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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습관 - 배움

 

최근에 뜻하지 않게 정약용이 소환되었다. 그것도 전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부동산과 관련되어서다. 정약용이 자녀들에게 절대로 서울을 벗어나서 살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회자되었던 말이다. 서울 부동산이 계속 상승할 것이니 그러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이용하기 위해 정약용을 소환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라는 것은 이미 정약용의 시대를 앞서갔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에 다시 대도시의 중요도가 강조된다.

한국을 비롯한 어느 국가나 대도시는 대세다. 원래부터 그랬지만 갈수록 더욱 그 중요도가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그들이 함께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는 중소도시에서는 힘들다. 문화, 문학, 정보, 지식 등이 밀집되어 응축되고 서로 나누면서 올라가는 에너지와 상승효과는 대도시에서만 가능하다. 인터넷이 발달해도 그렇다. 그런 정약용은 무려 20년이나 유배생활을 했다. 지금 우리에게 정약용은 위대한 학자였지만 당시에는 초야에 묻힌 선비였다.

워낙 뛰어났기에 오히려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다. 후대에 와서 그가 남긴 수많은 저술 덕분에 알려졌다. 당대에 잘나가던 권력자들과 달리 엄청난 책을 남겼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제목이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다. 실학자라는 표현답게 단순히 학문에멘 전념한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냈다. 수원에 가도 그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정약용의 마지막 습관이라는 관심이 간다. 정작 책을 읽으면 이걸 굳이 마지막 습관이라고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책의 구성은 정약용이 쓴 책에서 내용을 뼈대로 했다. 정작 정약용의 책보다는 중국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그런 건 좀 아이러니하다. 정약용이나 그와 관련된 인물이 힘들면 한국 인물로 했다면 어떨까했다. 책 내용의 3분의 2가 공자와 관련된 이야기다. 제목에서 어패가 있다. 내용이 좋으면 괜찮긴 하다. 공자나 정약용같은 인물로 할 때 내용이 나쁘긴 힘들다. 수많은 세월동안 검증되고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고를 준 내용일테니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내 수준낮음이 된다.

사실 이런 책은 리뷰 쓰기가 좀 난감하다. 하나의 내용이 이어지면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 토막으로 나온다. 비슷한 내용끼리 묶었다고 해도 아무 챕터나 펼쳐 읽어도 아무 지장이 없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내용이다. 이 안에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를 집어 말하는 것은 어렵다. 여러 내용을 역시나 토막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책은 정약용이 주자의 <소학>을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했는지를 토대로 했다고 한다.

책에서 처음 이야기하는 제목은 '위학일익(爲學日益)이다. 배움이란 매일 채워도 끝이 없다라는 뜻이다. 어딘지 이런 책과 다산 정약용과 관련되어 가장 적절한 가르침이 아닐까한다. 공부란 끝이 없다. 공부라는 걸 너무 학교에서 배운 걸로 한정한다. 우리 삶을 볼 때 평생 배워야 한다. 자기 발전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자기 발전이라는 것이 반드시 입신양면을 위한 것은 아니다. 배운다는 걸 너무 성과지향적인 걸로 생각하는 것도 현대인의 질병 아닌가도 한다.

그런 노력이 나를 발전시키는 것은 맞지만 그로 인해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도 들 때가 많다. 공부라는 것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반드시 세상이 바라보는 출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공은 드러내는 것이 아닌 드러난다고 한다. 내공도 없으면서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현대는 내공이 부족해도 충분히 마케팅으로 커버하는 시대다. 마케팅을 잘하면 사람들이 몰리고 이를 통해 충분히 내공있는 사람처럼 된다.

오히려 내공이 있는 사람들이 드러나기 전에 사람들이 몰라줄 때도 많다. 시간은 이런 것을 해결한다. 마케팅으로 올린 인기는 얼마 가지 못해 내공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당장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해도 자신의 내공을 끊임없이 키우면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한번 기회를 잡으면 그때부터 탄탄대로인 경우가 많다. 이런 표현 자체도 이미 성과지향적인 사고가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택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긴 하다.

나라는 사람이 독야청정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런 필요가 없다. 공부라는 걸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하면서 생각을 해야 한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변화가 없고, 학식이 높은데도 인간성은 별로인 경우가 꽤 많다. 그런 경우가 바로 올바른 공부가 아닌 오로지 입신양면을 위한 공부에 전념했기 때문이리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의 폐단은 이런 곳에서 나온다. 내가 아닌 남이 중심이 되었을 때 본질을 놓치게 된다.

정약용은 이미 유배를 당해 다시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꿈을 꾸긴 쉽지 않았다. 더이상 공부를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입신양면을 위한 공부라면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정약용은 공부를 했다. 자신을 위해 공부했다. 자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공부했다. 그 덕분에 오히려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고, 이렇게 후대에까지 그가 남긴 어록을 우리가 알 수 있게 되었다. 책 자체는 좋은 이야기가 풍성해서 다 다루긴 힘들어서 이 내용만 쓰고 끝낸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다른 사람 이야기가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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