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깝고도 먼


가장 힘들고 어렵지만 언제나 막(?) 대할 수 있는 존재가 가족이다. 가족을 구분하자만 나를 기준으로 위로 부모님이 있고 아래로는 자녀들이 있고 옆으로는 배우자가 있다. 자녀들은 내가 아닌데도 나로 착각하는 존재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너무 깊게 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정작 나 자신도 못하는 걸 자녀들에게 강요하며 내 마음같지않게 행동한다며 혼내기도 한다. 분명히 내가 아닌데도 나도 모르고 자아일체가 되어 자녀와 나를 일체화시킨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과거만큼 많이 갖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나는 내 삶이 있고 자녀는 자녀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만 일정 기간동안은 자녀에게 올바른 길을 인도해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과도하게 참견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때문에 나도 모르게 꿈틀거리지만 내가 그 나이 때 나도 그랬다는 점을 자각한다면 한 발 물러서서 기다려줄 수도 있어야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다 잘 자라 지금 다시 또 부모가 되었다. 

옆으로 배우자는 <가족이라는 병>에서는 반려라고 표현한다. 책 저자는 자녀가 없는 관계뢰 자녀에 대한 부분보다는 배우자와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배우자는 어디까지나 함께 하는 파트너일 뿐이다. 서로 상대방을 참견하고 관여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을 가는데 있어 응원해주고 격려하며 함께 걸어가는 존재다. 심지어 특정 파티에 갈 때 꼭 배우자와 갈 필요없이 파티 성격에 맞는 다른 이성과 함께 동참해도 상관없다.

부모님 경우에는 나를 낳아주셨지만 시간이 지나면 독릭하고 각자 삶을 살아간다. 안부나 전하고 내가 살아가며 만난 사람들중에 더욱 친근하고 동질성을 느끼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을 나눈다. 부모님이라고 자녀를 강압하고 자신의 품 안에서 품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독립한 자녀는 어서 독립시켜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야지 집에서 빈둥 놀게 하며 자기 앞가림을 못하게 만드는 것도 부모의 잘못이다.

책 저자인 시모주 아키코는 부모들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아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에는 별로 만나지도 않았고 마지막에 병 문안도 거의 하지 않아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군인으로 타국을 침략한 점과 그 후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지 못한 점 들에 실망한다. 어머니같은 경우에도 저자가 생각할 때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며 반려에게까지 간섭하려 들어 아예 멀리 떨어져 살며 잘 안만나려고 노력한다.
저자 개인의 이런 경험때문인지 가족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과 보다 객관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예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맞지만 서로 각자 자신의 생활영역과 삶이 구분되어야 하는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침범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족일 뿐 우리는 가족 구성원에 대해 잘 모른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가족이라고 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부모님, 형제자매, 배우자, 자녀들을 우리는 가깝게 지낼 뿐 잘 알지 못한다. 당장 부모님이 어떤 사생활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도 모르고, 집에서 그저 보이는 면만 알고 있는 부모님과 집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부모님은 다르지만 우리는 모른다. 배우자도 역시나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관심을 갖고 있는지 세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자녀들도 자라며 안다고 착각할 뿐이지 자녀들의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을 나는 모른다.

책에서 묘사되는 가족은 어떻게보면 상당히 건조하다. 우리가 흔히 가족하면 떠올리는 오손도손과 같은 이미지가 상상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을 뿐이지 각자 자신이 할 일을 하며 상대방에게 참견하지 않고 말 없이 지켜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할 정도다. 물론, 가족이 아프면 돌봐주고 응원하고 지켜주지만. 책을 읽으며 신기한 것은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분명히 일본저자가 썼는데 나도 모르게 한국인이 쓴 책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일본과 한국에서 가족의 의미와 가족이라는 병폐(??)가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읽다보니 문득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떠올랐다. 영화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낳은 정과 기른 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집착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병>책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걸 가족의 해체라고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우리나 일본이나 지연과 혈연에 따른 극성스러운 문제점에 대해 정면으로 알려주는 내용이다. 어떻게 하든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되어야만 인정하고 그 외는 배척하는 사회가 올바른 것은 아니다. 인간의 본능이 그런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독 서양인에 비해 일본과 한국이 그런 이유는 지리적 이유도 포함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있었을 것이다. 

지금 일본은 누가 봐도 그렇지만 한국같은 경우에는 고립된 섬과 같다. 삼면이 바다지만 대륙으로 갈 수 있는 육로는 막혀있다. 일본이 섬나라는 특성때문에 생긴 여러 진화적인 발전처럼 한국도 어느덧 몇 십년이 되고 일제와 한국전쟁때문에 생긴 트라우마로 내편이 아니면 적이였다. 이마저도 수시로 득세하는 세력이 변하니 단순히 한 쪽편에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눈치껏 적당히 있어야 했다. 불확실한 상황이면. 이런 현상이 지속되며 한국이 더욱 혈연과 지연이 공고해졌다고 하면 과한 이야기일까.

고백하자면 나는 그리 좋은 아들이자 형제자매는 못된다. 좀 투박스럽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 책에서 저자는 대단하게도 딱히 큰 후휘를 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에 부모님들과 좀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한다. 기회가 있었는데. 인간은 자신의 경험(직접,간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는 부모님과 오빠가 전부 일찍 세상을 떠나며 다소 독특한 인지범위를 갖게 되었기에 이런 책을 썼는데 책에 나오는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그렇다고 가족 해체는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과도한 애정에 대해서 조심하자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저자처럼 아이도 낳지 않고 반려라며 배우자를 보는 것이 쉽지는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가족은 가족일 뿐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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