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없이 살자 - 주체성


의도치 않게 여행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정작 나는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고 있다. 대리만족을 하느냐하면 그건 딱히 아니다. 나 자신이 여행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것도 해 본 사람이 더 좋아한다는 측면이 강할 수 있다. 어떤 것에 대해 알면 더 하고 싶어진다. 모르기 때문에 차라리 관심도 없다. 그런 측면이 좀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기껏해야 휴양지에 놀러 간 것이 전부니 말이다.

꼭 반드시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것도 유행이 아닌가도 싶다. 방송 등에서 워낙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동경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로망이 생긴다. 직접 해 보니 너무 좋다. 이건 무엇보다 일상에서 벗어난 행동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일상에서 그렇게 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외국을 나가한다. 한국에서 외국 여행처럼 돈 쓰고 놀면 되는데 말이다. 그게 생각과 달리 잘 되지 않아 그렇지만.

여행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자아성찰이나 현재 소개가 주류다. 여행을 가는 가장 큰 목적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아닐까한다. 혼자 가는 여행도 있고 지인이나 친구랑 가는 여행도 있고 가족이랑 가는 여행도 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은 대부분 부모나 혼자 가는 여행 책이었다. 관계 회복이 되는 이야기가 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이야기고, 혼자 가는 여행책은 자신을 돌아본다.

이 책은 세계 여행을 1년 동안 한 이야기다. 거기에 부부가 함께 간 여행기다.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생각해보니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간 책은 없다. 의외로 블로그 등에 보면 세계 여행을 부부가 함께 다녀 유명해 진 사람들 이야기가 많은데 말이다. 이 책에는 그런 말이 나온다. 부부가 함께 세계 여행을 하면 더 돈둑해지거나 이혼다고 한다. 그렇기에 부부가 함께 여행한 책은 없나라는 생각도 해 본다.

책 제목이 <우리, 아이 없이 살자>다. 어떻게 보면 책 내용은 여행에 관한 것인데 제목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책 내용도 아이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보다는 여행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거기에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어진다. 저자는 갖가지 병도 있었고 비행기도 제대로 탈 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참 난감한 상황이다.
늦게 결혼을 했고 남들처럼 아이를 가지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여러 상황상 포기를 해야 하는데 부부 관계도 나뻐졌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전환도 했지만 갈등이 풀리진 않았다. 이럴 때 남편이 세계여행을 제안했다. 본인은 다니던 호텔도 그만두고 말이다. 함께 풀자며 한 제안이지만 탐탐치 않았다. 장시간 비행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 떠난 세계 여행을 전혀 즐겁지 않았다.

고지대에 가고 제대로 된 기반시설도 없고 가는 곳마다 고역이다. 원해서 떠난 여행이 아니라 계속 불만만 갖고 초반에는 여행을 했다. 마음도 힘들고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남편에게는 계속 툴툴거리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적으로 익숙해지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즐기게 된다. 제목답게 사실 이 책은 여행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행은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보다는 오히려 저자 내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몸은 외국 어딘가에 있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과거를 헤집고 다닌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앙금이나 자신의 내면에 대해 풀어내는 형식이다. 결국에 여행은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다. 여행을 다니며 부부만 다닌 것은 아니고 양가의 어머님들과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세계 각지 여행을 하는데 오지도 꽤 많이 다닌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극한 체험도 한다.

여행이 시간 순서대로는 아니다. 좀 왔다갔다 하며 전개되고 있어 다소 혼돈은 되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여행을 어디 다녔는지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어떤 여행지에 어떤 경험을 했고 그 와중에 저자 자신이 생각했던 걸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둔다. 기억의 편린이라고 할까. 여러 생각과 장소를 오고가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저자 자신이다. 주변 상황이나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자가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 갈 것인지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세계 여행을 하며 느꼈던 장소와 경험에 성찰까지 책에 담았다. 책 내용도 재미있고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갖게 만든다. 여행 이야기가 많이 있으니 관련 사진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좀 아쉬웠다. 의도치 않게 딩크 족이 된 두 사람이 향후 이렇게 살자는 이야기도 담아있다. 아이가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지 않다. 결국에 모든 것은 나로부터 출발이다. 이걸 놓친다면 세상 살아가는 것은 더 힘들지 않을까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아이 없어도 잘 살자가 더 맞는 제목같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비슷한 세대 분이면 많이 공감할 듯

함께 읽을 책
https://blog.naver.com/ljb1202/221262226901
50대 청년, 대한민국을 걷다 - 국토횡종단

https://blog.naver.com/ljb1202/22120585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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