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 - 솔로


무엇보다 책 표지가 이쁘다. 에세이다운 느낌이 충만하다고 할까. 저자인 이혜린은 나도 알고 있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영화의 원작인 소설을 쓴 작가다.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해 쓴 에세이다. 책을 읽으면 멋진 것도, 찌질한 것도, 대단한 것도 나온다. 바로 혼자살아가며 느끼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그런 것들이 꼭 혼자 살아가기 때문에 겪는 것도 있겠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난 혼자 살아 본 적이 없다. 결혼 하기 전에는 늘 부모님 집에서 거주했다. 여행을 가거나 할 때 이외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았던 적이 없다.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혼자 독립해서 살아간다는 개념이 희박하기도 했다. 직장이나 학교를 위해 집에서 나와 혼자 살아가는 경우가 있기 했지만 말이다. 그 마저도 난 전부 늘 서울이었기에 독립해야 할 필요성도 없었다. 더구나 돈도 없는데 독립은 꿈도 꾸지 못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더더욱 혼자 살아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부부 둘이 사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이 있기에 집은 누군가 있다. 그 누군가가 거의 대부분 나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렇기에 거꾸로 집에 들어 왔을 때 나혼자라는 것을 확인할 때 묘한 설레임이 있을 때도 있다. 그건 기본적으로 집에 늘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느끼는 일탈이지 싶다. 그 대부분이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다. 하루 종일 나 혼자 있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저녁이면 집에 들어온다. 차라리 예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이프가 처가에 갈 때 혼자인 경우도 있지만 이제는 중고등학생이니 당연히 따라가지 않는다. 그렇게 아직까지 혼자 살아 본 적이 없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낯설기도 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감정. 어떤 걸 의미하는 지 알고 있지만 그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도저히 알 수 없는 느낌이다. 체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며 밖에서 활동할 때는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나 식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겉모습을 보며 상대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롯이 집에 들어갔을 때 만나는 컴컴한 집 내부의 공기와 전기를 켰을 때 순간 번쩍이며 보이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혼자가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책만 읽었을 때 작가는 상당히 당당하고 까탈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런데 괜히 만나서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느낌이 있다. 난 아무리 그런 사람이라도 솔직히 남성 선배일 때 말고는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았다. 제일 어려운 사람은 남자 어른이다. 딱히 할 말도 없고 던진 이야기도 없다. 나보다 어리면 그 자체로도 한국에서는 무형의 권력이니 내가 신경 안 쓰면 되고. 여성인 경우에는 내가 남자라 그런지 스스럼없이 만나고 이야기한다.

거의 대부분 그런 사람을 사실 일과 관련되어 만난 적이 없어 그런 듯하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았기에 내가 피할 이유도 무서워 할 이유도 없다. 막상 만나 이야기하면 다들 좋은 사람이고 재미있다. 다만 아주 가끔 유일하게 피하는 여성은 있었다. 성격이 아닌 인격 측면에서 아닐 때는. 안 만나고 피하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까칠한 분은 여성이라도 선배라도 상관없었다. 후배나 동기면 남성도 그런데.

에세이답게 작가의 내밀한 마음을 전부 책으로 알려준다. 무척이나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여리고 상처받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것도 내가 이런 것처럼 너희들은 봤겠지만 이만큼이나 찌질하기도 하단다. 이렇게 보여지는 장면도 많았다. 어느 누가 늘 당당하고 자신있겠는가. 그것도 남들이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신병자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일 때는 병맛도 되고, 우울해하기도하고,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 더 밝게 살아가는 원동력일 수도 있다.

책에서 택시를 타고 후배랑 가며 쉬지않고 떠들었다는 에피스도가 있다. 택시기사가 감탄할 정도로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는데 뒤돌아보니 자신 혼자 신나 이야기했다. 평소에 외로움을 그렇게 달랬다는 생각도 들고 후배가 맞장 쳤다고 생각한 것들도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고백이 있다. 깊은 공감을 했다. 나도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이야기할 때가 참 많다. 상황상 그럴 수밖에 없지만 이게 습관이 되면 흔히 말하는 꼰대의 전형이 되어버릴까 우려도 된다. 이 책 작가처럼 나도 깨닫고 있으니까.

이 책 작가보다 나이도 많고 혼자가 아닌 내가 읽은 것과 달리 혼자인 사람이 읽으면 어떨까. 비슷한 연령대나 좀 더 젊은 층이 읽으면 어떻게 이 책을 읽었을지 궁금하다. 내가 읽으며 느낀 것과 많은 부분에서 다를지, 인간이란 거의 비슷한 존재니 큰 차이가 없을지 궁금하다. 오랫만에 다소 말랑말랑한 에세이를 읽었다. 다소 시끄러운 커피숍에서 약간 톤을 올려 서로 이야기를 한 느낌이랄까. 책 제목에서 솔로의 느낌을 함축한 것이 아닐까. <혼자라서 좋은데 혼자라서 싫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잘 살아야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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