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인지능력


우리 인간은 사피엔스다. 말 장난이다. 그냥 인간이다. 굳이 그걸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 타 생물과 구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인지 과정 덕분에 인간은 지구라는 땅 덩어리를 정복했다. 어느 생물도 인간처럼 이런 구분과 인지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해서 유독 사피엔스만이 뛰어난 인지능력을 길렀는지 그건 누구도 모른다. 계속 그 여정을 추적하며 밝히려고 노력하지만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린다고 해도 알 방법은 없다. 오랜 시간동안 계속 관찰해야만 하니.

이 책 <사피엔스>는 분명히 흥미로운 책이다. 현재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엄청 참신하고 독보적인 책이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그건 아니다. 어차피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어느 누구도 독창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모이고 모여 다소 새롭게 주장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어떨 때는 관심이 없는데 이렇게 운 좋게 잘 맞아떨어지면 큰 빅뱅을 불러일으킨다. 책 제목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도 싶다. 최근에 읽은 <마음의 미래>와 겹치는 것도 꽤 있다.

자랑을 하면 워낙 이 책, 저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사피엔스>는 집대성했다고 보면 된다. 그게 대단한 점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 내용을 대중에게 읽히기 좋게 선 보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으니. 인간에 대한 탐구는 생물학에서 더 발달하고 있다. 인간을 직접적으로 해부하거나 관찰하는 것은 힘들지만 곤충을 비롯한 생물은 쉽다. 타 생물을 통해 인간을 유추하고 추측하며 인간만의 특징이나 차별성을 연구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1부인 인지혁명이다. 인간이 지구 위의 모든 생물을 따돌리고 1등 생물이 된 이유가 바로 인지혁명덕분이다. 인간은 타 생물과 달리 반복적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당대에만 그치지 않았다. 타 생물이 아무리 유의미한 행동을 했어도 후대에 전달되지 않았다. 인간도 처음에는 타 생물과 다를 바 없었지만 서서히 인지능력이 발달하며 타 생물과 달리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보다 훨씬 힘이 쎈 타 생물을 굴복시킬 수 있게 되었다.

타 생물과 달리 인간은 복잡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타 생물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낼 정도의 단순한 언어만 구사했다면 인간은 보다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러한 의사소통 덕분에 다양한 상황을 보다 묘사하기 쉬웠고 강점과 약점뿐만 아니라 피해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서로 전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러 상황이 널리 전파되지 못하고 각자 무리 안에서만 맴돌뿐이었다. 이 정도로도 이미 타 종족과 생물을 뛰어넘게 되었다. 약한 힘은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 협력으로 물리친다.

다음으로 인간은 글을 갖게 되었다. 글은 보다 널리 자신들이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특정 사막을 가려면 위험하다. 그곳을 가 본적이 없는 사람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른다. 가장 최근에 가 본 사람이 있으면 그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그가 사망하면 어느 누구도 그 사막에는 어떤 것들이 기다리는지 알지 못한다. 이를 누군가 글로 - 여기서 글이란 지금과는 다소 다른 형식이긴 해도 - 써서 남기면 후대에도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으니 인식하고 인지하며 대처하게 된다.
책에서 재미있는 내용은 현대에 과거를 추측할 때 - 여기서 과거는 동굴에 살던 바로 그 사피엔스 - 각종 기록과 유물을 통해 유추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인지능력을 갖고 있는지까지는 모른다. 바로 상상하는 능력이다.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몇 백년 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똑같은 그림을 봐도 지구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른 이야기를 할 정도니 말이다. 이와 같이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 그림을 그렸고 생각했는지 우리는 현재 전혀 알 방법이 없다.

인간은 서로 함께 공통된 상상을 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실제로 무엇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함께 상상하면 그것은 믿음이 되고 실제로 인간을 함께 동질한 사상으로 묶을 수 있다. 내가 상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능하다. 내가 꿈꾸는 미래를 타인도 함께 꿈꾼다. 이런 인지능력이 인간을 월등히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생각해보니 실제로 그렇다. 현실이 아니라도 우리는 모두 함께 꿈꾸며 좋아한다. 최근에 유행한 <태양의 후예>처럼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내가 믿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믿게 만들어야 한다. 성공한 사람은 한결같이 자신이 꿈꾸는 걸 타인에게 전달하고 전달받은 사람은 함께 꿈꾼다. 이를 해 낸 사람은 큰 사람이 된다. 서로 상대방을 저주하고 사랑하고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상대방이 나에게 직접적인 행동을 한 것이 없다. 그저 같은 상상을 한 사람들끼리 상대방이 하는 상상을 두려워하거나 내 편이라 믿는 사람들에게 물들일까봐 하는 무서운 행동이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살인과 사망을 한 사건 대부분이 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상상과 관련된 것들이다.

인지능력으로 지구를 정복한 인간은 여전히 전진이 더뎠다. 지금까지 인간은 승승장구하며 진화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멸살에 가까운 인구감소도 겪었고 어떤 때는 평화로운 시기도 보냈다. 점핑을 한 인류는 한 동안 느리게 별 변화없이 전진했다. 드디어 인류는 제국으로 공동체를 경험하고 자본주의와 과학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진한다. 과거에 1,000년이면 변화할 양이 이제는 겨우 10년 이면 변화를 겪을 정도로 인간은 급격하게 발전한다.

1,000년 전에는 한 30년이 지나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제는 단 1년만 지나도 살짝 어리둥절하고 10년만에 내가 잠자고 일어난다면 아무런 대화도 못한다. 그저 멍하니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변한 세상에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10년 전에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고 5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처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꿈꾸지도 못했던 것처럼 지금 인류는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변화를 겪고 있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인간은 겨우 평등한 세상을 만들었다. 이제 과학기술로 인해 불평등한 세상으로 다시 변할지도 모른다. 엄청난 자본으로 인간의 능력을 개발한 새로운 인류가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아무리 똑똑한 인간이라도 힘도, 지식도 부족한 하층 인간이 될 수도 있다. <사피엔스>는 사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장황한 듯 하지만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밑줄 치며 따로 생각할 부분이 많다. 

오늘은 전체적인 리뷰로 마무리 하고 다음부터 개별 리뷰로 돌아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뒤 100페이지 정도 내용은 좀 부실(?)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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