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 2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소감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아버지의 부재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와 그다지 살갑게 지내진 않았지만 아버지를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은 미친듯이 호텔에서 완성했다고 한다. 모든 걸 접고 오로지 소설만 집중했다고 한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작가의 마지막 말을 읽으니 다르게 책이 다가왔다. 사실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 책이 아버지를 추억하며 썼을 것이라고는 꿈꾸지 못했다. 소설 마지막에 가서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은 갔다. 그런 것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어도 그런대로 깔끔했다. 운명이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그건 누구도 모른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2번 삶을 살지 않는다. 딱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다. 지금 겪는 건 무조건 현재 겪는다. 시간이 지나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어도 그건 다르다.

오늘 이 시간에 경험한 것과 내일 다른 시간에 경험한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렇기에 운명이란 정해졌다고 하기는 애매해다.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는 것도 누구도 모른다. 분명히 벌어질 일이 벌어지긴 하지만. 흔히 말하는 가자에게 자유의지가 있다. 똑같은 상황을 주워졌다고 똑같이 행동하리란 법은 없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했던 것을 안 할 수도 있고, 안 했던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삶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책의 배경때문이다. 미래에서 현재로 사람들이 왔다. 이들은 현재를 변경하면 안 된다. 될 수 있는 한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고 왔다 가야만 한다. 그들 각자가 어떤 목적을 갖고 이 곳에 왔지만 그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여기서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되면 세상은 조금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세계가 달라진다.
책의 실제 배경이 된 미래는 빈부격차가 너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로 온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차라리 여기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내린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미래에서 현재로 왔지만 현재에서 살아가는 내가 또 있게 마련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건 이미 태어나 아직은 어릴 뿐. 이런 현상은 분명히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내 의지랑 상관없이 이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이미 그들이 온 세상과는 다르다.

책 제목처럼 <곰탕>을 그저 먹고 싶다는 가게 주인의 요구에 따라 현재로 여행온 우환. 그는 뜻하지 않게 식구를 만난다. 현재는 미래에서 온 사람 중에 이곳에서 커다란 권력을 잡으려 한 인물도 있다. 그런 인물이 서로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서로 만나고 헤어진다. 무엇인가 꾸미는 자가 있고 이를 막으려는 자가 있다. 이미 벌어진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도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재를 변경시킬 수도 있다.

쉽지는 않지만 그 사람을 막으면 된다. 그가 실행하기 전 잡으면 된다. 이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인물에게 하지 못하도록 미리 사전에 손을 쓰면 어떨까. 그런 아이디어가 이 책의 생각이다. 곰탕은 하나의 매개체였다. 실질적으로 곰탕은 중요하지 않았다. 곰탕을 근거로 더 큰 그림이 있었다. 그걸 누구도 몰랐다. 심지어 당사자도 몰랐다. 그저 곰탕 만드는 것을 배워 다시 가면 되는줄만 알았다.

이 모든 것은 책 마지막을 가서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판타지처럼 진행된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래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치부된다. 미래에서 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책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지워버렸다. 굳이 이렇게까지 길게 내용을 전개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마지막에 모든 의문이 풀린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족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동인이 된다. 책은 읽어볼 만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2권이 더 길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끝까지 읽어보면.

함께 읽을 책
https://blog.naver.com/ljb1202/221244341467
곰탕 -1

https://blog.naver.com/ljb1202/221119182807
더 테이블 - 사연

https://blog.naver.com/ljb1202/1644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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