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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 관련 서적도 엄청나게 많다. 꽤 많이 읽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었다. 책쓰기와 글쓰기 관련 책을 쓴 저자들이 정작 책 인세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없다. 책 출판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베스트셀러는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어느 지점에 놓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순수하게 인세로 먹고 살 정도의 수준에 있는 작가(저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명 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는 않다. 오로지 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분명히 독자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독자들이 그 작가가 쓴 글을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 급의 작가가 글쓴다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 책까지 펴 낸 경우가 없다. 가장 할 말이 많은 사람일 듯 하고 글쓰기와 책쓰기 저자들을 오히려 우습게 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의문과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인물이 쓴 책이 바로 <유혹하는 글쓰기>의 저자 스티븐 킹이다. 이름도 얼마나 잘 지었는지 왕(king)이다. 스티븐 킹은 그가 저술한 소설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인물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에서 스티븐 킹이 아는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정작 그의 소설을 읽은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작품은 어떤 형식으로든 접했다. 그가 저술한 작품중에 상당히 많은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히트를 했다.
스티븐 킹의 전작이 출간될 정도로 인기있는 작가임에도 단 한편도 읽은 작품이 없다. 영상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스티븐 킹의 작품은 소설로 읽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스티븐 킹의 책중에 가장 많이 책이 <유혹하는 글쓰기>다.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소설가가 소설로 독자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경우가 아니라 글쓰기에 관한 책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니 아이러니 한 경우다. 그렇게 보면 철저하게 미국적인 작가가 아닐까도 한다.
한 동안 글쓰기와 책쓰기의 책을 상당히 많이 읽었다. 워낙 유명한 <유혹하는 글쓰기>를 꼭 보자고 다짐했는데 이번에 읽게 되었다. 글쓰기에 대해 글쓰기 코치가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글쓰기 코치가 글을 쓰라고 독려하는 책도 아니다. 글을 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철저하게 소설가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 작업과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소설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다.
워낙 유명하고 대중 소설로 성공한 작가라 그런지 글이 재미있다. 여타의 글쓰기와 책쓰기 책들에 비하면 위트와 유머와 소소한 재미가 있다. 고개를 끄덕이고 희미한 미소를 짓게하는 내용보다는 '그렇구나'라고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보다는 이력서가 더 많이 들었고 재미있었고 흥미로워 소설을 읽는다고 느껴졌다. 실제로는 이력서부분은 스티븐 킹의 자기 소개이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소설가가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글쎄 어릴때부터 무엇인가 다른 아이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워낙 개구진 장난꾸러기 녀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쓰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그것은 상당부분 돈을 벌 수있다는 장점때문이었다. 자신이 쓴 글을 직접 필사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팔았다. 이게 돈이 되었다. 다들 재미었어 한다. 어느 정도 글쓰기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글쓰기로 어릴 때와 학생시절에 벌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고 단편, 중편 소설을 써서 각종 잡지에 기고도 했지만 현실은 학교에서 국어 선생이었다.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캐리>가 드디어 인세를 제대로 받고 팔린다. 무엇보다 판권으로 우리 돈으로 2억에 체결 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부부가 함께 서로 껴앉으면서 자신의 비루한 거실과 집안의 각종 가구들을 돌아본다. 이 장면의 묘사에서 알 수 없는 짜릿함과 쾌감을 느꼈다.
아직까지 20대 였기에 그다지 큰 고통은 겪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겨우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갔던 한 작가가 드디어 - 어릴 때 부터 시작하면 20년은 된 듯 하다 - 인세를 번 수준을 넘어 먹고 살 수 있는 확실한 토대를 마련했다. 정말 꿈과 같은 일이었다. 꼭 내가 스티븐 킹이 되어 함께 꿈을 꾼 것같은 기분이었다. 그 후로는 알다시피 탄탄대로이다. 인세로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더이상 집필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인세를 받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글쓰기 방법과 단문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것과 수동태가 아닌 글을 쓰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나 자신의 어린 시절 글을 예시로 보여주며 어떻게 글을 고쳐야 하는지 부분은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는 것이라. 하지만 스티븐 킹이 이력서에서 보여준 글쓰기 작가가 되는 과정의 자기 소개는 나에게는 큰 울림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어찌보면 궁극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대중적인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 문학작품이라고 인정받지 않으면 다 대중적인 글이 아닐까(어차피 그 자체도 무의미하겠지만) - 인세로만 먹고 살다니 꿈과 같은 일이다.
나에게 <유혹하는 글쓰기>는 그저 재미있게 읽은 소설과도 같았다. 확실히 소설가가 쓴 내용이라 재미있다. 괜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책이 팔리고 그가 쓴 책들이 영상매체로 만들어져 사람들이 보는게 아니다. 특히, 스티븐 킹은 이야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이 부분은 내 생각과 똑같다. 나도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글쓰기에 중요하게 여기는 묘사등은 전부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 주는 요소일 뿐이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나머지는 전부 좋다. 단지 그것 뿐이다.
나도 진정으로 유혹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고 '우와 재미있다'라고 말하거나 '우와 내용이 참 좋다'라고 고백하거나 '나도 저렇게 쓰면 얼마나 좋을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대부분 글을 쓰는 사람이 갖고 있는 희망이고 꿈일 것이다. 뮤즈가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유혹 비슷하게라도 읽혀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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