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 소설


이 책 <그해, 여름 손님>을 읽으며 인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뜻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 정도였다.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무척이나 세밀하고 감수성 강한 글이었다. 로맨스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글이 화려하지 않지만 다소 담백하고 솔직한 감정을 적었다. 읽으면서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살짝 했다. 난 계속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여자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여성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과 키스했다는 말에 그러려니했다.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1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인공이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분명히 그때까지 주인공인 엘리오를 몰랐다. 가득이나 외국 소설이고 소설의 시점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올리버였다. 그저 좋아하는구나라며 읽었다. 읽다보니 어느 순간 깨달았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남자인데 읽다보니 주인공도 남자였다. 이럴수가. 몰랐다.

다시 책 표지를 읽어보니 알았다. 단순히 문학상 수상만 난 읽었다. 다시 제대로 읽어보니 게이 소설 부문이었다. 이때부터 인식의 전환이 생겼다. 그 전까지 이성의 사랑으로 읽었다. 이럴 수가 있구나. 내가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읽었던 것과 깨닫고 읽었을 때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고 보이는 것도 변했다. 그 후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200페이지 까지는 평소처럼 읽었는데 그 후 100페이지는 다소 평소와 달리 띄엄 읽기는 했다.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다. 난 특정 사상이나 개념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롭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이해는 못해도 인정은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끔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이 주제가 나올 때가 있다. 이성의 사랑이 아닌 동성 사랑에 대해. 이 이야기가 나오면 완전히 질색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 싫어하기도 한다. 난 대체로 그럴 때 중립적으로 이야기한다. 내가 직접 그런 분들을 만난 적은 없어 잘 모르겠다.
그런 분을 만나 이야기 한 분이 한 이야기는 들어봤다. 여하튼 난 그러려니 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더 감수성이 풍부하다. 동성이라는 것만 제거하면 말이다. 묘사도 저급하지 않다. 적당히 넘어간다. 그 부분은 역겹다고 할 사람도 있을테다. 워낙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서 그저 읽었다. 다만 그걸 안 순간부터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로맨스하다는 생각으로 읽지는 않았다.

난 이성애자고 동성보다는 이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하지 않다. 것도 동성 사랑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도 거의 없다.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만나고 헤어진다. 그런 부분에 대한 묘사와 감정 표현이 어지간한 이성 사랑보다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최근에 이성 사랑에 대한 로맨스가 다소 밋밋하고 담담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 솔직하다. 재미있는 것은 책 배경은 이탈리아다.

아버지도 이 사실을 안다. 오히려 저주하고 격리하기보다는 둘의 특별한 우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가 옳다고 하는 것이 아닌 그런 상황에 노출된 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재미있게도 또는 현실이 그런지 모르겠다. 둘은 서로 동성애를 보여주지만 각자 이성과도 사귄다. 이성이 오는 걸 굳이 막지도 않는다. 나중에 올리버는 결혼까지 하고 2명의 아이도 갖는다. 부인과는 헤어진 걸로 나온다. 다시 만났을 때 둘은 꽤 세월이 흐른 후 담담히 과거를 이야기한다.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인정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게 좀 조심스럽지만. 뜻하지 않게 생각지도 못한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준다고 하여 그 중에 한 권이었다. 책 표지가 예쁘고 성장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다. 생각과 다른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감정묘사와 표현에 놀랐다. 이쪽 분야가 더 섬세하고 세심하구나말이다. 한 편으로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 특수분야 책이라 뭐라 하긴 힘들고 뜻하지 읽게 되었다. 묘한 경험이었다.

출판사에서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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