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미래 - 이건 읽어야 해


아주 가끔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정말로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면서 읽었는데도 그럴 때가 있다. 이번 <환율의 미래>가 그렇다. 잠시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 혹시나 내 리뷰가 누가 될까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환율은 정말로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실생활에 피부로 느낄 정도로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투자를 하는 사람도 환율은 눈여겨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내가 쓴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에서 환율에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 기초적인 부분만 언급을 했는데 거의 대부분을 이 책인 <환율의 미래> 저자 홍춘욱씨에게 빚졌다. 꽤 많은 환율에 대한 책을 읽었지만 저자의 블로그인 시장을 보는 눈(http://blog.naver.com/hong8706) 에서 제대로 다시 공부를 했다. 그 후에 늘 불만을 가졌다. 난 분명히 달러/원인 직접표시법을 써야한다고 배웠는데 언론 등에는 늘 원/달러 표현을 쓴다. 아마도 국수주의가 어느정도 첨가된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서부터 환율의 어려움이 생긴다.

달러를 고정으로 한국 돈인 원이 움직임에 따라 환율 상승, 하락등의 표현을 할 때 비로서 이해가 될텐데 자꾸 달러/원이 아닌 원/달러로 표시하며 설명을 반대로 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환율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명확하고도 확실하게 용어정리부터 분명히 밝히고 설명을 한다. 물론 내 생각에 이 책도 쉽지는 않다. 최소한 경제와 환율에 대해 평소 관심있고 공부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쫓아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소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을 우려했는지 저자는 지속적으로 환율 상승, 하락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 준다.

경제와 관련된 글도 많이 쓰고 그런 사람들의 글도 많이 읽다보니 일반인(?)들과 달리 늘 환율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나마 자주 글을 읽는 사람들은 책에서 언급한 여우쪽이다. 고슴도치는 한 방향으로 죽어라고 포지션을 잡고 사람들을 선동한다. 여우는 어떻게 보면 무색무취에 얍삽하다. 늘 세상은 변하고 어제 맞았던 것이 오늘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재미있게도 고슴도치와 여우는 <신호와 소음>에서 소개한 개념인데 고슴도치는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기억망각 개념까지 장착했다고 한다. 최근에 어떤 분이 그런 식으로 자신의 과거 인터뷰와 주장을 부정하는 걸 읽고서는 역시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저자인 홍춘욱씨의 강의를 들었다. 자신이 한국에서 최초로 인구론에 대해 언급했다고 고백했다. 그 당시와 달리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걸 지금은 알았지만 그 후에 과도한 인구론에 따른 폭락을 외치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난감(?)하다고 했다. 실제로 2000년 후반에 외국에서 번역된 인구에 따른 폭락 책을 읽고 인구와 관련된 책을 2권 읽었는데 그 중에 한 권이 홍춘욱씨의 책이었고 당시에 저자의 강연도 들었다. 폭락론이 이토록 강력하고 강렬한 영향을 사회에 미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손실회피본능때문이라고 본다. 인간은 손실에 더 민감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인간은 그렇게 구조화되었고 천성과 태성이 그렇다. 이러니 폭락이라는 반응에 더 공포를 느끼고 편안함(?)을 느낀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더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생긴다. 어차피 해도 떨어질 것을 굳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 문제는 환율하고도 연결이 된다. 그것은 바로 세계경제의 바로미터가 환율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는 단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믿는다. 한국은 계속 나락으로 빠질 것이라 믿는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경제적으로 좋아졌지만 여전히 안 좋다고 믿는다. 그나마 일본이 좋아졌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믿는다. 이제 곧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헬게이트가 열릴 것이라 믿는다. 한국도 무조건 금리를 올릴 것이다. 미국보다 약한 한국은 금리를 많이 올려 무조건 과도한 유동성이 사라지며 자산시장이 무너질 것이라 믿는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경제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사람들이 전혀 몰랐던 내용이 바로 <환율의 미래>에 나온다. 재미있게도 투자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단순히 통화승수와 같은 것만 알고 중요하게 여길뿐 환율이 우리 삶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도 어렵지만 그나마 환율에 비하면 파악하기도 쉽고 단순하다. 환율은 무척 복합적이다. 크게 볼 때 미국, 유럽, 일본이라는 큰 축이 벌이는 다양한 헤게모니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고정 환율제와 변동 환율제이고 채찍효과다. 여기까지 알면서 경제를 바라보고 한국상황을 보는 사람이 드물다. 물론 이 부분이 또 다시 전부일 수는 없다. 이렇게 복잡하니 개인이 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유추하며 예측까지 하는 것은 힘들다. 문제는 힘들면 힘들다고 고백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주 초단순하게 상황을 만들어놓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그에 부합한 데이터와 통계를 들이밀며 사람들에게 설명한다. 이런 설명이 워낙 스토리텔링이 뛰어나서 사람들에게 잘 먹힌다.

나도 역시나 아무것도 모르고 깜깜한 밤 길을 아무 빛도 없는 곳에서 걷고 있지만 그나마 여러 책을 읽으며 균형감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것도 있지만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인 채훈아빠 - 이제 닉네임을 채훈우진아빠로 변경 - 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블로그가 아닌 인터넷 사이트부터 알았지만 (책에 소개되어 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글만 읽다가 블로그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을 읽는 눈'에 올라온 글을 읽으며 나름 중심을 잡게 된 것이 아닌가한다.

정확한 통계와 커밍아웃을 확인할 수 없지만 상당히 수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읽는 눈' 블로그를 보며 중심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균형잡힌 시선으로 통찰력있게 경제를 보여주는데 대부분 블로그들과 달리 제도권 현직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니 더욱 신뢰(?)도 갔다. 그런 면에서 <환율의 미래>는 꾸준히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은 사람이라면 - 직접 쓴 글뿐만 아니라 스크랩한 글까지 - 솔직히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익숙한 내용이고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걸 이번에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승전결로 결합해서 읽게 되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어려운 환율을 상당히 쉽게 썼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물론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이 책보다 환율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책도 드물고 환율뿐만 아니라 세계와 연결된 한국경제까지 파악하게 만들어주는 책은 없다. 책 제목답게 세계와 한국 경제의 미래까지도 환율로 설명한다. 폭락론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도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과연 이 책만큼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반박할 수 있을까.

최근 만났을 때 나에게 '우리 둘은 포르노같이 자극적인 책을 쓰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책이 많이 안 팔린다고 했는데 이번에 <환율의 미래>가 분야도 아닌 종합에서 거의 10위권에 근접한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지만 놀랍기도 하다. 책 분야와 내용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도 이런 좋은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 참 좋다. 워낙 잘 나가는 책의 어깨위에 살짝 올라타자면 책을 읽으며 이번에 내가 쓴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의 환율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경제와 향후 세계 경제의 향후 미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며 접근하면 된다. 그 이후에 한국 사람으로 한국 부동산의 미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 책을 읽으면 된다. 난 솔직히 이번에 나온 내 책이 부동산 분야가 아닌 경제 분야가 되었으면 했다. 왜 똑같은 부동산이 제목에 들어가는데 경제로 분류되고 부동산으로 협소하게 분류되느냐말이다. 어디까지나 경제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바라본 책이었다. 아마도 <환율의 미래>와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을 함께 곁들여 있는다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경제에 대해 다른 측면을 보게 될 것이다. ^^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환율이 어려운 것은 사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책은 무조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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