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지위

2009년에 읽었던 책을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한 번 읽은 책은 또 읽는 편은 아니다. 워낙 읽어야 할 책이 많으니 다른 책을 읽다보면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물다. 서서히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괜찮았던 책은 다시 읽으려고 고려는 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내가 주최하는 '이상한 날의 독서모임'에서 이번에 선정해서 다시 읽게 되었다. 내가 선정했는데 읽은지 워낙 오래되어 다시 읽기고 마음 먹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며 좋다, 나쁘다보다는 과거에는 이 책과 관련하여 사랑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았는데 이번에는 지위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남는다. 인간의 불안을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사회적인 의미로 불안을 다루고 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함께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이 모든 불행과 행복의 시작이다. 나혼자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이 누군가 있기에 행복하거나 불행하다.
여기서 지위라는 것이 생긴다. 이건 개념적 의미가 더 강하다. 누구보다 위에 있는 지위말고도 우월하다는 개념도 있다. 책 서두에 지위에 대해 설명한다. 신분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며 지위에 대한 시선을 달라졌다. 과거에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신분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노력으로 얻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의미는 이렇다.우리가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우리의 자아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자신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 스스로도 자신을 용납하지 못한다. p.9
높은 신분을 가졌던 왕족이나 귀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갖게되었지만 시대가 변하며 이제는 달라졌다. 신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위는 이제 부로 변경되었다. 사람들이 부를 더욱 갈망하고 애타게 찾는 이유는 바로 이 지위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처럼.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가장 열렬한 욕구의 충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p.18
왜 그토록 사람들이 부를 갈망하는지 알려면 사랑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사랑받기 원한다. 주는 사랑이 더 고귀하고 의미있을 지 몰라도 인간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행복도 따라온다. 바로 그 사랑을 받기위해 지위는 중요하다.자리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는 결정하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지 결정한다. 이 자리는 우리에게 전례 없는 중요성을 가지게 된 일용품, 즉 사랑을 얻는 열쇠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자신의 인격을 신뢰할 수도 없고 그 인격을 따라 살 수도 없다.p.23
인간은 고귀한 동물이다. 사랑을 얻기위해 천박하게 부를 쫓아야 할까. 과연 그럴까. 인간은 본성적으로 속물적이다. 아무리 고고하게 남들과 다르다고 해도 그 자체가 타인이 있기에 구분가능하다. 선후가 존재하지만 그렇게해서라도 사랑을 얻을 수있다. 누군가에게 얻을 수 있는 사랑이 말이다. 속물의 일차적 관심은 권력이며, 권력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속물의 존경 대상도 바뀌기 때문이다. P.29

현대에 있어 그토록 방송이나 셀럽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너무 쉽게. 더구나 무비판적으로 말이다.신문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속물은 독립적 판단을 할 능력이 없는 데다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한다. 따라서 언론의 분위기가 그들의 사고를 결정해버리는데, 그 수준은 위험할 정도다. p.33
자연스럽게 얻은 이런 영향력은 바로 인간의 불안을 덜어준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강해게 올려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남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가난을 싫어한다.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p.38

과거에 고착되었던 세상이었던 세습 귀족 계급 사회는 각 세대의 성취(주로 경제적 성취)에 따라 지위가 부여되는 역동적인 경제 중심 사회로 이동했다. p.65 성취를 위해 이제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다.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냐에 달려있다.p.71

현대인은 부를 갈망한다. 부는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 가난은 시대 상황이나 사회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그것은 가난이 자존심에 미치는 영향은 공동체가 가난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p.85 
현대는 과거와 달리 능력주의 사회다. 누구 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지위를 갖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유는 경제적인 능력주의 사회에서 상속이나 다른 유리한 조건 없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개인은 과거 아버지에게서 돈과 저택을 물려받았던 귀족은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개인적 정당성의 요소를 확보했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적 실패는 과거에 삶의 모든 기회를 박탈당했던 농민은 다행스럽게도 겪을 필요가 없었던 수치감과 연결되었다.p.113 

이제 가난은 개인의 잘못이라고 능력주의 사회에서 합의를 어느 정도 봤다. 지위를 얻어야만 가난에서 벗어잘 수 있다. 현대인이 생각하는 지위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이제 노력한다. 각자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지위를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기존과는 다른 가치에 입각한 생각을 할 때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은 남에게서 오는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그렇기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중략)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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