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 단편 소설


더글라스 케네디는 최근 내가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작가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안 읽은 유일한 책이 지금 리뷰를 쓰는 <픽업>이다. 엄청나게 왕 팬은 아니지만 좋아한다. 무척이나 통속적이고 대중적인 요소를 여기저기 잘 섞어 구성하는 점이 난 맘에 든다. 지극히 속물적이라 대중에 영합하는 내용도 난 좋다. 의도치 않게 전작주의로 모든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편이다. 바닥에서 성공의 사다리를 타게 된 주인공이 성공을 하자마자 다시 추락한다. 이번에는 첫 성공할 때와는 다소 다르게 노력을 했는데 이마저 성공하며 끝을 맺는다. 모든 소설이 이렇게 구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점도 난 맘에 들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나온 모든 책을 다 읽었다. 더구나 가장 속물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잡>같은 내용 책이 제일 좋았다.

새롭게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오면 관심을 갖는다. 이번 책은 단편소설을 엮었다. 확실히 단편은 작가로 하여금 보다 상상력을 풍성하게 해준다. 장편은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른다. 대중 작가라도 독자를 위한 책을 쓸 수밖에 없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단편소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가끔 장편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감독이 단편영화에는 평소와 다른 영화를 찍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는 작품 세계를 더 확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기도 한다.

이번 단편소설은 역시나 더글라스 케니디의 평소 읽었던 작품과는 다소 결이 다른다. 기승전결이 뚜렸하다고 했던 그 구조가 없다. 바닥에서 성공하는 그런 요소가 없는 것이 더 많다. 거꾸로 성공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작품도 있다. 그만큼 작가가 부담없이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갖고 마음것 쓴 것이 아닐까도 싶다. 그러니 보다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편하게 작품을 구성하고 정말로 손 가는대로 쓰지 않았나 싶다.
내가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자세한 것은 모른다. 그래도 단편의 장점은 짧고 굵게 내용이 한 방에 끝난다는 점이다. 군더더기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달려가듯이 멈추지 않고 곧장 직진한다. 쓸데없는 곁가지가 붙으면 제대로 과녁에 힘있게 가지 못한다. 장편은 과녁에 도달할 때 이미 수없이 다른 길을 모색하며 천천히 여행한다. 그런 면에서 장편은 다소 사족이 많이 붙는다고도 할 수 있다.

첫 편인 '픽업'부터 장편과는 다소 다른 주인공이 나온다. 사기꾼이다. 그것도 본인이 무엇을 잘 하고 못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남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걸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닌 인정한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속인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경제 사범이라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빼돌린다. 아무도 모르게 빼돌리고 들키지 않도록 노력한다. 다른 사람의 돈을 갈취하고 자신은 편하게 산다. 그걸로 족하다. 그 이상은 없다.

운 좋게 감옥에 가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국민재판에서 국민배심원을 매수하고 협박한다. 전혀 드러나지 않는 자산으로 솜씨좋게 빠져나간다. 분명히 더이상 운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설은 변호사의 말을 빌어 밑밥을 깐다. 그 이후 벌어지는 일은 충분히 있을법한 일들이 벌어진다. 오히려 이런 사기꾼에게 운이 참 좋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미 운을 써버린 주인공에게 마지막은 그렇지 않다. 쓰고보니 처음부터 나쁜 놈이었는데 좋은 것으로 끝나진 않았겠다.

이와 같은 단편소설이 여러 편 실려있다. 몇몇 작품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별로 흥미를 돋구지 못했다. 그런 소설은 페이지를 넘기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할까. 장편 소설에 비해 단편 소설은 별로였다. 더글라스 케네디만이 갖고 있는 속물근성에 기반한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단편다운 내용들이지만 치밀하거나 기발한 내용은 없었기에. 그래도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소설이라 기회가 있어 읽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역시나 단편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음 장편을 기다리자.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http://blog.naver.com/ljb1202/195975320
템테이션 - 유혹

http://blog.naver.com/ljb1202/205697563
더잡 - 기승전결

http://blog.naver.com/ljb1202/15165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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