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민국 - 페미니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참 어려운 단어다. 단어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님에도 말이다. 불편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나 자신이 남자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남자라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균형감있는 가치관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가 의식을 하든 말든 생겨난 개념이 있다. 내가 자라온 환경, 성장 배경, 사회 문화 등이 결부되어 지금의 나를 형성했다. 이걸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을 나 스스로 남성적인 것일 수 있다. 충분히 남녀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본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뛰어나오는 말이나 생각이 있다. 또는 남자들끼리 농담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편승해 농담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떠벌릴 때도 있다. 그렇기에 좀 어렵다. 이런 것을 의식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남자라는 것은 참으로 편리한 점이 많다. 인류 역사 이래로 지속적으로 그랬왔으니 더욱 더.

이믹 남자 세계에 익숙하게 길들여져 있고 충분히 누리고 있는 내 입장에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너무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될 때 오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올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기득권을 가진 자는 놓치 않으려 끝까지 노력한다. 나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철저하게 남성 관점이라는 걸 스스로 모른다. 심지어 여자도 그럴 때가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한 것들이 너무 당연하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점점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는 개념이 서서히 정립되고 있다. 누구는 충분히 많이. 누구는 아직. 분명한 것은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정도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일주일에 한 번만 식사하던 사람이 이틀에 한 번 식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만족해야 할까. 아니다. 매일 식사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다. 그런데도 이제 이틀에 한 번씩이나 식사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는 절대로 아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적인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소소하게 읽기는 했다. <여혐민국> 저자는 페이스북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나야 모른다. 그나마 엄청나게 한국에서 논쟁이 되었던 것은 이 책에서도 나온 강남역살인사건이다. 이 때 메갈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별의별 용어가 등장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가 알게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런 걸 잘 몰랐다. 사실 그 전 메갈분들이 다큐에 나온 적이 있는데 걍 스쳐 지나친 후 나중에 기억이 나긴 했다.
저자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것이 아닌 영국에서 거주한다. 한국에서 자라 어릴 때 남아공으로 간 후 영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한다. 정확한 표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남녀평등을 위한 글을 올린다. 원래 IT관련 글을 올리다 이제는 거의 성지처럼 남녀평등에 대한 글 위주로 올리는 듯하다. 될 수 있는 한 남녀평등 개념을 갖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꿈틀할 때가 있다. 그 마저도 자각한 점이 중요하긴 하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남자이기에 너무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많아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동의하기 약간 어려운 것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걸 민족으로 치환해 설명한다. 아시아인이 외국에서 흑인을 만나거나 백인을 만났을 때 경험할 문제로 설명한다. 그렇게 읽으니 내가 남자나 여자가 아닌 한국인으로 겪어야 할 문제로 감정이입이 되니 확실하게 이해가 되었다. 상대방 입장에서 노력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아니다.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그런 부분에 있어 이 책은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다. 책은 남녀평등보다는 여성혐오에 대해 집중한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만연한 남초적인 분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읽으면서 많이 뜨끔했다.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저자는 그렇게 해서라도 깨닫기를 원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 기저에 깔린 남성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이건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기도 하다. 점점 한계가 다가오는 시점에 거의 유일한 대안은 여성의 사회참여다.

그러기 위해 여성의 사회참여도를 올리기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남녀평등이란 모든 걸 완전히 똑같이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자 남성과 여성에 따른 차이점은 인정한 후에 평등이다. 여성이 회사 일을 하며 아기를 키우고 육아휴직 등으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아야 한다. 개념이 잘 못 되었다. 그게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든지 누구나 빈 자리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채워줄 시스템이 이미 서구사회에는 만들어져 있다. 여성이 아기를 키워도 문제없는 이유다. 이건 어떻게 보면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이걸 깨닫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해보인다. 이걸 남녀간의 성적인 반목으로 몰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이미 먼저 노력한 페미니스트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꼭 페미니스트라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은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야한다. 과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 흔히 말하는 역차별 - 누가 뭐래도 더 많은 걸 누리는 자가 귀담아 들어야한다. 그나마 이 책을 읽고 찔리는 것은 많아도 내 사고체계가 완전히 뒤집어 질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된다고 할까. 더 노력해야겠지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같은 내용 반복이 좀 많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함께 살아가려면 읽어보자.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52916696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반성

http://blog.naver.com/ljb1202/1055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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