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계절 - 단편


일본 책 중에 가장 괜찮은 것은 추리소설류다. 일본에서 나온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추리 소설쪽이 워낙 발달해 그런지 그 분야는 많이 읽게 되었다. 그것도 나는 어딘지 조금 안 맞는 것도 있다. 일본 추리, 스릴러 소설보다는 서양 쪽이 더 재미있다. 일본은 발음상 문제로 영어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번역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출판시장이 생겼다. 

인구도 많고 책도 많이 펴 내니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정도로 다양한 책이 있다. 그만큼 필력과 내용이 좋은 책이 많을 것이라 판단되는데 지금까지 일본 번역 책을 읽고 서양에서 번역된 책에 비해 깊이와 놀라움과 깨닫게 해 준 책이 없다. 자연스럽게 일본 책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읽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읽는 책 분야가 그럴 수 있기도 하다.

대신 약간 소프트한 책은 그나마 읽을 만한다. 그마저도 우리나 그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 뻔한 책을 번역해서 소개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선입견이 무섭다고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본책을 읽지 않느냐하면 그건 분명히 아니다. 1년 단위로 쳐도 몇 십권은 읽는다. 차라리 특이한 소재 책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해야 할 듯 하다.

일본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고 선정하는 책들이 있는데 몇 권을 읽었더니 다 실패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책 마케팅에 이 문구가 있으면 읽는다. 그 중에서 한 권이 <64>였다. 꽤 두께가 되었는데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박하거나 스펙타클한 내용은 아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미칠 지경인 책도 아니다. 추리 소설의 핵심인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재미있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드라마의 힘이었다. 이 설명은 애매하고 내러티브의 승리였다. 탄탄하게 조금씩 조금씩 본질을 향해 접근해 가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그 이후 번역 된 <사라진 이틀>도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탄탄한 설정과 느린듯하지만 잘 짜여진 구조를 읽는 맛이 훌륭한 작가였다. 한동안 추리소설쪽을 읽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좀 읽고 있는데 - 여러가지 머리 쓸 때는 이런 분야가 최고 -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이 모여 있는 걸 도서관에서 알게 되었다.

보통 그럴 때면 연대순으로 읽는다. 첫번째 책이 <그늘의 계절>이다. 몇 권 중에 첫번째 책이었고 읽었다. 다만 내가 놓친 것이 있었다. 단편이었다. 이상하게도 난 단편이 모여 있는 책은 별로다. 기껏 익숙해지고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내용이 끝난다. 그 자체로 끝났기에 괜찮은데 다른 작품이 또 시작한다. 또 다시 익숙해지고 적응해야 한다. 몇 개의 작품이 모여있으면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그게 좀 싫다.

막상 <그늘의 계절>이 단편 모음집이었다면 선택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읽고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끝나고 알았다. 그래도 이 단편이 인기가 좋아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는 시리즈 물로 썼다고 하는데 두번째 에피소드에 전 편의 주인공은 가볍게 잠시 출연하고 만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다. 자리를 내 놓지 않으려는 전직 경찰을 찾아갔지만 단호히 싫다고 해 추리했더니 나름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에 그 이유를 유추하게 되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자리를 내 놓았는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추리한 내용이 맞아 떨어졌다. 어느 누구도 무엇이라 할 수 없는 완전한 해결이 이뤄졌다. 그것도 은퇴하고 나서. 내용이 재미있다. 100페이지로 끝나는데 그걸로 책 펴내기는 애매해서 다른 단편도 있다. 이 점만 제외하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몇 권 더 있는데 그 책 중에 단편모음집이 아닌걸 읽어야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단편이잖아.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용은 짧고 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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