를 것이다, 떨어 질 것이다라는 막연한 감으로 투자했다. 여러 호재나 악재로 오르거나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과 공포를 갖고 매수하거나 매도했다. 하지만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를 숫자로 표시하게 만들어줬다.

기준점이 생긴 것이다. 이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이보다 더 위대한 발견(?)은 없다. 최소한 막연히 투자하는 시대가 종말을 맞았다. 이제 사람들은 그럼에도 주가가 올라 것이라고 외친다. 다른 편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내릴 것이라고 떠든다. 누가 맞는지 틀린지는 여기서 논외의 대상이다. 오로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런 기준점을 사람들에게 제시했다. 

그것도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툴을 제시했다.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 내재가치를 제시했다.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여전히 이런 방법은 다수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라도 누구나 다 참고한다. 차트를 투자하는 사람도 가치투자하는 사람도 참고한다.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개념을 인간 머릿속에 심었다. 이보다 위대한 투자개념은 없다. 아직까지 다른 영역에는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어도 주식투자만큼은 확실하게 인지되었고 활용한다.

이 책을 전부 다 읽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몇 장만 읽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나머지 부분은 계산하고 실제 사례를 알려주는 부분이라 어렵기도 하고 그 부분을 읽지 않아도 지장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 것처럼 - 워런버핏마저 - 8장과 20장만 읽어도 된다. 그 부분만 여러 번 읽어 확실히 내 투자 원칙으로 삼고 참고해서 투자한다면 아마도 크게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본능에 좀 역행하는 것이라 그렇다.

솔직히 그 마저도 힘들다고 하는 사람은 - 이건 영업 비밀이겠지만 - 마지막에 한국판 특별 부록으로 실려있는 신진오의 글을 읽으면 된다. <현명한 투자자>의 핵심사항만 정확하게 전달해 준다. 그것도 한국 상황에 적용해서 알려주고 있어 이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지 않고 그 부분만 읽을까 걱정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당연히 좋다. 아울러 아예 이 책의 원본인 <현명한 투자자> 8장과 20장을 제대로 읽는 것을 권한다.

매해마다 <현명한 투자자>를 한 번은 읽어야지라는 생각도 했는데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오랫만에 읽게 되었다. 비록 요약판이라도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은 전부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갈급함이 조금 생겨 최소한 8장과 20장이라도 다시 원본(그래봤자 번역본이지만)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와 안전마진만 제대로 기억한다면 절대로 절대로 손해 볼 일은 없다. 이상과 현실이 다를 뿐.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요약은 확실히 요약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 책이라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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