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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미워질 때 - 슬프지만


자녀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는 함께 성장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아이가 아직 아기일 때는 그저 보살피기 바쁘다. 어느 정도 성장해서 걷기 시작하고 호기심을 보이면 그에 맞게 세상을 보여주며 보호하기 바쁘다. 이제 서서히 친구들을 사귀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나갔을 때 올바른 지도를 해 주려 노력한다. 여전히 내 아이고 길을 밝혀주려한다. 서서히 아이가 자라며 어느 덧 키가 훌쩍 크면서 서로 눈높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듣고 서로 대화도 된다고 느낀 순간은 눈 깜짝할사이에 지나고 분명히 내가 한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블랙홀처럼 사라진다. 분명히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렇게 사춘기 자녀와 만난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하는데도 대화가 안 통한다. 대화라는 것 자체가 놀랍고 대단한 일이라 할 정도로 주로 일방적인 지껄임이 될 경우가 더 많다. 조변석개처럼 수시로 변하는 감정에 대처가 힘들다.

사춘기는 자아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다. 부모는 고마운 존재가 맞지만 부모와 나는 다른 존재라는 걸 자각하고 나만의 세계를 가지려 노력하며 부모에게서 오히려 멀어지는 나날이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며 스스로 말을 하거나 행동한 후에 '아~차!'하는 시기다. 부모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더 멋져보이고 친구들처럼 비슷해야 만족감이 드는 시기고. 이럴 때 부모는 혼란스럽다.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이라 여겼던 자녀가 내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니다.

제일 서운한 것은 내가 이 모든 것을 해 주는데 그건 전혀 고마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신에게 오지 말라고 한다. 준비할 시간도 주지않고 변한 자녀에게 부모는 당황하고 당혹스럽다. 부모로써 포기할 수는 없지만 뻔히 잘못된 길이라 - 철저히 부모입장에서 - 는 걸 알면서 마냥 지켜보기만 할 수도 없다. 이런 부모에게 <자녀가 미워질 때>는 저자의 두 자녀와 함께 경험했던 다양한 사례를 알려주며 이에 대해 설명한다.

호주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다. 예일대학을 나오며 여성 권리도 주장하고 무척이나 지적인 엄마다. 우아하고 지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은 스스로 엄마를 잘 따르며 예의바른 자녀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책에서 나오는 자녀는 지극히 평범한 사춘기 자녀다. 더구나 한국과 달리 서양이라 더 과감하고 적극적이고 강도가 좀 더 쎄다. 자녀들에게 엄마는 전혀 지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저 엄마로써 '엄마가 뭘 알아~~'와 같은 존재로 취급된다.

지극히 정상적인 아빠처럼 나도 자녀에게는 대부분 아빠와 똑같다. 대부분 엄마는 계속 함께 하지만 아빠는 어느 순간 나타나 사춘기 자녀에게 간섭을 한다. 자녀들의 반응은 갑자기 내 인생에 나타나 왜 이러냐고 강변한다. 아빠로서는 억울하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미리부터 자녀들과 간단하게라도 뭐라도 해야한다. 엄마는 워낙 밀착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다. 갑자기 내 품에 있던 자녀가 다짜고짜 무조건 품을 떠나려고 하니 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녀에 대해서는 '내가 잘 되자'는 입장이다. 부모로서 이러쿵 저러쿵 따지고 지시하고 길을 가르쳐주기보다는 내가 아이들 볼 때 좋은 사람이 - 아빠가 아닌 - 되려고 한다. 내걸 하기도 바쁜데 아이까지 일일히 간섭하고 지시하나..라는 생각도 한다. 그저 말없이 지켜보며 든든히 존재하는 아빠.라고 쓰고 말도 안된다고 읽는다. 그래도 최소한 아이들에게 짐이 되는 아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에게는.

<내 아이가 미워질 때>에서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아빠 역할의 제거였다. 저자가 엄마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빠가 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거의 안 나온다. 특히 포르노와 성관련 문제는 아들인 경우에 아빠가 있는데 왜 그걸 엄마가..라고 생각되었다. 책 중간정도까지 읽으면서 아빠가 없는 줄 알았는데 중간 정도에 아빠가 아주 살짝 언급되고 끝이다. 책은 에세이에 가까워 부모의 역할이나 자녀와의 관계설정등에 대한 대안이나 모범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이상했다.

어차피 모든 아이는 다르다. 내 자녀라고 남들과 똑같을 수도 없다. 이왕이면 알아서 척척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고 늘 예의바르게 행동해서 부모로 뿌듯한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평소에 드라마를 보며 판타지라 생각하며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안다. 자녀들도 똑같지 않을까. 그런 자녀가 과연 있을까. 내 자녀는 환상속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나와 똑같이 지극히 평범하고 실수도 하고 찌질할 때도 있고 잘날 때도 있다.

자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자녀는 자녀의 삶이 있다. 부모는 부모의  삶이 아닌 각자 자신의  삶이 있다. 부모의 삶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해야 자녀와의 관계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정답이 없는 걸 고민하지 말자. 자녀가 100명이라도 다 다르다. 분명히 내 자녀인데도 말이다. 내 아이가 미워져도 별 수 없이 꾹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닐까 한다. 나는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지나봐야 알겠지.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아빠는 어디 갔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역시 엄마 역할이 중요해.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644144188
일본 엄마의 힘 - 교육

http://blog.naver.com/ljb1202/209289867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 - 내리사랑

http://blog.naver.com/ljb1202/22020046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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