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배신 - 판박이


최근 EBS에서 공부의 배신이라는 다큐가 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걸로 알고 있다. 굳이 볼 생각은 없다. 어떤 내용일지 뻔히 예측된다. 그걸 보고 놀라는 사람이 오히려 난 의아하다.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아닐까. 어제, 오늘 발생한 것도 아니고 꽤 오랜 시간동안 벌어진 현상이다. 아마도 그 다큐는 이번에 읽은 <공부의 배신>이 많은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한다. 사실 이 책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측되었지만 직접 확인한 의미랄까.

한국은 미국 교육을 부러워한다. 미국은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로는 미국이 아니라 오바마이겠지만. 미국은 학생들에게 자립감을 심어주고 토론문화가 발달해서 사회에 나와도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간다. 이런 이미지가 있다. <공부의 배신>을 읽으면 이런 이미지에 배신을 느낀다. 미국이나 한국이 차이가 없다. 데칼코마니, 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에서 소개된 것들이 일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책을 읽으며 한국에 그대로 대입을 해도 차이가 없다. 한국에서는 서울대를 기준으로 줄서기를 하고 사회에 나와 또 경쟁을 하며 여러 생각할 필요도 시간도 없이 닥치고 공부하며 주류에 편입되기 위한 노력한다. 미국은 그 범위가 조금 더 넓고 글로벌하다.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대학이 최고다. MBA로 가면 와튼이다. 그 이외는 이류다. 우리가 하는 MIT, 다트머스, 콜롬비아 대학도 이류에 속한다. 한국은 기껏해야 한국인들만 입학하려 노력하고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입학하려 한단점만 다르다.

미국은 대학을 들어가고 졸업하며 생각하는 인간으로 사회에 나온다고 믿었다. 그것도 일류 대학에서 그렇게 가르친다고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 전혀 아니다. 미국도 똑같다. 생각할 틈도 없고 생각할 여지도 주지 않고 오로지 저 위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어느 과를 나오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대학을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그 이후에는 변호사와 의사. 경제가 발전하며 월스트리트로 진입하는 것이 모든 학생들의 목표가 되었다. 어떤 과냐는 상관없다.

이 과정에 우리가 알던 명석하고 현명한 학생이 졸업하지 않는다. 별 생각없이 자신이 원하는 걸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들어간 각종 투자 관련 기업이나 로펌 등에 들어간 후 시간이 지나 인생에 생각한다. 미래에 대해 장래에 대해 고민하며 무엇인가 잘 못 되었다고 느낀다. 이건 우리와 다를 바 없다. 현재 한국 교육문화 문제라고 떠들던 것들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화 시대에 맞게 글로벌한 걸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이 유독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세계화에 맞는 트렌드라고 생각하니 좋아해야 할까. 현재 자본주의가 팽배해지며 갈수록 체제의 문제가 여러 국가에서 속속히 나오는 듯 하다. 이미 모든 국가들의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으로 규정받는다. 우리가 알던 미국 대학은 없었다. 그들은 인문을 중시하고 전인교육식으로 학생들에게 토론하며 생각을 키운다고? 책을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미국에 살아보지 못해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미국 교육을 이야기한 인간들도 결국에는 약장수였다. 미국도 현재 그러지 못한다고 한다. 어떤 대학이 인문고전을 읽히며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런 대학은 거의 미국에서 이류에 속하는 대학이다. 똑똑한 친구들이 다니는 대학은 그런 걸 가르칠 틈이 없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그런 교육을 하긴 한다고 한다. 그러면 뭐하나. 그런 대학을 나와 취직도 못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런 대학을 나와 그래도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고 성공지향적인 목표가 아닌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맞다고 해야할까. 실제로 1960년 ~1970년대에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을 시카고대학과 콜럼비아 대학을 필두로 실행했다. 인문 고전을 수업에서 배운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대학교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그 명맥만 이어질 뿐 대다수 대학은 취소했다. 예전과 달리 지금 대학에서 전공이란 다른 분야는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전공분야만 공부하고 집중한다.

다양한 융합을 통한 사고의 확장따위는 알려주지 않는다. 대학을 다니는 친구 중에 자발적으로 공부한 친구들이 있겠지만 그들은 빌 게이츠가 대학을 중퇴했다고 대학 다닐 필요가 없다고 하는 궤변과 똑같다.  한국은 연구 실적이 부족하다고 늘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지금처럼 연구 주심이 된 것은 정책때문이었다.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살된 후 연구기금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교수들은 연구에 집중했다.

연구를 위한 기금을 끌어들이는 교수가 학교입장에서도 더 중요하다. 교수는 갈수록 연구실적이 훨씬 중요한 실적이 되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그 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대학에서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쳐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만 학생들은 교수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받을 시간도 없고 교수들도 학부생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하지 않다. 연구  실적만이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학생들을 성심성의것 가르치는 것보다 논문 하나 발표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대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차라리 취직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변신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갈수록 똑똑한 가난한 집 자녀보다는 멍청한 부자집 자녀가 더 좋은 기회를 갖고 취직도 잘 된다. 이래서는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취직을 위해 한국도 그렇지만 학점 인플레이션이 생겼다. 과거에는 유급도 당하고 제적도 당했지만 이제 대학은 그렇지 않는다. 과제를 제출 하느냐 여부에 따라 점수를 받을 뿐이다. 과제 내용이 아닌.

과거에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일류 대학은 알려줬지만 이제는 일류대학에 온 승자라는 말로 학생들을 고취시킨다. 너희는 이미 성공한 인생이라고 가르친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 학생들에게 그런 믿음(?)이 과연 올바를까. 일류 대학은 엘리트들을 모집하고 그들을 가르치기보다 공급하려 한다.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전공과목을 따라가기에도 벅찰정도로 과제가 많다. 교수가 학생들과 토론하며 가르침을 주려하기보단.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틈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주류에 편입되고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으며 큰 아쉬움 없이 삶을 살지만 시간이 갈수록 삶의 회의감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심지어 봉사도 스펙이라 국내에서 하는 봉사는 의미없고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해야만 의미를 갖게 된다. 자녀들을, 학생들을 사육하고 트레이닝 시킨다고 할까. 꽃길을 걸어가라고 하지만 꽃길이 계속 펼쳐질까. 자신이 선택한 인생이 맞을까. 

미국도 한국처럼 부모들은 자녀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한다. 한국 대치동 사교육처럼 미국도 똑같이 자녀들에게 좋은 대학을 가고 대학을 다닌 후에 가야 할 직업까지도 설계한다. 갈수록 정신 이상한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몸은 비대해지지만 정신은 핍폐하고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덩치 큰 아이에서 성장을 멈춘 어른. 최근 한국에서 만나는 중산층을 보면 맞벌이로 합쳐 월 700~800을 벌고 있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저 앞만 보고 회사를 다녔는데 어느 날 보니 이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런 자각이라도 축복일 수 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깨닫는 것보단 얼마나 다행인가. 분명히 미국책을 읽었는데 한국 상황과 똑같아 놀랐다. 스케일이 좀 더 크고 방대하다는 차이와 부자는 아예 기부입학을 하는 걸 제외하고는. 결국 양치기가 몰아대는 양으로 길러지고 키워지고 있다. 열심히 풀을 뜯으며 앞으로 향해 가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줄도 모르고 앞에서 가니 쫓아간다. 양치기만 알뿐이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하는 대안도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것은 누가 봐도 맞다. 좋은 대학이 모든 것을 보장하진 않아도 최소한 턱걸이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로서 그걸 하지 말라고 하기도 힘들다. 아주 빈민층이나 엄청난 부자가 아닌 다음에는 모두 그 줄서기에 탈락하지 않고 앞에 서기위해 노력하는 현 시스템은 어쩔 수 없긴 하다. 그걸 알기에 더욱 부모로는 집요하게 몰아대고 강요한다. 최소한 그렇다해도 자녀들이 어떤 대학을 가든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도록 해야 되겠다. 그렇게 노력하는 부모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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