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마지막 질문 - 털어놓기

 

마지막 질문이라는 단어 자체가 느껴지는 뉘앙스가 있다. 뭔가 거룩하고 고귀하고 인생의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질문. 괜히 거창해지고 고르고 골라 신중하게 딱 하나를 입으로 내뱉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라는 책도 제목 때문에 죽음과 난 연관을 지었다. 죽음에 이르러서 갖고 되는 질문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화두. 책에 나오는 철학자들이 던져주는 거대담론일지도 모르겠고, 아주 개인적인 삶일지도 모르겠지만 죽기 직전에 던지는 질문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어보니 딱히 다른 건 아니지만 내 생각이 너무 거창했다는 판단을 했다. 그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죽음 앞에 우리는 누구나 다 똑같다. 죽음 앞에서는 그 모든 것도 전부 필요없다. 이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다를 수 있지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다 똑같다.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유일한 결과물이다. 죽기 전에 사람마다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다. 죽음 앞에서 보이는 태도가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어떤 태도를 갖고 죽는다고 해도 그건 이미 나와는 큰 상관이 없다. 남들이 나에게 어떤 시선을 갖고 바라볼지 몰라도 나는 이미 죽었기에 어떤 것도 알지 못한다. 남은 자들의 몫이 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말고 남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죽음 이후도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죽음으로 끝나지만 내가 남겨놓은 것들을 누군가 이어받을테니 말이다. 책에는 총 6명의 철학자가 나온다. 릴케, 톨스토이, 칸트, 니체, 쇼펜하우어, 괴테가 그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잘 알지만 접근하기 힘든 위인들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철학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 가상의 상황으로 만들어 해당 철학자의 사상으로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작가 스스로 구한다. 쉽지 않은 방법이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는 것은 직접 듣지 않는다면 내가 하는 답이다. 해당 철학자가 어떤 답을 했을련지 알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해당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아주 잘 알지 못한다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책에는 총 46가지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이다. 각 철학자의 사상을 근거로 작가 알려주고 있다. 첫 질문은 '자신을 그대로 보여 줄 한 줄이 있는가?'다. 여기서 유언에 대해 말한다. 유언이라는 것은 확실히 죽기 직전이나 죽음을 앞두고 하는 마지막 이야기라는 의미가 있다. 유언을 꼭 남겨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남긴다면 무슨 말을 하는게 좋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는 사람도 있고, 한 번도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주 예전에 관에 들어가 마지막 유언을 하라는 이벤트를 참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내가 뭐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유언하지 않았기 때문일 듯하다. 또는 유언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한다. 지금 내가 하는 유언은 그렇게 볼 때 지금만 유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은 될 듯하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당시에 했던 유언이 의미는 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는 판단을 할 수 있어도 말이다. 아마도 그건 사람은 죽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나이가 먹고 움직일 수 없다고 하여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정정할 때 하는 생각과 무너져 갈 때 하는 생각은 다르기에 미리 유언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 하는 유언은 올바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어떻게 보면 유언을 받아들인 남은 자들의 몫일 뿐 유언을 한 내 몫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지 않다. 딱 부러지게 되는 것은 역시나 죽음 말고는 없는 듯하다.

철학이라는 것이 그런 의미에서 참 정의내리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각자의 주장이 있을 뿐이지 정답은 아니다. 각자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주장을 한다. 무대포로 무논리로 하는 것이 아닌 논리정연하게 깊은 사색으로 펼치는 주장이니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다른 편에서는 그와 다른 사고를 하게 되면서 치열하게 서로 논쟁도 한다. 이렇다고 정답이 나올 수 있을까. 철학이라는 속성상 그러기는 힘들듯하다. 다양한 철학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것은 현대 사람에게는 맞다.

그런 철학이라도 마지막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마지막 질문을 받게 된다면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말하지 않을까한다. 욕심이라는 감정을 갖고 있는 인간에게는 어쩌면 죽음이 바로 눈 앞에 온 순간 이전까지는 힘들듯하다.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해도 그 말을 한 후에 나는 계속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말하게 된다. 그마저도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내 후대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전제를 갖고 하지 않을까한다. 이 책은 그런 철학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꼭 죽음과 관련된 질문은 절대 아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철학은 생각이라는 걸 하게 해준다.

함께 읽을 책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The Japanese Remake of 'Marry My Husband': What's Different from the Original?

The drama 'Marry My Husband', which took the Korean television scene by storm, offered a fresh take within the "makjang" (over-the-top) drama genre, earning immense love from viewers. Its unpredictable story and thrilling revenge plot resonated not only in Korea but also internationally, once again proving the prestige of K-dramas. Riding on this popularity, a Japanese remake was recently released, drawing keen interest from fans of the original work.   The Japanese version of 'Marry My Husband' took a special path from the production stage. Despite being a Japanese drama, it held a press conference in Korea, sparking curiosity. This was because the project was born from a close collaboration with Korea's CJ ENM. As a product of the combined production systems of both countries, there was high anticipation for how the remake would localize the original's charm. This background positions the drama not just as a simple remake, but as a positive example o...

Do You Know About "Namjuseochi," the Bright and Youthful Romance Drama?

Wavve has introduced another charming original drama. After a period where it seemed to struggle with original productions, Wavve is now meeting viewers with a more consistent and diverse lineup of works than last year. Among them, "Namjuseochi" (a title that roughly translates to "Searching for the Male Lead") is like welcome rain for those who have been waiting for a fresh campus romance. Produced in a short web-drama format that makes it easy to enjoy, this drama is filled with a vibrant atmosphere and attractive characters.   The biggest reason "Namjuseochi" immediately captures viewers' attention is the discovery of its lead actress, Kal So-won, who plays Oh Seol-rem. The small, adorable girl who made the whole nation cry in the movie  The drama is based on a Naver webtoon of the same name and unfolds at a brisk pace with a total of six 30-minute episodes. The story begins as Oh Seol-rem, a student studying for her university entrance re-take exam...

Disney Plus's New Drama 'Pine': A Crime Period Piece Based on Yoon Tae-ho's Webtoon

Disney Plus has ambitiously launched its new drama 'Pine', generating significant anticipation as it's based on a popular webtoon. This drama, set in the 1970s, is both a period piece and a crime thriller, drawing inspiration from intriguing real-life events. Its source material, the webtoon 'Pine' by Yoon Tae-ho, the acclaimed author of 'Misaeng', instills confidence in its well-structured story and character development. The original webtoon concluded in 2015 and was published in four volumes, already boasting a large fanbase.   The drama's main setting is the Shinan waters in the 1970s. The core plot revolves around events unfolding as characters search for a sunken treasure ship. This narrative is inspired by the real 'Shinan Treasure Ship' incident of 1976, which came to light when a fisherman discovered artifacts. During the subsequent excavation by the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it was shockingly revealed that looters had stolen 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