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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 놀이판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볼 때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그럼에도 갈 때마다 계속 뒤로 미뤘다. 큰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책 제목이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다. 다른 곳도 아닌 최고의 지성이 모인 서울대에서 가르치는 글쓰기 강의라고 하니 얼마나 딱딱할까에 대한. 글쓰기 강의라고 하니 글쓰기에 대해 요모 조모 알려준다기 보다는 저자인 이상원씨가 했던 방법에 대한 강의안을 생각했다.

대체적으로 대학 교수들이 펴 내는 책이 좀 딱딱하고 재미없다. 내 편견인지 몰라도 미국 교수의 저서에 비하면 국내 교수의 저자들은 일반 대중이 읽으라고 책을 펴 낸 것인지 대학 교재로 쓰기 위해 책을 펴 낸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쉽게 풀고 일반 대중이 읽으며 재미있게 해 줘야 하는데 그런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알려줄테니 잠자코 들으라는 자세로 책을 쓴다. 고리타분하고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느낌이 든다.

책 제목에 이미 서울대에서 인문학 글쓰기 강의라고 떡 하니 써 있어 무척이나 딱딱한 책을 예상했기에 차마 선택하지 못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런 선입견은 엄청나게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은 결코 딱딱하지도 고리타분하지도 않다. 오히려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담담하고 편안하게 자신이 서울대에서 학생들과 함께 했던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학생들이 변화한 모습을 설명한다.

잔득 긴장하고 면접에 들어갔더니 의외로 편안하게 웃으면서 마음껏 재미있는 시간을 가진 느낌이었다. 이런 차이는 저자가 처음부터 글쓰기 강의쪽에 전문가도 아니었고 글쓰기 강의가 딱딱한 논문과 같은 어려운 글쓰기를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뜻하지 않게 글쓰기 수업을 맡게된 저자가 무엇인가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고 가르치고 첨삭하며 정답을 설명하려 했다면 질색했을 것이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글쓰기를 독려하는 수업이었다. 자신에 대한 글쓰기, 리뷰 종류의 글쓰기, 주제를 정한 글쓰기 등으로 나눠 에세이 종류의 글쓰기를 하는 시간이라 매 수업마다 과제를 내주고 과제를 한 후에 각자 지정된 인물이 온라인으로 덧글을 주고 받고 수업 시간에 쓴 글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각자 자유롭게 토론하며 유쾌한 시간을 갖는 수업으로 만들었다. 이런 수업이니 강의가 아니라 동참과 공감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장이었다.



서울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글쓰기 강의지만 강의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저자는 철저하게 글쓰기 수업의 주인공은 교수인 자신이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만든다. 첫 시간을 제외하면 일체의 강의와 같은 수업은 없는 듯 하다. 모든 것을 학생들 스스로 준비하여 글을 쓰고 수업 시간에 발표하고 서로 토론을 통해 글을 다듬도록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는 오로지 윤활유같은 역할에만 그친다. 진행자에 가깝다.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강의를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관련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중에 이 책은 무엇보다 내가 지향하는 가장 가까운 방법이다. 글쓰기는 철저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본다. 첨삭도 답이 없다. 여러 출판사와 작업해보고 관련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중요한 포인트가 다르고 글쓰기 스타일이 달라 첨삭 자체가 첨삭 하는 사람의 스타일이지 결코 정답은 아니다. 그렇기에 첨삭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그 보다는 차라리 더 많이 쓰게 독려하는 것이 정답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내가 글쓰기 수업을 해도 나는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끊임없이 글을 쓰도록 독려하고 이를 수업때에 함께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중인데 어떤 식으로 이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모색중이었는데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 가장 근접한 방법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다. 그것도 서울대에서 부담없이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내 판단과 방법에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그림은 그렸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이 책은 알려준다. 글쓰기는 어렵다고 하면 어렵지만 하다보면 꼭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스스로 하고 싶으냐가 더 중요하다. 책에서 '놀이와 수업의 경계를 허무는 글 놀이판'라고 한 부제는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글쓰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놀이다. 나 혼자 즐길 수 있다. 많은 준비와 상대방이 필요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일단 쓰면 함께 즐길수도 있다.

책의 3분의 1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쓴 내용을 발췌해서 읽지는 않았다. 저자는 수업 시간에는 자신이 글을 쓸 일도 발표할 일도 전혀 없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글쓰기 강의를 이런 형식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모르는 것이 있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책은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을 알려준다. 모든 것을 전부 다 알려주지는 않아도 이보다 즣은 것은 없다.

마침 글쓰기 강의에 대한 특강을 준비하며 부랴 부랴 이 책을 읽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번은 특강이라 책에 나온 방법을 활용하거나 쓸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몇 주에 걸쳐 참여자들이 글을 쓸 때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글을 쓰다보니 아무런 전공도 없던 내가 글쓰기에 대한 강의까지 고려하고 준비하고 이런 책까지 읽고 있다니 이런 상황도 흥미롭다. 글 쓰는 재미를 함께 공유하자는데 말릴 사람도 방해할 사람도 없지 않을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쓰기는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판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책의 뒷 부분은 아예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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