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의 힘 - 경험


의도하지 않게 은지성 저자의 책을 역순으로 읽게 되었다. 아마도 자발적으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줘서 읽게 되었다. 첫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니 그 이후로 저자의 책은 재 출간되며 보내주었다. 이번 <직관의 힘>은 보내달라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보낸다고 해서 봤다. 보내준다는 책을 거의 대부분 거절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전부 다 수락했는데 최근에는 가끔 거절하는 정도다. 

다만 증정도장은 찍지 말아달라고 한다. 내 입장에서 이 책을 공짜로 받은 것과 내가 리뷰를 올리는 것의 가치를 굳이 비교하자면 내 리뷰가 훨씬 더 크다. 내가 반드시 읽고 싶어 택한 책도 아닌데 증정도장까지 찍은 책을 받고 싶지 않다. 그나마 책 내부에 찍으면 괜찮은데 책 외부에 떡 하니 찍으면 솔직히 짜증난다. 증정도장찍지 말라고하면 안된다고 하면 나도 보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책은 내부에 증정도장이 떡하니 찍혀있다. 안 읽고 리뷰를 올리지 말까하다 읽고 올린다.

인간에게 직관은 위기 상황을 탈출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무엇인가를 조사하고 철저히 파악한 후에 대처하면 늦는데 위기 상황에는 흔히 말하는 본능에 이끄는대로 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본능에 따라 하는 것은 맞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직관은 아무 때나 무조건 믿고 따르면 안 된다. 관련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을 때 하는 직관은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엉뚱한 결과로 이끈다.

수풀이 흔들리면 무엇인가 한다. 짐승이 나타난다. 그 다음부터 수풀이 흔들리면 호기심 따위는 갖지 않고 일단 도망간다. 이런 경험이 축적된 후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자신도 모르게 내릴 수 있다. 무조건 직관을 따르면 망한다. 이 부분이 참 중요한데 이것까지 설명해야 한다. 직관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여러 조사도 있는 것으로 안다. 본능적으로 수저로 밥을 먹는 것은 오랜 경험의 결과다. 학습된.

똑같이 직관도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하면 안 된다. 직관이란 분명히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중요한 도구(?)다. 투자 결정을 할지 말지 부분에 있어 경험없는 사람이 내린 결정이 재수좋게 맞을 수도 있지만 연속되지는 않는다. 오랜 경험이 축적되고 쌓여 직관이 발달하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많은 사례들도 전부 그렇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전부 인류 역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 사람들이다. 그것도 주변 몇 몇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도가 아니다.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위대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관을 갖고 선택을 했고 행동했다. 그것만 보면 안 된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직관보다 이 부분이 솔직히 더 중요하다고 난 본다.

직관은 어떻게 보면 경험의 총집합이다. 나도 모르게 직관적으로 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 책 첫 인물인 일본 장기 챔피언 하부 요시하루는 시합전에 수 많은 기보를 외우고 연습하지만 정작 시합에서는 모든 기보를 잊고 시합한다. 이미 몸과 머리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고수의 직관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직관적으로 수를 두는 것이 아니다. 체스 게임 챔피언을 이긴 컴퓨터는 수 많은 시합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가장 올바른 수를 조합한다. 그럼에도 인간을 이기지 못했다. 컴퓨터의 오류를 인간이 오판한 결과 이겼다. 생각지 못한 직관으로 인간이 잘못 받아들였다. 이제 컴퓨와 인간이 함께 합세한 체스를 둔다. 수많은 조합은 경험을 쌓은 인간이 내는 직관을 여전히 극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토록 추앙하는 스티브 잡스가 직관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그렇게 되기 전에 겪은 엄청난 다양한 경험을 주목해야 한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와 똑같은 경험을 한다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직관을 선 보일 수 없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대단하다. 스티브 잡스가 내린 모든 결정 이면에는 그가 쌓아온 경험 - 체험, 지식, 상식, 상상, 다르게 보기, 통찰 등등 - 의 총합으로 표출된 직관이다.

이 책 <직관의 힘>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직관의 힘을 알려준다. 그 인물들이 어떻게 직관을 세상에 선 보였는지 알려준다. 몇몇 사례는 좀 억지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노력을 한 권의 책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쯔음 기가막힌 직관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직관에 대한 보다 깊은 이야기는 없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러 인물들의 직관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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