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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그게 좋은 건 아니다


제목만 보면 그다지 관심이 가는 책은 아니다. 서울대나 하버드와 같은 단어가 들어간 책을 읽어보면 대체적으로 독자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내용이 별로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에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공부를 하니 너희들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실제로 책에 나온 내용과 다른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하버드 대학을 예로 들며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정작 하버드대학을 다녔던 졸업생 이야기를 들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도 제목을 볼 때면 한국사회의 성적 지상주의를 이야기하는 책으로 읽혔다. 서울대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요점정리를 하고 시험이 다가올때면 어떻게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특출난 사람이 되고 높은 학점을 받는지를 알려주는 책으로 읽혔다. 하지만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핵심은 서울대에서 고학점을 받는 친구들이 우수하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느 학교에서나 고학점을 받는 학생은 무조건 우수하며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고학점을 받는 학생은 교수의 수업을 열심히 듣고 교수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해서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는 것은 맞다. 교수가 원하는 결과물을 제출하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맞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이 과연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인가라는 부분에 있어 의문을 표시하는 책이다. 수용적으로 지식을 흡수하는 학생이 올바른 학생인가 여부는 다른 영역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고학점을 받는 학생일수록 수동적으로 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다. 이것이 나쁜 것인가, 좋은 것인가는 분명히 토론과 논쟁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쫓아가는 전략으로 선진국까지 왔다. 아무것도 없던 시대에는 무조건 만들었고 다음으로는 무조건 흉내내서 품질을 높혔다. 이제 더이상 팔로우하는 자세가 아닌 선도하는 전략으로 해야 한다고 볼 때 한국 사회 교육구조에서는 힘들다.

그 이유가 바로 서울대에서 고학점을 받는 학생들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업시간에 머리를 파 묻고 교수가 하는 모든 말을 받아적고 일체의 질문도 없이 교수가 원하는 결과만을 말한다. 이런 자세는 한국 사회 어느 곳에서나 익숙히 보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이런 전략은 빠르게 상대방의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지 모르지만 자아가 없다고 할까. 지식 안에는 내가 없다. 모든 지식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먼저 그 생각을 하고 발전시킨 것은 맞겠지만 아무런 비판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것에는 발전이 없다.

이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판단하건대 다른 생각과 의견이 있어도 그걸 표명하면 높은 학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밝히지 않고 교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쓴다. 결국에는 무조건 정답을 찾는 우리의 교육제도가 그대로 대학에서도 진행된다. 합리적인 의견 교환을 하고 다른 생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자신의 생각을 더욱 발전시키지 못하고 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학습이 바로 한국의 교육이다. 이 부분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교육방법이다.
동아시아에서 유학간 학생들이 미국 학교에서 1,2학년까지는 고학점을 유지하지만 3,4학년이 되면 대부분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미국 학교는 수업 자체가 교수가 일방적으로 떠들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교수는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서로 토론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교수의 수업내용을 다시 하는 복습이 중요하지만 미국은 진행할 수업내용을 미리 파악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면 오히려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서울대에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의 수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적지만 미국에서 어느 곳에 앉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다를지라도 개진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 학생들의 태도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 진행이 잘 못되었다고 한다. 서양은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교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대부분 학교가 1년 동안 학습할 분량을 잘 쫓아가지만 미국은 각 선생이 알아서 수업을 한다.

중, 고등학교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대학마저도 공통적으로 진행할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수들이 알아서 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다. 이걸 교수 탓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은 교수들에게 강의는 교수자리를 유지하는데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알고 있는 지식을 혼자 떠들고 끝내는 것이 가장 편하다. 토론하자면 교수도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책이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이다.

이렇게 보면 암담하고 답답할 수 있지만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책에서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얼마든지 수업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 책의 저자가 직접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강을 포기하기도 했는데 결국 최선을 다해 미국식으로 수업을 끝까지 마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고 한다. 이 수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치화된 점수를 받기 힘들기때문에 학생이나 부모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서 이런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난리가 날테니.

이 책은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한국사회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현재 한국은 하나의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처럼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을 수 있겠지만 지금 보다 더 잘 살기 위해 - 꼭 그래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솔직히 있다 -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힘들다. 이건 한국 사회의 문화와 연결되어있다. 쉽지 않겠지만 학교에서부터 교육이 변하면 사회가 변할 수 있는 시작이 된다면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 교육 시스템이 좋다 외국 교육 시스템이 나쁘다 여부는 아니다. 대체적으로 전체가 일정 수준으로 교육을 통해 올린 성과는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전체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될 놈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교육은 누구나 다 관심을 갖고 내 자식만큼은 이라는 생각으로 들여다보니 쉽지 않다. 그래도 변화를 모색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학부모들도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는 중이라 본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나온 내용이 쉽지 않아도 접목해 보는 것이 어떨까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일단 서울대라도 가야하지 않냐고?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교육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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