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 - 리듬


나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대부분 책이 다소 딱딱하다. 무미건조하다는 표현이 맞는 책이 많다. 감수성 돋는 책을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겠다 이제 그런 류의 책을 읽는 것은 다소.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보다는 워낙 읽어야 할 책이 많다보니 우선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로맨스 소설도 읽고는 했다. 할리퀸 정도까지는 안 가더라도 말이다.

정서가 메마르다고 할 수도 있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어느 정도 다른 정서와 감수성이 생긴다. 정확하게 이 감수성이 결혼 여부인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나이를 먹는 것과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사실이다.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 등은 감수성 돋는 작품을 보지만 책은 유독 멀리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인 <결혼은 아직도 연애중>은 분명히 보지 않았을 책이다.

평소에 나름 다양한 책을 읽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특정 분야에 편중된 것은 사실이다. 나름 다양하게 읽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다독가라고 해도 각자 자주 읽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아예 읽지 않는 분야도 있다.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읽는 편이다. 책의 저자인 리듬이 책을 선물했다. 원래는 이 책을 읽지 말라며 선물했다. 전작인 <야밤산책>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 이 책도 선물하며 읽지 말라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나에게 던져줬다.

읽지 말라는 이유는 자신이 썼지만 너무 오글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니 했다. 책을 읽었다. 오글거린다는 느낌보다는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감수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다시 떠올렸다는 느낌도 들었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많이 다르다. 둘이 서로 사랑해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점은 같다. 대체로 서로 떨어지기 싫으면 결혼한다는 표현도 맞다. 연애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마음을 확인하는 알 듯 모를 듯 한 감정이다.

결혼하면 이제 상대방을 알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아무리 결혼했다고 배우자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함께  살아가는 재미가 더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매일 매일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고 미처 예상하지도 못한 일에 서로 웃는다. 연애 할 때 서로 상대방에 대한 낯설음에서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이 알콩달콩 책에 잘 설명되었다.
"내게도 누군가와 함께 우산을 쓰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도 딱 붙어 있을 수 있는 당당함, 우산 아래 작은 공간에서 빗소리로 둘러싸여 우리 둘만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고요함, 세상 어떤 향기보다도 달콤한 그만의 향기를 맡으며 길을 걸을 수 있는 황홀한 공기..."

이런 초창기 사랑하는 사람간의 로맨스는 시간이 지나며 사라진다.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던 지난주, 우리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나 같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 각자의 우산을 펴고 나란히 걸었다.걷는 동안은 핏대까지 세우며 목소리를 높여야 했지만, 그냥 빗소리를 배경음 삼아 더 큰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대화했다. 작은 우산 아래 꼭 붙어서, 비를 다 맞으면서 걸어가는 연인들의 뒷모습에 우리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말이다."

시간이 지나 서로 살짝 덜어지지만 관계가 악화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상대방을 서로 더 배려하고 친밀감이 생기며 더 좋아진다. 그렇기에 책 저자인 리듬과 S는 결혼했다. 나이를 먹는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했다고 두근거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활이라는 괴물이 잠시 먹어치울 뿐이다. 생활이라는 놈에게 강펀치 한 번 날리면 뱉어낸다. 읽으면서 미소를 머금고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은 부담없이 가볍게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공원에서 늘어진 자세로 읽으면 좋다. 거기에 로맨스하게 배우자(애인)의 허벅지를 베개삼아 읽으면 더 좋을 듯도 하다. 하긴 무엇을 하든 나쁘겠냐마는. 책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 무척이나 감수성 풍부하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울러 이렇게 시시콜콜 내용을 적다니. 전 남친 이야기도 적었으니 말이다. 두 분이 서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복하게 재미있게 알콩달콩 살았으면 한다.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지칠 수 있겠지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조금 오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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