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읽기가 힘들까 - 세렌디피티
과거에는 책이 귀했다. 지금 우리가 인문고전이라 불리는 대부분 책들은 그런 이유로 수많은 책 중에 살아남은 책이 아니다. 말은 스스로 터득할 수 있지만 글은 따로 학습을 받아야만 하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작업이다. 얼마 되지 않은 책들이 구전으로 전해지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양피지에 남겨졌다.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서삼경을 반드시 읽어야 했던 이유도 읽을 책이 그만큼 귀했다는 반증이다. 현대인에게 독서를 위한 책 선택은 너무 어렵다. 한국에서 1년에 나오는 신간만 40,000종이 넘는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수없이 펼쳐져 있는 책들이 나를 선택해달라고 화려한 표지와 함께 자태를 자랑한다. 평생 읽을 책이 기껏해야 100권 내외라면 부담 없이 아무 책이나 읽으면 된다. 평생 읽어도 못 읽을 정도로 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어도 도저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다 소화하지 못한다. 1년에 200권 내외의 책 리뷰를 올리는 나 자신도 단행본 신간 기준으로 1%도 안 되는 책 리뷰를 쓸 정도다. 수 없이 많이 쏟아지는 책 중에서 어떤 책이 좋은지 나쁜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책을 사서삼경 읽듯이 또 읽으며 그 뜻을 헤아리고 끝까지 정독하면서 통독하고 완독은 이제 불가능하다. 현대인에게 이런 독서방법은 그 자체로 질려서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독서란 행위는 시작한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소명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갈수록 독서가 현대인에게 어려운 이유다. 책이 너무 많으니 어떤 책이 좋은지 도저히 식별도 안 되어 질려버린다. <나는 왜 책읽기가 힘들까> 저자인 ‘도야마 시게히코’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난독을 권한다. 읽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전날 TV에서 본 야구 시합 기사를 읽는 것처럼, 읽는 사람이 내용에 대하여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 적합한 읽기 방법이다. 이를 알파 읽기라고 부르도록 하자. 즉, 사전에 읽을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