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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문장 - 교본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 교본처럼 인용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책 한 권을 알게 되었다. <고종석 문장>이다. 출판된지 오래된 책으로 알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가끔 볼 때면 책의 상태가 몇 년은 된 것 같았다. 막상 이번에 읽으려고 펼쳐 보니 2014년에 나온 책이다.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이 글쓰기와 관련되어 교본처럼 되었다. 무엇보다 문장이라는 제목덕분에 글쓰기를 독려하기보다는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 알려준다고 착각했다.

책을 얼핏 봤을 때도 몇 개의 문장을 보여준 후 잘잘못을 따지고 가르쳐 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잘못된 표기나 맞춤법, 띄워쓰기 등의 기술적인 측면과 글을 매끄럽게 연결시켜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봤다. 막상 책을 펼쳐들고 읽어보니 분명히 그런 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기본을 알려주고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지 자신이 예전에 쓴 글을 갖고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 자체가 처음부터 글로 쓴 것이 아니라 대학교에서 강의 한 내용을 출판사에서 녹음 후 글로 옮겼다. 옮기는 과정에서 넣고 뺀 부분이 있겠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 강의를 갖고 책으로 엮었다. 도중에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도 함께 하고 있어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에 동참한다는 느낌도 든다. 책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리라 보지만 이 책 자체로 하나의 교본으로 쓸 수 있다고 본다.

글쓰기를 독려하는 여타의 책들이 단순히 '당신도 할 수 있다' 격려를 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면 <고종석 문장>은 박학다식하게 인문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언어학자와 인문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글쓰기와 연결한다. 그 뿐 아니라 소설가들까지 여러 방면에 사람들의 사례를 들려주며 글쓰기 책을 읽고 있는지 인문학 책을 읽고 있는지 혼동이 될 정도로 여러 가지 다양한 지적인 부분까지 건드리며 앎을 충족한다.

설마하니 책에 나오는 내용을 강의 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즉석에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워낙 어려운 용어들과 인물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준비된 교안을 보면서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수업에 참석한 사람은 글쓰기도 배우고 인문적인 소양도 넓히고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점도 알게 되고 다방면으로 글에 대해 알게 되는 유익한 강의였을 것이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첫 문장만 보고 책을 택해 읽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난 없다. 글 내용을 중요시할 뿐 글의 미묘한 차이와 맛까지 음미하며 읽는 스타일이 아니다.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글을 읽고 내 책을 들쳐 봤다. 프롤로그를 봤다. <후천적 부자>는 "돈을 벌고 싶었다."로 시작하고, <책으로 변한 내 인생>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딱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책읽기라고 할 것이다."이다. <부자를 읽는 눈을 떠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소원한다."로 시작한다. 괜찮은 듯도 하고 좀 아쉽기도 하다.

언어에 대한 장황한 설명도 이어져 '글쓰기와 무슨 연관이 있나'하는 마음도 들지만 글을 쓰기 위해 막연히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리를 알려준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언어까지 비교하며 알려주니 글쓰기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재미도 있다. 책에서 배운 것이 모국어라는 표현이 아닌 모어라는 표현이다. 모국어라고 쓰고 있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 같은 나라 사람은 아니다. 엄연히 구별을 해야 한다. 모국어가 아닌 모어가 정확한 표현이다.

다른 책에서 읽고 실천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책에서 새롭게 또 알게 된 것들이 '-적'이라는 일본식 표현이다. 무조건 안 쓸수 없지만 될 수 있는한 안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도 마찬가지로 일본어로 파생된 것인데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없을 때는 과감히 생략해야 한다. '한국의 꽃 무궁화'가 아니라 '한국 꽃 무궁화'처럼. '~에의'와 '~로의' 같은 표현도 그렇고 '~에 있어서'와 '~에 있어서의'도 안 쓰는 것이 좋다. '~(으)로서'와 '~(으)로써'도 될 수 있는 한 쓰지 않도록 하자고 말한다.

주어/목적어와 서술어는 가깝게 쓰라고 한다. 주어 다음에 너무 여러 말을 쓴 후에 다른 것들이 끼면 길을 잃는 것과 같이 읽는 사람이 어렵다. 여러 글쓰기 교육에서 나오는 장문이나 복문이 아닌 단문을 쓰라는 것도 나온다. 매 수업마다 중요한 부분을 알려 준 후에 실전 사례로 자신이 쓴 글을 직접 비판하면서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 이런 부분이 전적으로 정답은 아니다. 사람마다 개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일본식 표현에 대한 부분은 알고 있고 지킨다고 하는데 더 주의를 기울여겠다.

<고종석 문장>은 편하게 글쓰기 책으로 읽기에는 무서울 수도 있다. 가볍게 글을 쓸 수 있다고 독려하기 보다는 꽤 어렵고 진지하게 대학 수업을 듣는 느낌이라 글쓰기와 관련하여 첫 책으로 읽기 보다는 다양하게 글을 쓴 후 '내 잘못이 무엇일까'며 고민할 때 읽으면 훨씬 더 도움이 될 책이다. 글을 써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을 근거로 향후 글 쓸때 참고하며 노력해야겠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굳이 글쓰기에서 모를 내용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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