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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40년 - 역사


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할 때 마다 읽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참았다. <부동산은 끝났다> 저자인 김수현이 이 책을 추천할 때 다시 한 번 읽어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다시 미뤄졌다. 드디어 마음먹고 읽게 되었다. 예상대로 독서를 하기 위한 시간투자가 꽤 오래걸렸다. 1967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를 설명하고 있어 꽤 방대했다. 아쉬운 건 차라리 시간 순서대로 책이 구성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정책이나 각자 자신이 맡은 파트에 따른 연결구성이라 조금은 중구난방이었다.

그래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부동산 40년>를 저술한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은 정부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필요한 거의 대부분 자료를 볼 수 있다. 정부 내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중요 정책이 결정될 때 피상적으로 유추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토론한 내용과 중요 대화까지 수록되었다. 책이 나온 2007년을 비롯한 노무현 정부때의 기록은 더욱 정확하게 나왔다.

늘 그렇듯이 읽어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주택가격의 상승과 하락. 유동성에 따라 주택가격의 상승과 하락. 대출 규제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과 하락. 지겹게 반복되고 되풀이되며 한국 부동산의 도돌이 표를 완성한 내용이다. 한국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며 인구는 늘어나고 이에 따라 도시로 유입되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에 따라 거주할 공간이 필요하다. 도시가 확장되며 그에 걸맞게 주택을 건설한다.

처음엔 토지가 필요하니 토지가격이 오른다. 어느 정도 주택을 건설할 토지가 완성된 후부터는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최초에는 굳이 서울,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서울에 몰리는 인원을 분산하기 위해 경기도에 도시를 건설한다. 이 도시들은 대부분 계획도시다. 기반시설이 갖춰지며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며 주택가격은 상승한다. 이런 패턴에서 공급과 수요, 여러 규제와 완화에 따라 주택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며 학군이 주요 요건이 된다. 주택가격에 학군이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강남 8학군이 과거에 비해 덜 하지만 이에 따른 격차는 이제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해도 거의 대부분 공급과 수요의 시차에 의해 발생되는 불일치는 늘 주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등기부등본에 실거래가를 등기하는 제도 등으로 한국 주택은 점점 투명해졌다. 책은 뒤에 가서는 노무현 정부의 공치사를 용비어천가식으로 하는 점은 좀 거슬렸지만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 된 것은 맞다.

임대주택을 서울,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공급한 것은 꽤 영향을 미쳤다. 그 시점이 금융위기 직후 주택가격 하락과 맞물려있다. 비록 노무현 정부 시절 높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욕먹었지만 임대아파트 확대는 주택 안정화 측면에는 국민 거주 안정성 측면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그 후로 정부에서는 임대 아파트와 같은 공급을 중단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추진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서울,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은 덜했지도 모른다. 일본이 지속적인 공급으로 주택가격이 안정화(?) 되었던 것처럼.
한국 전세는 1876년 병자수호조약(강화도조약)에 따른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 인구가 늘어날 때 생겼다. 1900년대 초반에는 주로 경성 내에서 행해지던 것으로 1년 정도의 기간이었다.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곳도 있었는데 1981년 이전에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했다. 1990년대 공급이 지속되었지만 IMF 이후인 1998년부터 공급이 줄어들며 전세가격이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당시 저금리와 맞물리며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

당시 서울은 전세의 월세 전환물량이 60%였고 분당구 구미, 서현동은 월세비중이 무려 80~90%에 달하기도 했다. 소형 위주에서 대형까지 월세 물량이 나왔다.2005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전세가구는 356만 가구였고 월세가구는 301만 가구였다. 전세와 월세차이가 크지 않았고 전세는 2000년에 비하면 오히려 48만 가구 줄었다. 

한국에 첫 등장한 임대주택은 주택공사가 1971년 서울 개봉동에 13평짜리 아파트 300채였다. 주공이 3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원래 분양 주택용이었지만 분양가 135만 원에 미분양이 되어 1972년 4월에 임대로 결정했다. 조건이 보증금 10만 원에 월세는 층에 따라 6,100~6,800원이었다. 당시 개봉 임대아파트는 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그 이후 한강 시영 아파트는 전세로 추진했으나 150만원이 부담되어 결국엔 월세 임대로 전환했다.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에 의하면 2003년부터 총 15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목표로 했다. 2006년까지 35만 6209호로 게획 대비 91.3%를 달성했다고 한다. 분명히 자금확보 문제로 부담스러운 사업이었지만 임대주택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불가능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예산이 부족해도 재정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2007년 1.31대책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총 주택량의 20%까지 늘리겠다고 했으니 이런 영향으로 서울, 수도권이 가격 안정화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정책부분은 잘 모르지만 현재도 임대아파트는 이미지가 안 좋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부분은 아이들을 통해 개선도 가능하다. 임대아파트 근처 학교에 가장 실력 좋은 선생을 배정한다. 학교 차원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학력 수준을 올린다. 일반 고등학교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아 우수 대학교를 가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면 임대아파트 근처 학교를 가기 위해 이미지가 달라 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것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처럼 민간에 맡기는 뉴스테이로 모든 걸 밀어부치는 데 뉴스테이는 결국에는 중산층이 타켓이다.

책 마무리에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택 공급과 유동성으로 인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럴 때 공급시차 관리와 대출 규제를 제대로 행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는 반성을 한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라 분명히 이야기한다. 내가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국토교통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일반인이나 투자자보다 사실 더 잘 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런 책을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정책을 펼치는 것 자체가 우리 생각과 달리 더 큰 그림을 갖고 차근 차근 연결하며 추진한다고 본다.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관련 산업이 힘들지도 않게 말이다.

끝으로 최근 유행하는 분양과 관련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1977년 3월 15일 여의도 목화아파트 분양은 공개추첨이었다. 신청자가 4,000명 정도가 몰렸는데 한 사람이 현금 2억 원을 갖고 100가구를 신청했다. 당시 제조업 근로자가 5만 원 이하 월급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10가구나 신청했는데 하나도 안 되었다고 볼멘 소리를 질렀다. 이후 주민등록증을 확인해 이중 신청을 막으려 했으나 무주택자를 동원해 여전히 10여개 이상 신청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된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여러 이야기가 진행되며 '이번에는 다르다'가 외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단어가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말한 경제학자가 있다. 이번이 다른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역사는 계속 반복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그걸 누구도 모르니 다르다며 행동한다. 그래서 '늑대가 왔다'고 외치는 양치기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정신똑바로 차리고 봐야한다. 균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목하고. 누구?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오래 읽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과거와 현재가 궁금하다면.

함께 읽을 책
http://blog.naver.com/ljb1202/220727272990
부동산은 끝났다 - 다시 출발

http://blog.naver.com/ljb1202/220561414629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 선택에 따라

http://blog.naver.com/ljb1202/220698535488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주택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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