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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SF작품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당초 작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여러 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SF 영화 특성상 후반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계속해서 개봉일이 미뤄졌던 것을 보면 말이죠. 영화 초반에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 로버트 패틴슨의 모습만 등장했습니다. 캡슐 속에 갇힌 그의 모습은 이후 복제 인간 이야기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습니다.
영화 '미키 17'은 SF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미키는 17번째 복제 인간입니다. 미키는 익스펜더블, 즉 소모품과 같은 역할을 자처합니다. 다른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탑승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익스펜더블 지원이었던 것이죠. 익스펜더블은 신체를 복제하여 죽어도 다시 되살아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미키는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였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복제된 신체에 죽기 전까지의 기억을 주입받는 방식으로 미키는 계속해서 되살아납니다. 복제될 때마다 미키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지며,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생체 실험 대상이 됩니다.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이러한 임무에는 오직 익스펜더블만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미키는 우주선을 타고 임무를 수행하며 끊임없이 재생됩니다. 영화 제목처럼 17번째 미키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그에게는 연인이 있는데, 그녀는 우주선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번 재생될 때마다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미키를 연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미키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되살아나기에, 연인은 매번 새로운 미키를 만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연인은 이러한 변화를 즐기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키 17은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운 좋게 살아남게 됩니다.
미키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재생되면서 두 명의 미키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는 멀티플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합니다. 두 명의 미키는 동시에 존재하기에,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멀티플로 인해 큰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영화 '미키 17'은 SF 장르를 표방하지만, 이는 단지 소재일 뿐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어떤 작품은 작품성에, 어떤 작품은 대중성에 더 무게를 두었죠. 이번 '미키 17'은 작품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사실 별다른 내용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모든 존재는 존귀하며 우리는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 미국의 이민자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미국은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던 땅이지만, 현재는 소수가 되었습니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미개하게 여기며 그들을 몰아냈죠. 영화 '미키 17'에서도 다른 행성에 도착했을 때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 속 존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압도적인 외계인의 모습은 아닙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긴장감이 고조되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결말은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키 17'은 '옥자'와 '설국열차'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질문,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저 역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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