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 치매


스릴러 추리 소설은 그저 형사가 나오고 범인을 추적하는 장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실제로 전통적인 장르가 그렇기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다른 분위기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형사가 나오거나 범인을 추격하고 잡는 내용이 아니다. 일반인에게 벌어진 사건을 근거로 추리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아졌다. 한국 추리 소설은 많이 읽지 못해 모르겠으나 유럽쪽은 그런 책이 많다.

남성들은 여전히 범인을 잡는 형사 이야기를 많이 쓰는 반면에 여성 작가들은 그 보다는 일반인에게 벌어진 사건을 풀어내는 소설이 많다. 이렇게 쓰고 보니 최근에 내가 읽었던 유럽 추리 소설이 거의 대부분 그렇다. 주인공은 여성이고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엇인가 벌어진다. 어찌 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스스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 계속 펼쳐진다.

대부분 이럴 때 가족과의 관계일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면식범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실제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주변부터 수사를 하기 마련이다. 전혀 생판 모르는 사람이 해꼬지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걸 묻지마 사건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주변 사람이 제일 친하고 활력이 되지만 위험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친했던 사람이 어떤 일로 서로 틀어졌을 때 가장 원수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가족끼리 더 심할 때가 많다. 솔직히 가족이라 하고 피붙이라고 하더라도 똑같다. 피는 속일 수 없고 혈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 세상에 나 이외는 전부 남 아닌가.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학습된 효과다. 가장 무서운 사람이 가족일 수 있다. 가족끼리 서로 못 죽여 안달인 경우도 많다. 과거 피터지는 왕족싸움도 같은 거 아닌가 한다.
추리 소설에 있어 가장 미덕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게 하는 것이다. 내가 읽고 있지만 여기서 범인은 누구인지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다. 또는 초반에 범인을 노출시키지만 그를 잡는 것이 쉽지 않게 만든다. 대체적으로 전자가 훨씬 더 흥미진지한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이 추리하며 범인을 쫓기도 하지만 작가와 독자도 함께 서로 추리하며 속이고 속인다. 저자는 계속 힌트를 주며 속이려 하고 독자는 이를 통해 밝히려 한다.

이를 잘해내면 재미있는 책이 된다. <브레이크 다운>은 그런 면에서 예측은 가능하지만 무엇인지에 대해서 거의 3분의 2가 될 때까지 꽁꽁 숨긴다. 어떻게 보면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길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분명히 추리 소설로 알고 읽기는 하는데 딱히 책에 나온 살인은 직접적인 연관도 없다. 주인공이 이를 피할 이유도 없고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살인사건과 무관하다.

심지어 주인공은 치매가 의심된다. 무엇인가 계속 아귀가 맞지 않고 삐거덕거린다. 내가 했는데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안 했는데 한 것처럼 일이 생긴다. 독자로 하여금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며 의심하게 만든다. 일부러 사전적으로 좋은 떡밥도 알려준다. 주인공의 엄마가 치매였다. 그것도 아주 젊은 시절인 40대에 치매에 걸렸다. 자연스럽게 주인공도 젊지만 치매가 생길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뜻하지 않게 살해당한 사람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게 주인공이다. 살해 당한 현장이 아니지만 얼마든지 주의를 기울였다면 살해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이와 관련되어 계속 망상이 생기고 의심이 생긴다. 이런 아주 미묘한 묘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이킨다. 소설의 후반부가 되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데 다소 좀 맥은 풀린다. 주인공이 엄청난 노력으로 해결하지 않고 우연히 얻게된 힌트가 모든 것이 되어 버린다.

심지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살인마저도 뜻하지 않게 해결된다. 이런 내용을 볼 때 소설은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추리할 필요도 없었고 너무 손쉽게 사건이 해결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내용 중간까지는 아주 조금의 실마리도 주지 않아 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인이 겪는 이런 사건을 잘 풀어낸 책으로 보인다. 늘 그렇듯이 여름에는 이런 장르 소설을 읽는 것이 재미있다. 그거면 된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너무 쉽게 밝혀진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계속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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