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추석에도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제목때문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오후도 아니고 저녁도 아니고 아침이다. 가장 진취적이고 뭔가를 하겠다는 각오가 투철한 시간이 아침이다. 죽음을 딱히 생각해야 할 시간이 따로 정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그런 시간이 따로 있다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시간은 누가 뭐래도 아침아닐까. 바로 그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제목으로 정하다니 말이다.

어그로라는 표현처럼 제대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음을 생각한다면 약간 병 아닐까. 그만큼 죽음에 대한 고민을 물고 늘어진다는 뜻이 된다. 어느 누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음에 대해 생각한단 말인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여러 생각 중에 분명히 그 날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떠오르는 고민은 대체적으로 그 날 당장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대부분인데도 죽음을 생각한다고.



정말로 죽음에 대한 진지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이렇게까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길게 쓰는 이유다. 죽음과 아침의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해 저자가 썰을 풀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제목만 놓고 봤을 때 심리학책이라고 날 오판하게 만들었다. 전혀 아니었다. 그저 에세이었다. 그저라는 표현에는 다소 도발적인 의미가 담겼다. 에세이가 그저라는 표현을 받을만큼 가치가 낮지 않다. 에세이는 어려운 내용부터 아주 친근하고 친숙하며 쉬운 내용까지 다 아우르게 된다.

막상 해당 에세이를 읽으면 꽤 진지하고 거창한 내용이다. 단순히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회공동체까지 아우르는 다소 문명사회철학적이다. 읽다보니 오늘은 어제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 보지 못하는 하루라는 개념도 떠올랐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누구나 죽는다. 탄생을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다. 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죽음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내 마음대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련지. 극히 드물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분명히 주워졌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또한 죽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라 아무도 마음대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에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언제나 생각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각으로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추석이란 무엇인가'이지 않을까한다. 해당 내용이 워낙 화제가 되어 뉴스 마지막 코멘트로도 쓰였고 여러 SNS에서도 펌으로 돌아다녔다고 한다. 칼럼이었는데 뒤 늦게 화제가 되어 역주행까지 했단다.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누구나 기쁜 마음으로 만나 이야기하고 회포를 푸는 날이다. 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느낌인지 몰라도 명절을 정작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기피하는 듯하다.

어른이 된 나도 아직도 그저 그렇다. 좀 더 나이가 먹어 노인이 되면 다를까라는 생각도 든다.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응원이면 좋은데 오히려 화가 되고 울화통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관련되어 에피소드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대부분 이런 명절에 만나 하는 이야기는 근황이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돈은 잘 버는지 궁금해 한다. 결혼할 사람은 있는지 궁금해한다. 취직은 했는지 궁금해 한다. 공부는 잘하는지 궁금해 한다.



하등 물어서 득이 될 것도 없는데도 질문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지 몰라도 일단 물어본다. 할 말이 없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될텐데 어색한 시간과 공간이 주는 무게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오히려 다들 부담스러워하고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된다. 차라리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발상을 한다. 근황이 아닌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그런 순간에 모든 말문이 막힐 듯하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밥을 먹다 입안에 음식을 가득 품고 한 마디를 외친다. '나는 누구인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정적이 흐를것이다. 대신에 분명한 것은 나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누구나 우리는 정체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근원적인 질문이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서 말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신나 왁자지껄하며 각자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절대로. 다들 침묵을 지키고 어색한 공기만 맴돌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할 것이다.


절대로 이를 외친 나에게 누구도 더이상 질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니.... 도대체 뭐라 대답한단 말인가. '지랄하네. 헛소리 말고 밥이나 쳐먹어.' 과감히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도 역시나 그 때뿐이지 더이상 질문은 안할테다. 저자는 어떤 글은 일부러 현학적으로 어렵게 쓰고, 어떤 글은 유머러스럽게 쓴 듯하다. 더럽게 재미없는 글도 있다. 이번 리뷰는 저자가 쓴 스타일을 참고해서 썼다. 책 내용이 별로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정말로 제목이 다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재미없는 내용도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위트와 유머와 진지와 현학을 장착한 글.

함께 읽을 책

https://blog.naver.com/ljb1202/222318851964

청춘의 문장들 - 어린 시절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읽으면 확실히 어휘력과 문장에 놀라게 된다. 똑같은 현상이라도 맛깔나게 쓰는 점에...

blog.naver.com

https://blog.naver.com/ljb1202/221284259749

숨결이 바람 될 때 - 마지막

죽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이다. 어느 누구도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죽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blog.naver.com

https://blog.naver.com/ljb1202/220723700716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하루키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블로그에 리...

blog.naver.com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 - 받아들이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삶.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다. 부자를 꿈꾸는 이유 중 하나도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착각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다. 하는 일을 좋아했다. 어느 누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느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며 살지 못한다.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다. 숙명이다. 그게 인생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부지런하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떠올리는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이다. 어떻게 보면 그와 나는 딱 하나의 차이가 있다. 그는 하기 싫어도 끝까지 해 냈고 난 그렇지 못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삶은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오히려 관건이다. 하기 싫다고 안 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나에게 더 큰 하기 싫은 일로 돌아온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같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다.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기 싫다. 상사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 억지로 어색한 모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늘어지게 집에서 멍하니 시간이나 때우고 TV나 보며 보내고 싶다. 이런 것들은 전부 바램이다. 현실에서 그다지 실행 가능성이 적다. 어쩌다 잠깐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을 직접 체험해 보니 더욱 그런 삶을 꿈꾼다. 막상 매일 같이 그런 삶을 살게되면 그마저도 새로운 하기 싫은 일이 된다. 매일같이 집에서 TV나 보며 빈둥거리면 행복할까. 어쩌다 하는 행동이 재미있고 좋은 것이지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놀랍게도 하기 싫은 일을 해 낼 때 대부분 성장한다. 습관적으로, 태생적으로 편한 걸 찾게 되고 회귀본능처럼 하게 된다. 정작 그걸 선호하더라도 불행히도 현대인에게 그럴 자유가 부족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도태된다. 꼭 성공해야 할 이유는 없어도 현대인으로 살...

100배 주식 불변의 법칙

  10배도 아닌 100배 오르는 주식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 근데 보통 사람들은 10배 정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 100배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10배도 일반인이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한 수익률이다. 대부분 2~3배만 수익이 나도 즐거워서 함박 웃음을 짓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0배도 아닌 100배는 다소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또한 100배는 뭔가 터무니 없고 실현 가능성조차도 없는 수익률처럼 느껴진다. 제목에 100배가 들어가니 가능하다는 뜻이다. 10배는 1년 내에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극히 드물지만 아주 가끔 가능하다. 이건 경우는 일반적인 기업은 아니다. 기업 실적보다는 테마가 더 중요하다. 당시에 맞는 테마를 타는 데 기업이 어느 정도 실적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당장 실적이 좋지 못해도 갈수록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야 한다. 당장은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향후 몇 년 내에 지금보다 실적이 최소 몇 배는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줘야한다. 그럴 때 짧은 시간에 2~3배 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대체적으로 몇 년 안에 10배가 된다는 뜻이다. 절대로 100배는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100배가 되려면 단기간으로 불가능하다. 주식을 하는 사람마다 단기와 장기 개념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1년만 넘어가도 장기일 수 있다. 그 정도로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게 드물다는 뜻이 된다. 내 경우에는 10년 정도 보유한 기업은 있었다. <100배 주식 불변의 법칙>은 100배가 될 기업을 소개한다. 기업을 소개하는 게 아닌 투자를 알려준다. 제목에 혹해서 책을 읽게 되는데 알려주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무조건 장기투자다. 아까 5년이라는 시간을 말했지만 책에서는 말하는 기간은 그보다...

돈의 권력

  돈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 말이 많다. 누구나 할 말이 많다. 직접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돈으로도 할 말이 많다. 누구나 돈을 필요로 한다. 다들 돈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적은 돈이 좋다는 사람은 없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으니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긴 할테다. 그래도 물어보면 돈이 있으면 좋다고 하지 않을까. 그만큼 돈이라는 건 요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대다수 사람에게는 기승전 돈이지 않을까한다. 어떤 걸 선택해도 그게 돈이 되느냐가 핵심이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큰 돈이 되면 직업이 어떤 것이든지 별로 개의치 않는 세상이다.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을 할 정도다. 돈은 최근에 생긴 제도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주 오래 되었다. 아주 예전에는 물물교환으로 했다고 하지만 그건 아주 짧았다. 어떤 형태로든 돈이라는 걸 통해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했다. 과연 그 돈은 무엇인지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해서 알려주는 책이 <돈의 권력>이다. 돈은 분명히 권력이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우리가 가끔 엄청난 돈의 유혹을 물리치는 사람을 박수치며 칭찬하는 이유다. 현대 사회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학 권력을 갖고 있는 게 돈이다. 여러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도 돈에는 망설이게 된다. 나는 돈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액수의 차이일 뿐이다. 액수가 올라가면 저절로 흔들린다. 액수가 작아서 양심을 지킬 수 있다. 이러한 돈은 단순히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와 사회 시스템에서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돈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지 책에서는 알려준다. 책을 읽을 때 흥미로운데 막상 이걸 글로 쓰려면 막막할 때가 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