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생각 - 소탈


한국에서 장관까지 했던 사람이 쓴 책이다. 이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뻔하다. 아니면 내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한국에서 공직자가 고위공무원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무료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업에 따른 선입견이 있다. 고위 공무원은 어딘지 '어험'하며 뒷짐지고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런 편견은 한국 공무원에게만 느껴진다.서양 공무원이라면 그런 이미지는 또 들지 않는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이 아닌 고위 공직자들이 스스로 만든 측면이 강하다. 나같이 고위공무원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그런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스스로 만든 이미지가 아닌 스스로 행한 행동의 집합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접한 고위 공무원은 늘 TV에서나 본다. 어딘지 모르게 근엄하게 앉아 있거나 청문회 같은 곳이나 무엇인가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공개석상에서 환한 미소가 아닌 어딘지 만들어진 인사와 박수를 하는 모습이다.

솔직히 가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먼 발치에서 볼 때 소탈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 자체가 없다. 이러다보니 늘 한국에서 외국의 소탈한 고위 공무원을 소개할 때 열광한다. <딴생각>의 책 저자는 장군까지 했던 분이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선입견부터 든다. 아무리 책 제목이나 마케팅 문구가 어쩌구 저쩌구 해도 어딘지 모르게 일장 연설하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책을 시작하자마자 였다. 한국에서 장관까지 했다는 사실은 본인이 뭐라해도 대단한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며 그 자리에서 위로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다. 머리가 똑똑한 것은 물론이고 상당히 잘난 인물에 그걸 굳이 감출 필요도 없는 인물. 당연히 이 책도 어느 정도는 그런 예상을 했다. 막상 책을 펼치니 처음 사례가 본인의 대학 입학이다.

고등학교까지 나름 평탄하게 갔고 공부도 잘했다고 한다. 그러려니 했다. 장관까지 한 분이니. 그 다음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대학에 떨어졌다. 재수도 실패했다. 삼수도 실패했다. 이 정도면 흔히 말하는 천재과가 아니라 판단된다. 사수를 하며 수석의 실력을 쌓아야만 학교를 갈 수 있다는 말에 진짜 그처럼 노력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본인의 좌우명이 '수석의 실력을 쌓으면 붙기는 한다'가 되었다고 하니 꽤 의외였다.
책 내용은 다소 무겁고 진지하며 저자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장황하게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고위 공직까지 하며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와중에 결코 좋은 것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겪었던 다양한 사례를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솔직하게 다 고백한다. 내가 잘 모르지만 장관을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다. 가장 힘이 있는 부서로 알고 있다. 

그런 부서의 장관을 했던 분이니 충분히 내가 대단한다는 아우라가 책 내용에도 나올 것이라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늘 보였다. 심지어 책을 읽으며 내가 나도 모르게 웃기도 했다. 이 정도면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이미지를 깨도 될 듯했다. 또한 책을 읽으면 워낙 욕을 하지만 국가의 중요고 사소한 것도 잘 챙기는 고위 공직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모습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결코 그 대통령을 좋게 이야기하려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에피소드를 전달하기 위한 소재로 끌어들인 인물일 뿐이었다. 공무원들도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쓰기 교육도 받는 걸로 아는데 저자인 홍석우는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트레이닝 결과 글이 꽤 재미있다. 편안하게 전달한다. 강의를 워낙 많이 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루하지 않는 강의를 하는 강사 느낌이 물씬 풍겼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자신을 배웅하려는 사람들이 기다릴 까봐 못가는 에피소드는 재미있었다. 한편으로 해당 부서 고위 임원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배웅 인사를 하지 못하게 해도 될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중기청 같은 곳에 장으로 있으면 서류 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25%나 줄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좋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자기 편의를 위해 그런 것이 아닌 정말로 직접 그 서류를 작성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하다보니 생긴 현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위 공직자로 느끼고 개선해야 할 점을 가감없이 이야기한 부분은 나도 크게 공감했다. 그런 개선점을 심각한 톤이 아닌 소탈하게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가볍다고 할 수 있을만큼 편하게 전달한다. 한 마디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그만큼 책을 읽고 느낀 저자는 소탈했다. 충고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전달하기 보다는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의 내용은 순서대로가 아닌 중구난방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고위 공직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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