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성장기

 

아마도 10대 후반인지 20대 초반에 <데미안>을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에도 읽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해는 못 했던 듯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읽었는데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모르겠다. 원래 이런 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정도는 다를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책 내용이 다소 모호하게 구성되어 있어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같은 책을 읽어도 서로 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제목이 데미안인 이유를 모르겠다. 책에서 주인공은 싱클레어다. 주인공 이름도 자주 등장하지도 않고 뒤늦게 나온다. 싱클레어가 자기 관점에서 쓴 내용인데 데미안만 놓고 볼 때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따져본다면 다른 의견도 갖게 된다. 초반에 싱클레어가 거짓말을 한다. 농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남의 물건을 훔친 것에 대해 설명한다. 이야기를 듣고 크로머가 그에게 협박한다. 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이 사실을 밝히겠다고 한다.

이전까지 싱클레어는 선하고 착한 세계에서 살아왔다. 더할나위 없이 바르게 살아왔지만 이때부터 착한 세계에서 악한 세계로 발을 본인은 딛는다고 생각한다. 협박에 못이겨 집에서 돈을 훔쳐 갖다준다. 이때부터 싱클레어에게는 고통이 시작되고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성인이 된 내 입장에서 볼 때 '에고.. 어린 거'라는 정도다. 대체로 사춘기 소년이 의례히 겪을 성장통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걸 다소 거창하고 대단하게 묘사한다는 느낌이다.

시대적 상황을 볼 때 당시는 지금과 달리 가벼운 시대가 아닌 무거운 시대다. 별 거 아닌것도 심각하고 대단하게 묘사하는게 어딘지 당연한 시대. 그 후에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그는 아이답지 않은 묘한 매력과 성인같은 분위기는 물론이고 나쁜 남자스타일처럼 누군가를 현혹시킨다. 특히나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극렬히 반대하며 역성을 낼 수도 있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것처럼 절대로 생각지 못한 개념은 자극적으로 온다.

카인에 대한 이야기는 싱클레어에게는 너무 자극적이었다. 가뜩이나 선한 세계에서 악한 세계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아벨과 카인이 다른 역할로 설명한다. 얼마든지 그렇게 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벌어진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너무 절대적이라 믿을수록 반대의 상황에 대해서도 금방 믿기도 쉽다. 대신에 자신이 지금까지 믿었던 세계관이 무너질 때 사람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만큼 믿음은 위험할 수도 있다.

데미안은 구원인지 모르겠지만 싱클레어에게 너무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그가 갖고 있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싱클레어 입장에서는 그런 존재를 믿고 따를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나 데미안의 책 내용은 몰라도 다음의 문장은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시스.

너무 유명한 말이지만 지금은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너무 당연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틀을 깨야 한다. 책에서 싱클레어는 초반에 성장통을 겪는 듯하다. 사춘기가 되면 자아를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쁜 짓도 좀 하거나 생각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하려는 시도를 한다. 싱클레어가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게 된다고 했다는 것은 나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원래 아들은 아빠에게서 벗어나려 하니 말이다.

다음으로 만난게 음악을 하는 피스토리우스다. 지금도 사춘기가 되었을 때 가장 가깝게 지내는 건 음악이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움직인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대중음악과 달라도 당시에도 음악은 분명히 그런 역할을 했을테다. 언제나 당시에 유행한 음악은 대중음악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음악하는 사람은 예술인이다. 예술하는 사람은 일반인과 다르다. 그들은 세상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표현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인이 아니다. 그런 역할을 싱클레어에게 영향을 미친다.

베아트리체와 같이 여성이 자기에게 오기도 하고 거꾸로 싱클레어를 데미안처럼 추앙하는 인물도 나온다. 사춘기에서 청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는 것들이다. 어느 정도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 싱클레어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여성에게 자기 또래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멋져보이고 관심가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볼 때 싱클레어는 엄청 대단한 놈은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청년으로 자랐을 뿐이다. 그저 소설의 주인공이니 그가 갖고 있는 심리까지 우리는 알 수 있을 뿐이다.

뒤에 가서 데미안의 엄마를 사랑하는데 한국 정서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 프랑스 대통령의 상황을 볼 때 그럴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작품을 볼 때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어야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눈에 억지스러워도 해당 국가의 문화에서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아마 독일에서도 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걸 알아야 한다. 물론 결국에 이 책에서 나온 데미안과 엄마가 꼭 실존인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싱클레어가 만든 허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만큼 책은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여기서 또 다시 나는 해당 시대에 대한 이해 없이 읽은 걸 바탕으로 썼지만 책 뒤에 토마스 만이 <데미안>에 대해 쓴 내용을 보면 다르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은 2차 세계 대전 직전이다. 그 관점에서 책의 내용은 달리 읽힐 수 있다. 당시 독일에서 벌어진 일은 잘 몰라도 그 이후 벌어진 일은 잘 안다. 그런 관점에서 싱클레어를 본다면 또 다른 관점으로 읽힌다. 아마도 그래서 고전으로 현재 이 책을 사람들이 읽게 되는 듯하다. 여하튼 한 놈이 사춘기를 겪고 성인이 된 과정으로 난 읽는다.

이렇게 단 쓴 후에 반전이 있다. 바로 이 책을 나는 2017년에 읽었다. 뭥밍!!!! ^^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긴 문장이 이제는 적응이 힘드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진득하니 읽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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