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의 역사 - 참혹함


현대인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많다. 전화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TV도 그렇고. 이런 것들을 현대인들은 아무런 의심이나 신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친숙하게 여긴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육군은 너무 친숙하고 해군은 동 떨어졌다는 느낌이 있는 반면에 공군은 다소 덜 친숙하지만 동 떨어져있지는 않다. 전쟁이 나면 비행기를 통한 공격은 무섭다는 느낌이 있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은 물론이고 상상하는 게 쉽지 않다.

화려한 공중 비행으로 격투기가 서로 공중 전투를 하는 것과 달리 전투기들이 육지에 있는 군인을 향해 총과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쏘는 장면은 대부분 영화에서 볼 때 다 때려부신다는 쾌감이 있지만 내가 비행기 폭격을 당하는 입장이라면 끔찍하다. 피할 공간도 많지 않고 도망갈 시간도 부족하다.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전쟁에 쓰인 것은 겨우 100년 남짓이다. 그 전에는 열심히 서로 총 쏘며 육탄전 벌이면서 땅따먹기를 했다면 이제 비행기가 등장하며 전쟁의 양상은 달라졌다.

비행기는 단순히 우리 지역만 지키며 전진하는 육군과 달리 적진까지 단숨에 달려가 타격가능한 무기다. 전쟁이 나면 고대나 현대나 보급품이 핵심이다. 뛰어난 군인을 보유했어도 보급품이 제 때에 도착하지 않으면 군의 능력은 반토막난다. 근대에 들어 교통수단 발달로 각종 보급품을 후방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공장등에서 만들어 수송할 수 있어 될 수 있는 한 보급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고 군인들 경로를 파악해서 최소 희생으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전투기의 등장은 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바로 그 전까지 전쟁은 특정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이제 전투기의 등장과 함께 - 더욱 발전한 무기도 포함하지만 - 특정 지역만 전쟁을 치루는 것이 아닌 어느 곳이나 그 즉시 전쟁이 가능한 지역으로 변했다. 이럴 때 가장 조심하고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민간인이다. 전쟁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민간인도 국가와 국가간 전쟁에서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민간인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지 않는 쪽으로 발전했다면 이제는 경계가 사라졌다.

초기에 비행기는 막강한 전투력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졌다. 특정 지역의 군인만 사상할 수 없었고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과 물질은 남김없이 전부 타격했다. 그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전쟁이 벌어지면 될 수 있는 한 짧은 시간내에 상대방을 궤멸시키고 항복받아내는 것이 목표다. 이러다보니 비행기에서 쏟아지는 폭탄을 통한 폭격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그 효과가 엄청났기에 전쟁 수뇌부는 포기할 수 없었다. 비록, 민간인을 함께 피해입힌다는 욕은 먹겠지만 어차피 전쟁에는 도덕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라 더 빠른 시간내로 전쟁을 끝내는 방법이 더 선호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폭격의 효과는 엄청나서 폭격을 받은 국가의 국민들은 그 두려움에 그 즉시 전쟁을 포기하고 항복할 것을 국가에 요구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과감하게 폭격할 수 있었던 배경도 된다.
막상 폭격이 진행되자 생각과 다른 효과가 나타났다. 폭격의 참상에 민간인들이 치를 떨며 무서워하는 것까지는 예측한대로 반응했지만 두려움에 떨며 전쟁을 빨리 끝낼 것을 국가에 요구하기보다는 더욱더 복수심에 불타 전쟁의욕을 고취시켰다. 폭격을 가한 비행기는 장소불문 무조건 폭격했다. 비행기 폭격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정밀화가 불가능하다. 육지에 있는 사람이 군인인지 민간인지 알 수 없다. 특정 공장을 폭격할 때도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특정 건물만 폭격하기는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지역내에 있는 모든 물건과 사람에 대해 폭격을 가했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전쟁 앞에 인도정신은 뒷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폭격과 함께 현대에 와서 전쟁 양상은 변했다. 이제 어느 곳이 전쟁터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 그런 이유로 차라리 군인이 더 안전하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폭격의 역사>는 이렇게 비행기 폭격으로 근현대사의 전쟁에 대해 서술하는 책이다. 작가가 일본인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었는데 읽다보니 일본인이 폭격에 대해 더 트라우마가 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폭피해를 입은 국가이니 말이다. 가해자이자 피해자라 약간 의심 시선으로 책 읽었다. 자신들이 가해자였고 원폭 피해를 입어 전쟁이 끝났다고 코스프레를 할까봐서.

워낙 역사에 대해 잘 몰라 그렇지만 일본의 항복은 원폭이 아닌 소련의 참전이었다고 한다. 소련이 참전할 것이라는 사실에 항복했다고 하고 실제 참전하기 전 미국에서는 원폭을 실행한다. 일본에서는 원폭보다는 도쿄대공습의 피해가 훨씬 더 크고 깊었는데 원폭이 상징적으로 일본도 미국도 원폭 피해자만 신경쓰고 기록으로 더 남기는데 반해 도쿄대공습은 소홀히하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일본 사람이 쓴 책이지만 일본이 잘 못 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일본이 폭격받은 점이 폭격한 것보다는 더 많이 나온다는 내 착각내지 선입견도 있다.

현대에 와서 국가간 민간인에 대한 폭격은 자제하자는 결의가 있다. 결의때문에 지키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면 상대방도 똑같이 응전할 것이라는 사실때문에 자제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슬프게도 이 점을 서로 문명국가끼리는 지키지만 문명국가가 아닌 국가에게는 지키지 않는다. 상대 국가에서 나에게 똑같이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 솔직하지만 슬픈 현실이고 도대체 문명국가라는 표현자체가 얼마나 삐뚫어진 단어인지.

비행기술의 발달과 무기개량으로 더 적은 양으로 폭격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오히려 그 양은 현대에 들어 더욱 많아졌다. 정밀화가 훨씬 잘 이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정밀한 타격은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그 근처 모든 사물을 전부 폭격한다. 폭격에 대비하는 방어 진지가 더욱 발전하다보니 폭격은 훨씬 더 많이 이뤄진다. 인간이 직접 정확한 좌표를 알려주어야만 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한국 전쟁다시 핵을 쓰기 직전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행기로 서로 격추하는 화면만 보거나 총으로 사람 쏘는 장면만 보다보니 비행기가 무차별적으로 육지에 무기를 투하해서 초토화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폭격의 역사>를 읽으면서 그 위험성을 깨달았다. 우리는 현재 얼마나 쉽게 전쟁에 노출되어 전쟁이 벌어지면 도망갈 방법이나 기회도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절대로 전쟁 비슷한 것도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느낀다. 제발, 지도자들이 헛된 망상을 갖지 말고 국민을 위해 전쟁억지를 하며 폭격과 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일본의 폭격장면은 다소 적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폭격의 위험성에 대해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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